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아이폰, 스마트폰 2차대전 이끄나?

중국 방식 TD-SCDMA 아이폰5 출시설 나와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지난 22일 6억1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 현관.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이 바지 주머니에 깊숙이 손을 집어넣은 채 현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그 뒷모습이 한 중국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회사 임원들로 보이는 7~8명이 동행하는 장면이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을 놓고 미국 언론들이 며칠째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이 사진은 애플과 차이나모바일이 모종의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인 셈이고, 두 회사가 어떤 말을 주고 받았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 관계가 향후 몇 년 동안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RIM) 등 기존 강자들을 침몰시킨 뒤 삼성전자와 대만의 HTC 등 새롭게 떠오른 안드로이드 진영과 치열한 한 판 승부를 벌이는 중이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초기 판세가 어느 정도 결정된 상태다. 이제 승부처는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갈 것이고, 그중 핵심 지역이 중국 시장일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애플이 그동안 중국 시장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 차이나유니콤이란 회사를 통해 아이폰을 공급하고 애플 매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그러나 제대로 손을 댔다고 할 수도 없는 상태다. 중국 최대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과 또다른 사업자인 차이나텔레콤을 통해서는 아이폰을 공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이 그동안 중국 시장의 약 20% 정도만을 공략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애플이 1위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에 아이폰을 공급하지 않은 것은 차이나모바일이 중국의 독특한 기술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세계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유럽계인 WCDMA와 미국계인 CDMA2000으로 양분되는데 중국의 경우 시장 방어를 위해 자체 기술인 TD-SCDMA를 내놓았다. 3개 사업자 가운데 1위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이 이 기술 방식을 쓰고 있고, 차이나텔레콤은 CDMA2000을, 차이나유니콤은 WCDMA 방식을 사용한다. 아이폰의 경우 아이폰4 초기버전까지 WCDMA 방식만 있었고, 올초에야 처음으로 미국 버라이즌용 CDMA2000 아이폰을 내놓았다.

팀 쿡의 차이나모바일 방문은 이제 애플이 유럽 방식과 미국 방식의 아이폰과 함께 중국 방식의 아이폰도 내놓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애플은 미국 시장에서 2위 사업자인 AT&T를 통해 유럽 방식의 WCDMA 아이폰을 먼저 공급했다. 미국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은 CDMA2000 방식의 기술을 쓰기 때문에 이 회사 고객들은 아이폰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었다. 그렇게 수년동안 버라이즌 고객 사이에서 아이폰에 대한 갈증이 커진 뒤에야 애플은 올해 초 CDMA2000 방식의 아이폰을 내놓았다. 반응이 폭발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일은 중국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이나모바일의 중국 이동전화 사용자 6억1천만 명 이상은 지금까지 아이폰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차이나텔레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7억 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시점이다.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왕젠저우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애플과 4세대 아이폰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과 팀 쿡의 차이나모바일 방문이란 팩트를 종합해 미국 언론들은 애플이 차이나모바일의 4세대 서비스인 '4G TD-LTE' 아이폰을 공급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 경우 차이나모바일용 아이폰 출시 시점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당장 9월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5에 TD-SCDMA 버전도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제기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 관계자가 자신의 미니 블로그에 9월에 아이폰이 나올 것이라는 언급을 했기 때문이다. 이글은 곧바로 지워지기는 했지만 이미 이를 본 언론들에 의해 세계에 타전된 뒤다. 팀 쿡이 차이나모바일을 방문한 시점도 이 언급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아이폰5에 차이나모바일의 3세대 TD-SCDMA 버전이 포함될 경우 중국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조기에 더 격렬하게 타오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3가지 기술방식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시장에 애플이 참여한다는 것은 또 한 번의 회오리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특히 애플이 개발도상국의 소비자를 위해 보급형 아이폰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소문이 사실이고 보급형 아이폰의 기술 방식 또한 3가지 표준을 다 포함한다면 중국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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