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XP 특집]윈도XP 태풍이 몰려온다

 


지난 8월 24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은 회사 동료인 짐 알킨씨와 함께 CD롬 한 장씩을 들고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윈도XP 완성을 발표하는 공식 행사였다.

그 동안 연방정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사건과 관련한 지리한 법정공방을 펼치느라 늘 신경이 곤두서 있던 빌게이츠에게 이 날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새로 출범한 부시 행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MS 측에 화해 제스처를 보여 잘 하면 소송이 유야무야될 수 있는 데다, 이날 탄생한 윈도XP가 PC 및 SW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경우 다시 한번 IT산업의 강자임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MS는 그날 이후부터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차근 차근 윈도XP 띄우기를 추진해왔다. 윈도XP 베일 벗기기부터 시작해 PC 제조업체들을 위한 마케팅 계획, 기업 PC사용 고객들을 위한 마케팅 계획,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마케팅 계획 등을 서서히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전략에 따라 지난 주에는 대기업 PC제조업체들을 위한 윈도XP RTM버전을 공급, 10월 초 PC업체들이 윈도XP를 탑재한 PC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일반 소비자 및 기업 고객들을 위한 할인행사에도 본격 돌입했다.

10월 초부터는 대기업들이 윈도XP 탑재형 신형 PC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퍼부어 '윈도XP 붐'을 조성하고, 10월 중순부터는 MS가 본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MS는 침체된 PC시장과 IT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그 주인공이 바로 MS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차기 사업전략에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불경기에 태어난 '옥동자', 윈도XP

지난 99년부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닷컴' 열풍은 지난해부터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세계 산업발달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던 IT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가와 언론에서는 "닷컴의 버블(거품)이 제거됐다" "세계 경제는 불경기에 접어들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닷컴 업체들의 주가폭락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비롯해 인텔, IBM, MS, 오라클 등 세계적인 IT업체들의 주가폭락으로 직결됐다. 가장 큰 수요처인 닷컴 업체들이 맥을 못 추는 바람에 이들에 솔루션과 제품을 공급하는 IT업체들의 매출도 줄어들기 시작한 것.

한때 인텔의 새로운 CPU인 펜티엄4가 침체된 IT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IT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감원과 조직축소를 유행처럼 실시했다. 일부 업체들은 경기부진의 여파로 아예 문을 닫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는 이 같은 불경기에 태어났다. MS는 윈도XP가 침체된 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윈도XP 마케팅과 관련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뿌린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MS의 지사인 ㈜마이크로소프트(대표 고현진)는 자사의 전체 마케팅 비용 가운데 30% 이상을 윈도XP에 집중적으로 퍼붓겠다고 밝혔다. 인텔코리아 및 국내 PC제조업체들과의 협력관계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MS가 할 수 있는 모든 자금과 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제공해 '윈도XP 붐'을 조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PC업체들의 광고게재 제한도 풀어줬다. 과거 MS는 새로운 OS가 출시될 때마다 제품광고를 특정일 이전에 할 수 없도록 제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업들이 자유경쟁을 통해 윈도XP를 탑재한 PC광고에 나설 수 있도록 일종의 '재량권'을 부여한 셈이다.

MS는 인텔과 대립관계인 AMD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AMD에 대한 지원으로 MS의 절친한 파트너 인텔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윈도XP를 띄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MS가 윈도XP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의 경기가 '너무나도' 나쁘기 때문이다.

경기회복기나 경기상승기에 신제품이 출시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이 신제품에 관심을 갖지만 지금은 가급적 지출을 삼가고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으면 되도록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있어 윈도XP 출시의 타이밍이 '최악의 상태'나 마찬가지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들 하지만 윈도XP 하나만으로 현재 침체돼 있는 경제전반과 IT산업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경기에 태어난 '옥동자' 윈도XP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여기에 있다.

◆PC관련업체들, 윈도XP 등장에 일제히 환영

지난 8월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지하에 개장한 '윈도XP 체험센터'에는 국내 내로라 하는 PC관련업체 사장과 중역들이 대거 몰렸다.

이들은 윈도XP의 첨단 기능과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새로운 기능들을 둘러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윈도XP 체험센터 관람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윈도XP만이 침체된 PC산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심지어 한 PC업체 중역은 "윈도XP와 펜티엄4에 목숨을 걸었다. 제발 침체된 PC경기가 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할 정도였다. 또 다른 업체 중역 역시 "본사에서 MS가 원하는 건 뭐든지 지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PC산업이 회복될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PC업체들이 윈도XP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그 어느 때보다 MS에 의지하고 MS와 함께 PC산업을 부양시키기 위해 총력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처럼 PC업체들이 윈도XP 출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례 없이 PC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 한국,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올들어 처음으로 'PC매출 감소'의 충격에 휩싸여 있다. 이제 PC는 가전제품처럼 '사양산업'이 됐다고 보는 애널리스트까지 나올 정도다. 일부 업체들은 생산시설을 줄이고 판매망을 정비하는 등 군살빼기 작전에 돌입했다.

PC가 워낙 많이 보급돼 있어 웬만한 신제품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심지어 인텔마저도 펜티엄4로 신규수요를 창출하려고 노력했으나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반도체 업체들 역시 메모리 가격 폭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날마다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매각을 추진하는 업체들이 있는가 하면, 판촉용으로 메모리를 끼워 팔면서 재고소진에 나서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윈도XP가 매출확대에 실패, 절망적인 상황에 몰려 있는 PC 관련업체들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스타'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윈도XP, 과연 불황 탈출의 촉매가 될 수 있을까

MS와 PC업체 등 IT업체들은 윈도XP가 불황 탈출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꽁꽁 얼어 있다.

지난 4월 국내의 한 컴퓨터전문 포털사이트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윈도XP 구입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17%만이 윈도XP 구입에 긍정적이고 25%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총 1천581명이 참여한 이 설문에서는 아예 윈도XP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도 18.6%(294명)나 됐다.

물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윈도XP가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차가웠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보다 큰 이유는 전 세계 경제 전반을 덮고 있는 불경기 여파 때문이란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폭탄테러 및 이에 따른 미국과 테러조직과의 전쟁 가능성도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테러 이후 미국업체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각종 투자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실업률 증가, 구매력 감소 등의 분위기가 확산되면 윈도XP로는 도저히 침체된 경기를 살릴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MS 역시 이 점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다. 테러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하필 윈도XP 마케팅이 시작되는 시점에 이런 사고가 발생하다니..."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MS는 윈도XP가 일단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역할만이라도 충실히 할 수 있다면 성공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MS의 한 관계자는 "본사는 인터넷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닷넷(.NET) 전략을 기반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윈도XP 역시 닷넷의 일부분으로, PC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experience)을 제공해 닷넷의 우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우리의 전략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기자 hwipara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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