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폭발 속 '트래픽 대가' 뜨거운 감자

[망중립성, 해법을 찾아라]③무임승차 vs 당연한 권리…의견 대립 '팽팽'


[강은성기자] "지난 한해동안 통신시장은 '데이터 폭발'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동영상 폭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안그래도 복잡한 통신망은 더욱 큰 부하를 안게 됐습니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무선 데이터 트래픽의 폭증이 동영상(비디오) 트래픽 폭발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선 부문에서 화두가 됐던 망중립성 논쟁은 이제 유무선, 특히 무선시대를 앞두고 더욱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KT가 제시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 연말에는 무선 데이터 트래픽의 절반 가량을 동영상 콘텐츠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자료에서는 불과 3년 후인 2014년에 동영상 트래픽이 전체 데이터의 80%를 넘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PC나 TV에서 다운받아 주로 감상했던 동영상 콘텐츠를, 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기기에서 '이동하면서'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국내에 스마트TV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대형 TV화면에서 감상하기 적당한 초고화질 혹은 3D 입체영상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고용량 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감상하게 되면 통신 네트워크는 심각한 부하를 안게 된다.

통신 업계는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스마트TV의 안정적인 서비스가 네트워크의 고도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스마트TV에 접속료를 부과하는 경우 종래의 유·무선 인터넷 제공의 범주에 들지 않는 스마트TV 관련 접속료의 산정과 관련해 네트워크 사업자와 TV 제작사, 콘텐츠 제작 및 공급 업체 간의 갈등 발생 방지 및 해결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KT 김효실 상무는 "동영상 트래픽은 그 자체가 용량이 크기 때문에 동영상을 감상하는 일부 사용자가 망 전체의 트래픽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나머지 일반 이용자의 접속 품질이 크게 떨어져 역차별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공평한 이용환경 위해 '망 관리' 필수

이처럼 일부 서비스, 일부 사용자에 의해 통신서비스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통신사들은 '합리적인 망관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제대로 된 망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망 과부하로 인해 다수 이용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고 통신사들은 설명하고 있다.

KT는 최근 서울 성북구의 자사 기지국 실측 결과를 제시했는데, 1개 가입자가 100M 대역폭의 97.2%를 점유한 것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다른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는 최소 29배에서 최대 265배 떨어졌다는 측정치가 나왔다.

이처럼 통신사업자들은 "망중립성이란 어떤 콘텐츠든 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논리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과 속도로 망을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포함돼야 한다"면서 제어가 가능한 '망중립성'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망을 이용해 각종 서비스를 내놓은 신규 앱 개발사에 대해 ‘무임승차’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셈으로, 무임승차해 이익만 챙기는 환경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SK텔레콤 하성호 상무는 "데이터 트래픽 폭발로 통신사는 조단위의 LTE 투자를 비롯해 3G망 확충, 와이파이-와이브로 증설 등 네트워크 투자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지만 가입자 매출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반면 서비스 사업자들은 이제 무선 플랫폼까지 기반을 넓혀 다양한 광고 수익 등을 챙겨가고 있다. 이는 명백한 무임승차"라고 지적했다.

KT 고위 임원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전격 인수한 스카이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윈도기반 스마트폰에서 스카이프가 활발하게 이용될 것이며, 이는 통신사들이 피땀흘려 구축한 고도의 인프라에서 수익은 외국 업체가 모조리 챙겨가는 불합리한 상황마저 발생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통신사들은 망 투자 여력을 잃게 되고, 결국 피해는 투자가 중단돼 품질 나쁜 망을 이용하게 될 우리 국민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통신사들은 정부가 통신사들의 망 투자 의지를 보호하고 모든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이 공평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적절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 측 "망 관리 주장은 변명"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들이 '망 이용대가'를 냈는데도 서비스사업자에 다시 요구하는 '이중 청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김지현 본부장은 "소비자들은 무선인터넷 접속료를 위해 최저 3만5천원 이상의 비싼 정액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으며, 비용을 지불한 이상 서비스 사용은 이용자 자유"라면서 "만약 통신사의 논리대로, 서비스 사업자에게 망대가를 부과해 망투자를 하겠다면 이용자에게 접속료를 받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마이피플'이라는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스마트폰에서 무선인터넷을 활용, 가입자끼리 공짜로 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mVoIP)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망 부하'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5만5천원 이상의 무제한데이터요금제 가입자들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재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

비단 마이피플 뿐만 아니라 스카이프, 바이버, 올리브폰 등 다양한 무료통화 앱을 일률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무제한데이터요금제 비가입자는 와이파이지역에서만 무료통화 앱을 사용할 수 있다.

NHN 한종호 이사는 "통신사업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극소수 이용자가 지나치게 많은 트래픽을 점유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부분 정액제를 도입해 정당한 대가를 내도록 하는 식으로 요금정책을 수정하면 된다“며 ”이미 통신사들도 QoS 제한 등 헤비유저 제어를 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럼에도 서비스에 망 이용대가를 한번 더 부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한 이사는 "통신사들은 '합리적 망관리'를 위해 서비스사업자들을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하는데, 지금도 벌써 자사 매출에 타격을 주는 서비스를 망 부하 여부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망 제어 권한을 주는 것이 오히려 이용자의 권리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톡 박용후 이사는 "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이 '부하'를 일으켜 '다수' 이용자들의 망 이용을 저해한다는데, 1천600만 카카오톡 가입자들 외에 어떤 '다수'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부 "업계 의견모아 연내 방향 검토"

이처럼 트래픽 증가와 망이용대가를 사이에 두고 업계의 시선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인프라를 제공하는 쪽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쪽이 극과 극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책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양한 업계 의견을 수렴해 연내 망중립성에 대한 검토를 본격화한다는 계획만 밝힐 뿐 이렇다할 명확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신용섭 상임위원은 "(망중립성은)매우 복잡하고 풀기어려운 숙제여서 아직 세계 어느 나라도 규제를 정립한 곳이 없고 각계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서두르다 자칫 잘못된 정책을 만들 우를 범하지 말고 충분한 대화와 토론으로 정책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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