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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행복]시대가 만든 작가…박완서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있다>

[정종오기자] 2011년 1월22일 오전 6시17분. 81세의 박완서 작가가 마지막 숨을 거둔다. 담낭암으로 투병하다 운명한 것.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미망>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친절한 복희씨>…

더 이상 언급이 필요없는 그의 수많은 작품 세계는 한국 현대사가 걸어온 길과 다르지 않다. 현대사의 어둡고 날선 풍경은 그의 펜을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40대의 늦은 나이에 그에게 펜을 쥐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있다>는 박완서 작가 스스로 밝히는 소설 세계 등 작가의 솔직한 면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장녀인 호원숙 씨가 쓴 '따뜻함이 깃들기를'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딸의 추억과 곁에서 지켜본 어머니와 작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박완서 작가는 직접 '나에게 소설은 무엇인가'라는 글을 통해 자신에게 작품 세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통곡의 펜을 들다

박완서 작가가 펜을 들게 된 이유를 직접 들어보자.

"...한국 전쟁 때 말이야, 사실은 말이야, 우리 오빠는 말이야, 하고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나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청춘과 낭만이 가슴 속에 요동칠 대학시절. 박완서 작가는 딱 사나흘동안 대학을 다녔다. 1950년 6월20일 서울대에서 입학식을 치렀다. 그리고 며칠 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이 발발하고 피난과 서울 재입성 등 온갖 고초를 당한다.

다시 입성한 서울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박완서 작가는 어린 나이에 가정을 책임져야 했다. 그렇게 일터를 찾아 나섰고 어렵게 미국 PX에서 근무할 기회를 잡는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첫 작품 <나목>이 탄생했다.

박완서 작가는 "유독 억울하게 당한 것, 어리석게 속은 걸 잊지 못하고 어떡하든 진상을 규명해 보려는 집요하고 고약한 나의 성미가 훗날 글을 쓰개 했고 나의 문학정신의 뼈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되뇌었다.

그의 삶 자체가 현대사의 질곡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그 질곡의 상황에서 '어리석게 속은 걸 잊지 못하고 집요하게 파고들고 싶었던 것이' 문학정신의 뼈대라고 적었다.

그의 초기작품들인 <나목> <부처님 근처> <저녁의 해후> <아저씨의 훈장> 등이 모두 분단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면서 작가는 스스로 "사람 나고 이데올로기가 난 게 아니라 이데올로기 나고 사람 난 세상은 그렇게 끔직했다."라고 말한다.

◆딸이 바라본 어머니와 작가 사이

맏딸 인 호원숙 씨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담았다. 박완서 작가가 스스로 밝혔듯 그는 '가장 향기로운 시기(20대)에 그런 것(6.25, 전후 폐허)을, 그 끔찍한 꼴을 보았다니…"라고 자신의 세상을 그렸다.

전쟁이후 태어난 맏딸 호원숙 씨는 그러나 어머니는 늘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라고 적었다. 호원숙 씨는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도 떨리는 글씨로 매사에 감사하다는 일기를 써놓았다."고 말했다.

잘 알려졌다 시피 박완서 작가는 전업 가정부부로 생활하다 40세가 되어 펜을 들었다. 늦게 시작했지만 '시대가 만든 작가'인 박완서는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모든 억울한 것, 모든 끔찍했던 것'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렇게 1976년 어머니의 첫 번째 창작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가 출간됐고 <도시의 흉년>에서는 외숙모와 사촌 오빠들의 당시 상황을 많이 묘사했다."라고 호원숙 씨는 추억했다.

박완서 작가가 직접 밝히는 '자신의 소설 세계'는 물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맏딸인 호원숙 씨의 글 등 <모든 것에 따뜻함이 숨어있다>는 박완서 작가의 좀 더 가까운 내면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박완서, 호원숙, 김영현, 권명아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가격: 7천원

◆이번주 추천 전자책

<김탁환의 쉐이크 -영혼을 흔드는 스토리텔링>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김탁환

출판사: 다산북스

가격: 8천300원

김탁환은 한 편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를 생각하고,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구상하고, 어떤 자세로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어떤 각오로 이야기를 완성시킬까? <김탁환의 쉐이크>는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그의 이야기 창작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장르: 가정생활/미용

저자: 문은희

출판사: 예담

가격: 9천100원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는 엄마들, 그리고 사랑인 줄 알고 저지른 잘못 때문에 아이를 아프게 엄마들에게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를 통해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장르: 소설

저자: 스티그 라르손

출판사: 뿔

가격: 7천800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밀레니엄 시리즈를 여는 첫 번째 작품으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난 끔찍한 연쇄살인, 추악한 범죄의 온상을 파헤치며 세상 모든 악(惡)과 맞서 싸우는 천재 해커 '리스베트'와 정의와 불굴의 의지로 뭉친 저널리스트 '미카엘'의 대활약을 그렸다.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김선경

출판사: 걷는나무

가격: 6천500원

이 책은 치열하게 살고자 했지만 후회가 더 많은, 그래도 잘 버텨 왔다고 생각하는 삼십 대를 돌아보며 쓴 성장통의 기록이다. '모든 일을 반드시, 끝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안전한 길은 죽은 자의 길이다', '결혼하든 혼자 살든 행복하면 그만이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산다'는 말 뒤로 숨지 마라',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다, 하찮게 생각하는 바보들이 있을 뿐' 등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마흔 개의 통찰을 담고 있다.

<전(傳)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장르: 인문

저자: 이정원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가격: 6천원

저자는 <심청전>, <춘향전>, <홍길동전>과 같이 익히 유명한 고전소설에서부터 <김원전>, <김현감호>, <황새결송>처럼 상대적으로 낯선 고전소설까지 폭넓게 넘나든다. 익숙한 전(傳)의 재해석에선 기존 문법과 가치관을 뒤흔드는 통쾌함을, 생경한 작품의 재해석에선 신선한 고전의 매력을 맛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장르: 경제/경영

저자: 박경철

출판사: 리더스북

가격: 8천원

주식시장을 이끌어온 역사를 통찰하고, 주식시장과 경제현상 이면에 감춰진 정치, 사회, 경제적 요인을 고찰한다. 또한 세계경제와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을 거시적, 미시적 관점으로 해부함으로써, '주식시장'의 본질은 무엇이며, 무엇이 시장을 움직이는지, 무엇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한다. 이 책을 통해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이 끊임없이 그 모습을 바꾸며 진화하는 시장을 읽는 혜안과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

장르: 가정생활/미용

저자: 지훈태

출판사: 갤리온

가격: 6천원

원두의 품종, 핸드드립 기구와 추출법은 물론 커피의 역사와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 소개, 알쏭달쏭한 원두커피 메뉴판 해설 등 핸드드립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고 경험한 그대로 소상히 담았다.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장르: 사회/정치/법률

저자: 김규항, 지승호

출판사: 알마

가격: 7천800원

인터뷰이 김규항과 인터뷰어 지승호는 “진보와 영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번 인터뷰는 평소 친분이 있던 두 사람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진지했으며, 날카로운 질문과 답변들이 오갔다. "진보와 영성" 큰 주제로 이야기하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 삶의 디테일로 뻗어나갔고 추상적인 내용이 아닌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여기, 오늘 현실의 문제와 내 일상에 적용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르: 시/에세이/기행

저자: 장현웅, 장희엽

출판사: 나무수

가격: 8천원

사물의 사전적 의미를 폐기하고 저자의 사적인 시선에 주목하고 있다. 사물은 삶을 고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간다. 너무나 사소해 다시는 돌아오기 힘든 단추를 보며 작가는 기억력의 한계와 작은 것, 사소한 것에 대한 시각의 부주의를 떠올린다. 단추가 달린 옷을 입으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가위까지 눌린다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 단추에 얽힌 타인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마치 영화 <토이 스토리>처럼 사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꿈꾸게 하는 이야기는, 일상의 사물을 통해 비일상을 꿈꾸게 한다.

◆이번주 추천 전자책은 인터넷서점 반디앤루니스(www.bandinlunis.co.kr)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종오 엠톡편집장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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