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쇼크] 워싱턴에서 보낸 소식...임성재 인큐 사장

 


임성재 인큐 사장(37)이 미국에 대한 동시 다발 테러를 전후로 생생한 현지

의 분위기를 inews24에 e메일로 전해 왔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임

사장은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획득하고, 위싱턴에서 컨

설팅·인큐베이션·해외마케팅 등을 주 사업영역으로 하는 인큐를 창업, 경영

하고 있다. [편집자 주]

------------------------------------------------

9월11일 오전 8시 45분 (미 동부 현지 시간. 이하 현지 시간) 보스톤 로간 국

제 공항을 출발한 아메리칸 에어라인 11번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북타워

를 강타했다.

20여분 후인 9시 5분 같은 공항에서 출발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175번기가

남타워를 향해 돌진했다. 이와 동시에 워싱턴 근교의 덜레스 국제 공항을 출

발한 아메리칸 에어라인 77번기는 예정된 기착지인 로스엔젤레스를 향했던

항로를 워싱톤 시내 방향으로 틀었다. 기수를 바꿔 비행하던 중 펜타곤 근처

에서 급회전 후 9시 45분경 펜타곤 (미국방성) 에 돌진했다.

잠시 후 9시 50분경 두 번 째로 공격 당한 세계무역센터 남타워가 붕괴했다.

10시 30분경 북타워도 무너지는 참사를 겪는다.

한편, 뉴아크 공항을 떠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번기가 기착지인 샌프란

시스코를 향하는 항로를 벗어나 펜실바니아의 피츠버그 남방 80마일 지역

에 추락한다.

이런 일련의 참사는 참사 그자체로도 엄청난 충격이지만, 공격 당한 대상들

이 미국을 상징하다고 보면 그 파장 효과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뉴욕 세

계무역센터는 수많은 금융 회사와 외국계 지점들이 위치해 있으면 세계 금

융 및 상업의 중심지임을 상징하는 곳이다. 펜타곤은 미국의 힘을 상징한다

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자존심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 및 테러의 위협이 피부에 닿지 않던 미국인들에게는 새로운 세상

의 도래를 의미한다. 그 만큼 충격의 여파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혼돈과 충

격, 슬픔 그리고 분노 속에 있는 미국의 소식, 특히 워싱톤의 상황을 전한다.

-9월 11일

9월 11일 아침, 어제 오후에 잔비가 내려서인지 벌써 9월 중순에 들어섰는데

도 한동안 여름 더위가 가시지 않던 워싱턴 지역은 가을의 기분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아침이었다. 조금 늦은 출근 길에 오르기 위해 차에 올랐다. 버릇처

럼 매일 듣는 FM 방송을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켜며 오늘의 일정을 생각해 보

려고 했다.

하지만 기대한 음악은 나오지 않고 많이 익숙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NBC 방송 앵커인 탐 브로커였다. 세계 무역 센터의 빌딩이 불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도 한국의 삼풍과 같이 부실 건물을 지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비행기에 의한 테러라는 내용을 전했다. 계속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과 함께 온 미국을 고통과 분도 속에 몰아넣은 테러 공격의 시작

이었다.

잠시 후, 테러는 뉴욕에만 머물지 않고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을 강타했다.

펜타곤은 비행기 돌진에 의해 불타고 있었다. 초기엔 영문을 모르던 시민들

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11시에 고객사와 미팅이 예정되어 있는 관계로 약속 장소로 갔으나 모

두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역

력했다. 당연히 루머 (‘국무성도 폭탄 테러를 당했다’, ‘펜실바니아에 떨어

진 비행기는 미 공군이 격추했다’, ‘현재 여러 대의 비행기가 테러를 목적으

로 워싱턴 지역으로 돌진하고 있다’- 일부 한국의 언론에도 검증없이 보도

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가 난무했다.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알수 없는 시민들은 모두들 TV의 CNN이나 MSNBC로 몰려들었다.

필자가 혼돈 당시 위치하고 있던 워싱턴 근교의 타이슨스 코너 지역은 하이

테크 회사가 많이 모여있다. '워싱턴의 실리콘 밸리'로 불린다. 테러의 목표

가 된 워싱턴 시내나 펜타곤과는 약 15~20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하지

만 펜타곤에 대한 테러와 그 위협 때문에 전면 문을 닫은 연방정부 기관들로

부터 그 심각한 영향은 금새 느낄수 있었다. 거리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

는 시민들의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다. 간혹 펜타곤으로 이동하는 소방차량

과 병원 차량의 경적 소리가 시민들의 두려움과 혼란을 증가시켰다.

기본적 통신 수단인 전화는 불통이 된지 오래고 핸드폰은 전혀 작동을 하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동시에 가족 및 친지, 동료의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 통

화를 시도한 관계로 과부화 현상이 일으킨 결과다. 인터넷도 동시에 접속을

시도한 결과로 교통량이 증가하여 접속불가 현상이 나타났다.

역시 텔레비젼의 위력을 실감한 날이다. 생생하게 보여지는 유나이티드 항

공 175번기가 세계무역센터의 빌딩에 돌진하는 장면은 미국인 모두에게 경

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마치 영화 ‘다이하드’의 한 장면 같은 화면은 이 테

러 사건의 비극을 정확히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갑자기 오래 전에 읽은 탐 클랜시의 소설이 생각났다. 그 소설은 일본 소속

의 여객기가 조종사의 심리적 이상에 의해 미 의회 건물에 돌진하면서 시작

된다. 이 사고로 대통령 및 많은 국가 지도자가 사망하고 부통령이었던 주인

공 라이안이 그 위기를 잘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하

며 소설을 읽었는데, 실제로 한 대도 아닌 무려 네 대가 동시 공격을 감행하

다니.

간신히 정오가 넘으면서 전화 통화가 간헐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서울

에서는 심야 뉴스시간과 긴급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이 알려졌다. 초기에 정확

한 정보 부족 현상으로 오보가 많이 나가서인지 워싱턴과 뉴욕에 가족을 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미국에 아는 사람이 있는 모든 분들이 걱정을 한 모양이

다. 서울 뿐만아니라 로스앤젤리스 등 다른 도시로부터 안부 전화가 연이었

다.

이 시간 이미 워싱턴의 모든 연방 정부 관련 건물은 소개되었고, 학교 및 일

반 기업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워싱턴 시내로 들어가는 대부분의 도로는

출입을 통제했으며 가급적 외부 출입을 삼가라고 시 당국은 당부했다. 워싱

턴과 근교는 12일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정부는 업무를 재개하지

만, 공무원들에게는 자율적인 휴무를 허용했다.

뉴욕의 상황에 비하여 비교적 워싱턴은 피해 상황이 훨씬 작다고 볼 수 있

다. 펜타곤 자체가 일반 건물과는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넓은 지역

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테러에 의한 간접적인 피해는 적을수 밖에 없다.

또한, 한국에 보도된 것과 달리 지역 정부와 연방정부의 신속한 대응, 그리

고 침착하게 대처한 시민들의 도움으로 큰 혼란없이 초기 혼란을 극복한 듯

하다.

정부는 발표를 통해 모든 비행기들은 가까운 공항이나 다른 나라로 착륙이

유도됐다. 적어도 수요일 오후까지는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된다고

보도했다. 초기 상황과 달리 더 이상 외부에서의 위협이 없다고 결론나자 모

든 노력은 테러에 의해 불타고 있는 건물과 인명 구조에 모아졌다. TV는 계

속해서 시민의 헌혈을 촉구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속속 들어오는 정보를 시

청자에게 제공했다. 11일 하루 종일 모든 정규 방송은 취소되고 뉴스로만 구

성되었다. 쇼핑 채널, 오락 채널 등도 모두 뉴스 방송을 내보냈으며 광고는

하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저녁 8시 30분 전국에 발표한 대 국민 담화에서 미국은 이 테

러의 주범자와 그 주범자를 도운 모든 국가 및 단체는 미국의 적이라 간주하

고 응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 의회도 의사당 계단에서 모임을 갖고 당이

나 신념에 관계없이 모두 일치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워싱턴 시내는 경찰, 소방, 군용 차량들이 질주하고 중화기로 무장한 특별

경찰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펜타곤에서는 계속되는 불길과 폭파의 잔해로

인해 구조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9월 12일

대부분 정부 기관은 수요일 정상 업무에 들어갔다. 워싱톤과 근교의 학교는

수요일까지는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다. 비행기가 돌진한 한쪽 면이 크게 손

상된 펜타곤은 계속해서 타오르는 불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연료를 가득 실은 비행기가 추락한 관계로 간헐적인 폭발에 의해 진화에 어

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충돌 후부터 시작된 진화 작업은 12일 오후 현재

계속되는 불길로 건물 대부분의 인력들을 외부로 소개시키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추산이 이르지만, 현재 보도에 의하면 800명 가량이 펜타곤

폭발로 인해 사망한듯 하다. 인근의 병원에는 구조된 인명과 부상자들이 속

속 들어오고 있으나 추가 건물 붕괴의 위험과 간헐적인 폭발, 계속 번지는

불길로 인해 추가 구조가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구조 작업과 동시에 FBI의

테러 수사도 이루어지고 있는 관계로 현장은 외부인의 접근이 금지되고 있

다.

워싱턴 시내는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주요 건물 주변은 중무장한 군

·경찰 병력이 지키고 있으며 주요 도로도 통제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정부 기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들도 정상 업무에 들어갔다.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도 정상 업무에 들어갔다. 어제 상황에 비해 많이 안

정됐으며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어제의 사태를 주제로 얘기를 나

누고 있다. 아직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믿기를 어려워

하는 표정들이다. 또한 도로변이나 건물 주변에 주둔하고 있는 장갑차나 중

무장 병력은 마치 전시를 방불케 한다.

또한 어제의 건물 폭파가 워낙 큰 일이고 테러 그 자체에 가려서 언급이 안

되던 추락 비행기의 탑승자에 대한 정보가 뉴스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가

족들의 슬픔에 잠긴 장면이 테러 장면과 함께 종일 TV의 화면을 가득 메우

고 있다.

뉴욕의 상황은 심각하다. 어느 누구도 희생자의 수자에 대해 언급하길 회피

하고 있다. 평상시 두 건물의 유동 인구가 15만명인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

명 피해가 예상된다.

삼풍 사고 당시 구조업무가 어려웠던 것을 생각하면 100층이 넘는 건물 두

개 동이 붕괴되면 어떠하리라 상상이 갈 것이다.

12일 현재도 맨하탄의 남쪽 지역은 모든 활동이 중지된 상태며 당분간 구조

작업 외의 어떠한 활동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 시장은 금요일이나

돼야 부분적으로 개장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로 알려

져 있다. 뉴욕 증권 거래소 (NYSE)는 사고 현장에서 몇 블럭 떨어져 있지만

세계 무역센터 지역에 많은 금융 회사가 밀집해 있고 이번 사고로 생긴 충격

을 감안하면 당분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어제의 미국이 테러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구조 및 수습에 전력을 다했

다면 12일의 모습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FBI와 관련 기관들의 수사로

테러 관련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테러의 주범으로 극단적 이슬

람 운동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오사마 빈 라덴 (Osama bin Laden)과 그 주

변 단체가 지목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과 미국 정부는 오랜 기간 갈등을

겪어 오고 있으며 과거에 일어난 세계무역센터 폭발 사고, 아프리카 미국 대

사관 폭발 사고, 미 군함 폭발 사고 등 최근에 일어나 일련의 테러 사건의 배

후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맞추어, 미국 여론도 강경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사고 직후

실시한 워싱톤포스트-ABC 여론 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90%가 보복을 해

야한다고 답했다. 또한 주요 신문의 칼럼니스트와 외교 국방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대응이 약하다고 비판을 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전직 국무, 국방, 중앙 정보부장 등 일제히 테러 행위를 규탄하고 미국의 철

저한 보복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현재의 상

황은 주모자를 찾아 법정에 세울 일이 아니라, 이 테러 행위는 선전 포고에

해당되므로 당연히 미국도 선전 포고 상태에 들어가야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누가 이 테러를 지시했으며 누가 배후에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

만, 배후가 밝혀지는 즉시 미국은 전쟁 상태에 들어가야한다는 것이 지배적

인 여론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에 의하면 배후가 누군지는 점점 자명해지

고 있고, 이미 라덴을 숨겨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카니스탄은 미국을

향해 보복을 하지말아 달라는 애원을 보내고 있다.

북대서양 조약기구 역시 규약에 따라 미국과 행동을 같이 하기로 결정하는

등 수사 결과가 어느 정도 윤곽을 잡게 되면 대규모 군사 행동을 피하지 못

할 것 같다. 미 정부로서는 국내 여론을 감안할 경우 한 방향 즉, 전쟁 상태

로 돌입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 현재의 예상이다.

부시 대통령이 처음 사건이 터진 후 즉시 워싱톤으로 귀환치 않고 루지아나

와 네브라스카의 전략 기지에 머물다 돌아온 것이 뉴스의 비판 대상으로 떠

오를 정도로 여론은 상당히 강경하다.

이러한 여론의 향배와 더불어, 경제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하강 국면을 맞고 있는 미국 경제가 이 사건의 여파로 더

욱 하강기로 들어 갈 것으로 예상한다. 올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가 다수이며,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할 경우 경

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걸프 전 이후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들어갔음을 볼 때, 현 상황도 미국 경

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벌써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 속에 일부 지역에서는 1갤런 당 5달러까

지 올랐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은 큰 변화없이 평온한 모습

이다. 상가나 백화점도 사재기 현상은 거의 보이지 않으며 성숙한 시민 정신

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 테러 이틀째인 12일의 미국 모습이다.

수사 결과의 향방, 그에 따른 여론의 향배가 테러 후의 상황을 이끌겠지만

현재로선 당분간 미국 내에 분노의 열기가 가득할 것이다. 또 그 분노는 어

디론가 터져야 하는 상황에서, 세계는 한번 더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 같다.

미국 경제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한국 경제로서는 이 사건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정치·경제 상황이 기

업 활동에 위축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런 외부적 요인이 가중된다면 미국 뿐

만 아니라 한국도 힘든 전쟁을 치뤄야 할 것 같다.

/워싱톤=임성재 인큐 사장 sjyim@incuecorp.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