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블로그]'낚시' 속에 세상 모든 이슈가…


최근 야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한화 이글스의 강타자 김태균의 거취다.

'김태균이 일본 진출을 희망하지만 소속팀이 하기에 따라 남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6일자 보도를 보면 눈에 띄는 댓글이 있다.

'김태균, SK 와이번스와 최대 몸값으로 협상 중'

친절하게도 옆에 모 포털 뉴스의 링크까지 달아 두었다. 호기심에 링크를 주소창에 붙여 보면……. 김태균은 없고 한 청년이 큰 물고기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와! 월척이다!' - <1일 경기 평택 진위천시민유원지에서 열린 전국 민물고기 맨손잡이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뉴시스가 2006년 8월 1일 보도한 사진 기사 '와! 월척이다!'다. 제대로 '낚인' 것이다.

요새 '낚시'는 '물고기를 잡는다'는 본래의 뜻으로 쓰이는 일이 별로 없다. 인터넷에서 사람을 골탕먹이는 행위를 가리키는 관용어로 이미 자리 잡은 것 같다.

누군가 호기심 갈 만한 제목으로 글을 써 링크를 단다. 막상 링크를 타고 가면 제목과 전혀 상관 없거나, 별로 상관 없는 내용이 기다리고 있다. '떡밥'인 제목을 그럴 듯하게 잘 지어야 잘 낚을 수 있다.

'낚시'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다. 언론이 인터넷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낚시성' 보도를 남발하자 네티즌 사이에 이러한 놀이(?)가 생기지 않았나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뉴시스의 '와! 월척이다!' 포토 기사는 일종의 '성지(聖地)'였다. 네티즌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특정 페이지를 '성지'라 하고 거기에 댓글을 다는 행위를 '성지 순례'라고 하는데, 이 기사는 2006년 보도된 이후 무려 4천400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강태공'들의 멈추지 않는 낚시질에 지금까지도 꾸준히 비자발적 '성지 순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각기 낚여 이곳까지 흘러온 네티즌들은 댓글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애인 만드는 법 알려준다며""박지성 AC밀란 이적한다며" "연예인 연봉표 있다며""스님 머리에 낙서한 50대 경찰서 갔다며"

낚인 불쾌함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이른바 "~다며" 놀이를 통해 댓글에 각자 낚인 사연을 익살스럽게 토로하는 것이다. 이 기사의 댓글난은 '떡밥 집합소'인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2006년 이후 지금까지 4천여 개가 달리면서, 보다 보면 그동안 세상의 이슈들이 한 눈에 정리된다는 점이다. 인상적인 제목, 아니 '떡밥'들을 몇 가지 나열해 본다(시간순).

"(J.K.)롤링이 '해리포터' 7권 포기했다며""유영철 탈옥했다며""황우석 서울대 복귀했다며""'디워' 심형래 감독이 만든 거 아니라며""아프간에 특수부대 보낸다며""남대문 불탄 거 진짜 아니라며""광우병 치료약 나왔다며""동방신기 해체한다며""OOO 대통령 하야한다며""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짝퉁이라며""신종 플루로 전국 휴교령이라며"

"고이즈미 알고 보니 한국사람이라며" "조수미 랩 한다며" 처럼 기사에 옮기기 민망한 황당한 댓글도 많다.

위 댓글도 마찬가지로 모두 사실이 아니지만 그때 그때 세상을 휩쓴 이슈들이 뭐였나 돌아 보게 만든다. 황당한 거짓말 속에 언뜻언뜻 그 사안에 대한 대중의 심리상태도 보인다.

이 기사 말고도 인터넷 곳곳에 있는 '진짜 낚시' 기사에는 여지 없이 이러한 댓글 놀이가 오늘도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을 낚을 '강태공'들, 그리고 기꺼이 떡밥에 낚일 사람들.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낚고 낚이는 와중에 인터넷 한 편에서 '이상한' 방식으로 역사가 기록되고 있는 셈이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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