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애플, '특허전쟁' 어디까지 왔나

호주 등서 연일 공방…"애플, 이겨도 실익 없을 것"


[김익현기자]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특허 전쟁이 갈수록 불을 뿜고 있다. 이번엔 삼성이 갤럭시탭10.1 호주 출시 시기를 9월말로 연기하기로 했다. 애플의 특허 공세 때문이다.

물론 삼성의 반격도 매섭다. 애플 아이패드 역시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최근엔 스탠리 큐브릭의 고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장면을 '애플 특허 무용론' 근거 자료로 제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아스 테크니카가 29일(현지 시간)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공방 관련 분석 기사를 통해 현재로선 애플이 삼성과의 공방에서 승리하더라도 실익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독일, 9월 중 법원 판결 예상

애플과 삼성이 호주 법정에서 처음 대면한 것은 지난 8월1일이었다. 당시 애플은 삼성 갤럭시 탭 10.1이 아이패드 특허와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 뒤 애플은 갤럭시 탭 10.1 호주 출시 제품을 정밀 조사한 뒤 최소한 두 개의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29일엔 호주와 미국용 제품의 호주 출시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맞서 삼성은 호주 출시용 갤럭시 탭은 미국 제품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삼성은 불필요한 법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 9월30일까지 호주 시장에서 갤럭시탭 10.1 출시를 연기하기로 했다.

독일에서도 양측은 비슷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갤럭시 탭이 아이패드 관련 등록 디자인( Community Design 000181607-0001)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 역시 애플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처음엔 유럽연합(EU) 전역에서 판매 중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독일 지역에서만 판매금지 명령을 적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수정했다. 뒤셀도르프 법원의 최종 판결은 오는 9월9일로 예정돼 있다.

◆네덜란드선 '사실상' 애플의 패배

애플은 네덜란드에선 좀 더 포괄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다. 삼성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아이패드 관련 디자인뿐 아니라 여러 가지 기능을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애플은 네덜란드에선 삼성의 EU 영업 자체를 중단하도록 하는 한편 관련 제품을 리콜하는 강력한 조치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애플의 포괄적인 공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갤럭시S, 갤럭시S2, 에이스 등 3개 제품이 애플의 사진 관리 관련 특허권(EP 2,059,868)을 침해했다는 부분만 받아들인 것. 헤이그법원은 이런 판단에 따라 오는 10월13일부터 관련 3개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애플의 아이패드 관련 디자인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아스 테크니카가 전했다. 또 삼성의 갤럭시가 화면 잠금 상태에서 옆으로 밀어서 열도록 돼 있는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눈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 입장에선 네덜란드에서의 특허 공방에서 패배할 경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됐다. 네덜란드 법인인 삼성 로지스틱스 BV가 유럽 사업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본거지인 미국에서는 좀 더 포괄적인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디자인과 기능 뿐 아니라 상표권 침해까지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삼성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까지 제출하면서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두 회사는 오는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청문회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애플, 이겨봐야 피루스의 승리 머물 것'

지금까지 진행된 법정 공방은 삼성과 애플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까?

아스 테크니카는 일단 독일 법원의 판결은 삼성에 큰 타격을 입히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누릴 순 있겠지만 독일 이외 지역에서 갤럭시탭 출시를 막지는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애플 입장에선 유럽 지역에서 자신들의 디자인이 유효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덴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최소한 다른 나라 법원들도 그 부분을 진지하게 검토하도록 만들 순 있단 얘기다.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은 애플 입장에선 거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아스테크니카가 분석했다. 포괄적인 공세 중 특허 하나만 인정됐을 뿐 아니라, 그 부분 역시 삼성이 업데이트를 통해 충분히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영화 클립을 제출한 삼성의 전략이 아이패드 '선행기술(prior art)'이 있었단 주장을 하는 덴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아스 테크니카는 애플이 미국에서 삼성 제품의 판매 금지 가처분을 관철시키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RBC의 마이크 아브라마스키 애널리스트는 아스 테크니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애플과 포괄적인 법정 밖 화해를 모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이미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스 테크니카는 지금까지 애플이 법정 공방에서 승리한 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정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삼성이 백기를 들도록 하는 덴 큰 압박요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정도 법정 공방이 마무리되기 까지는 통상적으로 수 년이 걸리기 때문에 애플이 승리하더라도 '피루스의 승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아스 테크니카는 지적했다. '피루스의 승리'란 희생을 많이 치르고 승리했지만, 별 실익은 없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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