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톱]韓, 세계를 호령하다 ⑤전자부품


"반도체, LCD 말고 전자 부품도 있다."

한국 부품 산업은 더 이상 세계의 변방이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 산업으로 반도체와, LCD가 첫 손에 꼽히지만 PCB 기판, TV튜너, 2차전지 등 전자 부품 분야에서도 한국 제품은 '소리 없이' 세계를 점령해 왔다.

최근 한국 부품소재 산업은 10개월 연속 50억 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한국 부품소재 산업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도 견조한 수출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은 1천95억 달러, 무역수지는 372억 달러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수출과 무역수지 모두 최대치를 기록하며 '성장형 흑자' 구조에 안착했다. 정부는 "금융위기 직후 부품소재 분야 흑자는 수입감소로 인한 '불황형 흑자'였던 것에 반해 올 상반기는 부품소재 수출의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며 '성장형 흑자' 구조로 전환됐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대외 수출을 견인하며 국내 전자산업의 버팀목이 되는 업체로 삼성전기, LG이노텍, 삼성SDI 등이 있다. 특히 세계 종합부품회사 순위에서 현재 6위권인 삼성전기는 빠른 시일 내에 4위권에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타의 추종 불허하는 1위 품목

삼성전기(대표 박종우)는 지난 해 글로벌 경기 침체 중에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조5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기의 핵심 제품인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은 스마트폰 시장 확대와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빠른 신제품 출시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2007년 이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또 국내 최초로 반도체가 내장된 휴대폰 및 반도체용 임베디드 기판 개발에도 성공해 업계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임베디드 기판은 기판 내부의 층간에 반도체가 내장된 블랙박스 구조로 기존 기판보다 두께와 크기를 3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도 '효자' 품목이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인 MLCC는 휴대폰, 스마트폰, 노트북, LCD TV 등 전자제품과 자동차ㆍ인공위성 등에 쓰인다.

삼성전기는 1980년대 후반 MLCC 사업을 시작하며 후발기업으로 시장에 참여, 20여년간 5위권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5년 말부터 초고용량 부문을 목표로 정해, 선진 기업들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초고용량 MLCC 개발,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

LG이노텍은 1970년대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최초로 TV튜너 생산을 시작한 이래 아날로그 튜너, 모듈레이터, 새도우 마스크 사업을 세계 1등 사업으로 키워냈다.

지난 해 매출은 3조5천억원, 영업이익은 1천776억원. 이는 전년대비 각각 82%, 133% 증가한 규모다. 2001년 매출이 3천억원 정도였으나 2008년 1조9천200억원을 거쳐 고속 성장 중이다.

LG이노텍은 특히 초정밀 '포토에칭' 기술과 디지털 튜너, 소형모터 부문의 시장 경쟁력이 공고하다. 여기에 더해 LED(발광다이오드)와 PCB에 대한 경쟁력 강화와 함께 차량 부품 시장에 진출하는 등 미래시장 동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또 첨단 전자부품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친환경 녹색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모바일,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차량부품을 비롯 차세대 성장산업인 LED와 고부가 PCB 사업도 전개 중이다.

삼성SDI(대표 최치훈)는 널리 알려진 PDP 외 리튬이온 2차전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시장 조사기관 인터내셔널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IIT)는 2010년 세계 리튬이온 2차 전지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일본 기업들이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해 봤을 때 경쟁사보다 10년 늦게 사업에 뛰어든 삼성SDI의 성장은 눈부시다.

단순히 시장점유율뿐만 아니라 2차전지 기술과 안전성부분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IIT가 실시한 2차전지 생산 업체에 대한 종합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으며, 이후에 실시한 2차전지 주요업체 제품 경쟁력 평가에서는 업체들 중 유일하게 3가지 평가 항목모두에서 A로 1위의 품질 경쟁력을 평가받았다.

이러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삼성SDI는 지난 해 세계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이 5%가량 역성장하는 가운데도 분기판매 기록을 갱신하며 전지사업부문 2009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1%, 판매량은 19%씩 각각 증가하는 실적을 내놓았다.

◆ "1위 지키며 또다른 1위 만든다"

이 회사들은 현재 주력 사업을 다지며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또다른 세계 1등 품목 개발을 위해 매진 중이다.

삼성전기는 2015년까지 세계 1위 종합부품회사로 목표를 잡았다.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4월 "임직원의 조그마한 변화만으로도 가능성을 경험했다. 일하는 방법을 개선시켜 앞으로 더 큰 변화를 이루면 2015년 세계 1위권 진입도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삼성전기는 기판 생산 거점 1호 중국 쿤산(昆山) 법인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해 중국 휴대폰 기판 시장을 공략한다. 세계 휴대폰 업체로 거래처를 다변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고부가 칩세트 및 CPU용 플립칩 기판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차세대 제품인 임베디드 기판과 광 기판의 조기 상용화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현재 주요 품목인 소형 2차전지에 머물지 않고 중대형 전기 자동차용 전지와, 지능형 전력망 사업인 '스마트그리드' 사업에서도 에너지 저장부분에서의 기술 경쟁력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특히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자동차용 전지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2008년 9월 세계 자동차 전장업계 1위 기업인 독일의 보쉬사와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

SB리모티브는 지난 2009년 8월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BMW의 전기자동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用 전지의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된데 이어 지난 12월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전장업체 델파이에 2012년부터 하이브리드 상용차용 리튬이온 전지를 단독 공급하게 된다.

LG이노텍은 2015년까지 세계 1등 품목을 현재 4개에서 8개로 늘려 글로벌 톱 5 부품 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가장 '밀고' 있는 부품은 LED이다.

LED 육성을 위해 지난 해 4천억원, 올해 약 8천억원 등 총 1조2천억원을 투자한다. 특히 지난 7월 5일에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과 LED R&D 센터를 설립하고 맞춤형 산학 교육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KAIST LED R&D 센터를 중심으로 주요 프로젝트를 선정해 KAIST의 우수 교수진 및 학생들과 LG이노텍의 연구원들이 공동으로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해 인재 확보와 기술 개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신개념 백라이트유니트(BLU) 기술을 양산에 연결하는 성과를 내놓았다. 지난 5월 LG이노텍은 LED,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보다 색재현율이 높은 차세대 '퀀텀닷' BLU를 적용,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로 했다.

퀀텀닷은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노 소재 중 하나로 AMOLED의 색재현율을 능가하고 LED와 조합해 가격경쟁력 및 크기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 노력이 활발한 신소재다.

'무일푼'에서 시작한 한국 부품 산업을 현재 1위로 키워낸 한국 전자부품 업체들. 휴대폰, PC, TV, 반도체, LCD 등 한국 전자 제품의 든든한 바탕을 이루며, 또다른 부를 창출해 내는 전자 부품 산업은 한국 경제의 든든한 근간을 이루는 초석(硝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