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애플 특허 합의, 불똥은 어디로?


거액 로열티로 일단락…안드로이드 진영이 다음 타깃될 듯

[김익현기자] 애플과 노키아가 2년 여 간 계속해 왔던 특허 공방을 마무리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노키아는 14일(현지 시간) 애플이 자사 특허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또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했다. 애플 역시 노키아의 이 같은 발표를 공식 확인했다.

이로써 지난 2009년 노키아의 제소로 시작됐던 두 회사간 특허 전쟁이 막을 내리게 됐다. 노키아와 애플은 연이어 소송과 맞소송을 반복하면서 팽팽한 힘겨루기를 계속해 왔다.

◆노키아 "거액 확보해 실적 개선 큰 힘"

이번 발표 직후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일부 외신들은 "노키아가 오랜 만에 애플에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언론들도 이런 논조로 보도한 곳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곰곰히 뜯어보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다고 보긴 힘들다. 두 회사 모두 가려운 곳을 긁은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노키아는 이번 합의로 거액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애플은 노키아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대신 자사 핵심 제품인 아이폰 특허는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애플 측은 노키아와 특허 라이선스 합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이폰을 독특하게 만든 부분은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줄건 주더라도, 핵심사업만은 확실하게 지켜냈다는 얘기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애플이 '아이폰'을 지켜내는 대가로 노키아 측에 어느 정도의 '일시불 실탄'을 공급하기로 했느냐는 부분이다. 두 회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주 2분기 실적 악화를 경고했던 노키아 측이 "(애플로부터 합의금을 받게 돼) 적자를 상당 부분 메울 수 있게 됐다"고 한 것을 보면 합의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웨덴 은행 애널리스트인 야리 홍코를 인용, "합의금 규모가 7억2천만달러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기가옴은 "자체 취재 결과 합의금 규모가 9억달러 수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불타는 플랫폼' 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노키아에겐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노키아는 지난 주 2분기 매출과 이익 전망치를 크게 하향 조정했다. 단말기와 서비스 부문 순매출이 과거 예상치인 61억~66억 유로보다 상당히 낮을 것이라고 수정한 것. 노키아는 또 영업이익률도 당초 6%~9%에서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7억~9억달러 가량의 현찰이 들어올 경우 적자 폭을 메우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된 점 역시 노키아가 '승리'를 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애플, 아이폰 지켜낸 점 만족"

그렇다고 해서 애플이 '일방적으로 패배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지난 3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5개 부문의 특허 침해 공방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은 애플이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면서 분쟁을 끝낸 덴 다 그만한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애플은 일단 아이폰에 확실한 면죄부를 부여한 점이 만족스럽다. 실제로 애플 측은 노키아가 보도자료를 낸 직후 "아이폰을 독특하게 만든 기능들을 라이선스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애플 측은 또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특허 분쟁을) 끝내고 우리 사업에 주력할 수 있게 된 점이 기쁘다"고 밝혔다.

기가옴 역시 이번 합의가 애플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합의금 규모가 만만찮긴 하지만,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에겐 그다지 부담스런 액수는 아니란 게 그 이유다. 노키아와 더 이상 '특허 소송'이란 지리한 싸움을 하지 않게 된 점 역시 애플 입장에선 적지 않은 소득이다.

실제로 애플과 노키아는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사사건건 특허 공방을 벌였다. 노키아는 처음에 GSM, UMTS, 와이파이 등과 관련된 자사 특허 10종을 애플이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노키아의 이런 주장에 대해 애플도 맞소송하면서 바로 맞받아쳤다.

노키아와 애플 간의 특허 공방은 명확한 승자를 가리기 힘든 사안이다. 패한 쪽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한쪽의 손을 들어줄 경우 자칫하면 국제적인 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그만큼 부담이 큰 사안이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끝 없는 공방을 계속하기 보다는 노키아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채워주는 선에서 분쟁을 마무리 짓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업체들도 노키아발 공세 맞을수도

그렇다 하더라도 노키아에겐 이번 합의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단말기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노키아로선 '특허 소송'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기가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몇몇 외신들은 노키아가 이제 안드로이드 진영을 정조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드로이드 역시 아이폰과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노키아가 특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주요 단말기 생산업체들 역시 노키아의 공세를 피하긴 힘들 전망이다. 국내 단말기 생산업체들이 노키아와 애플 간의 합의를 '이웃집 불구경' 하듯 바라볼 수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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