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IT융합의 현장]HK e-CAR 차량용 블랙박스(하)


◆블랙박스, 제 2의 내비게이션 될 수 있나

내비게이션은 초반만 해도 극히 일부 사용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모르는 길도 대신 찾아준다는 기대감에 해가 갈수록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갔었다.

하지만 과연 블랙박스 시장도 그러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앞서고 있는 상황. 현재 해외 수출은 현대차에 옵션으로 들어가는 것 빼고는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매출의 폭발적인 신장세를 확신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각 자동차 회사마다 프로토콜이 다르기 때문에 수출이 어렵다. 범용개발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나중에 자동차간의 통신 프로토콜 사양이 통일된다면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먼 이야기다.

그러나 HK e-CAR는 충분히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HK e-CAR의 지난해 매출액은 20억원이며, 올해는 애프터마켓 진출로 매출액을 80억원까지 올릴 예정이다. 내년에는 그보다 한 단계 뛰어오른 3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다는 것이 목표다.

연 300~400%에 달하는 성장률이 무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는 내비게이션 시장의 초기 성장세보다 더욱 가파른 것이다. 그러나 HK e-CAR 박 전무는 "(매출액 300억원의 경우)블랙박스 상품을 대당 평균가격 30만원 정도로 가정하면, 10만대를 판매하면 된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국내 자동차 사용인구만 1천600만명인데, 이 중 100분의 1만 끌어들여도 목표치보다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아직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마니아 층이 탄탄하다는 것도 향후 시작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등록된 블랙박스 동호회 카페(cafe.naver.com/blackboxclub)의 경우, 벌써 가입자만 8천200명에 달하고 있다.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도 블랙박스 장만을 위한 ‘공구(공동구매)’가 유행이다. 블랙박스의 성능에 대해 카페 내에서 자세히 리뷰하는 블로거들도 늘었다.

또 여전히 일부 마니아 계층의 전유물로만 머물러 있는 애프터마켓 시장이 향후 정부 정책 시행에 따라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운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달리 받는 자동차보험 출시를 금융당국이 업계와 손잡고 준비중이다. 이 보험상품은 자동차 주행거리가 길면 긴 만큼 보험료를 많이 내고, 짧으면 보험료를 적게 내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데, HK e-CAR는 이 과정에서 자동차 거리를 재는 운행기록계가 탑재된 블랙박스가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보험료 인하라는 인센티브가 있으면, 일반 운전자들도 가격 부담 없이 블랙박스 설치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HK e-CAR 관계자는 “보험 상품의 혜택을 입기 위해서는, 정확한 운행 거리를 조사해 주는 블랙박스의 기능이 필수적”이라며 “필요성에 따라 구입할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저가 블랙박스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이미 유사한 상품을 제조해 판매중인 업체만 30개. 내비게이션 업체처럼 블랙박스 업체도 과도한 경쟁 때문에 고사할 지 모른다는 염려를 안겨주고 있다. HK e-CAR는 이에 대해 품질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걱정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블랙박스의 핵심이 되는 사고기록계는 국내에서 HK e-CAR 외에 상용화 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다고 단언했다.

타사 블랙박스에 탑재된 것은 운행기록계 뿐으로, 운행기록계는 사고시 바퀴속도가 0이 되면 그 때부터는 속도를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나, HK e-CAR가 제조하는 사고기록계가 탑재된 블랙박스는 충돌 후 최종 정지 상태까지의 정보를 모두 저장 가능하다. 브레이크를 밟고 차량 바퀴 속도가 0이 돼도, 관성력에 밀려서 움직이는 차량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는 뜻.

HK e-CAR 박 전무는 "운행기록계는 비교적 제조가 쉬워, 국내 10여개 업체가 제조하고 있지만 사고기록을 저장하고 해석하는 기능을 갖는 사고기록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HK e-CAR가 타사와 차별화된 월등한 기술력으로 과연 불모지인 국내 블랙박스 업계의 지평을 넓히고, 타사와의 가격, 품질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HK e-CAR[인터뷰-HK e-car 박종원 전무/연구소장]

블랙박스 연구를 총괄하는 박종원 전무는 실무부터 재무사정까지 훤히 알고 있는 업계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 앞으로 낼 복합제품의 사양을 물어보니, 성능보다는 가격적 측면을 더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박 전무는 "가격적인 면에서 두 개(카메라, 충돌기록계)를 동시에 탑재하고도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초기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싼 상품은 먹히지 않으므로. 경제적인 가격으로 접근하겠다"고 전략을 밝혔다.

그는 새로 나올 복합 블랙박스에 대해 “카메라와 차량정보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제품인데도 50만원 이하 수준이면 괜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중에 나오는 내비게이션이나 블랙박스는 아직 차량의 부품이 아닌 '액세서리' 수준이라며 액세서리와 부품의 차이를 강조했다. 액세서리는 차량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으며, 법적으로 표준도 마련되지 않은 그야말로 장식품이지만, 부품의 경우는 차량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으로 법적으로 표준도 마련된 상태의 기기를 뜻한다.

박 전무는 "차량 부품으로 인정받는 상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기술력이 있지만, 아직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보지 않아 일단 라이트 제품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중에 시장이 커지고 고급 블랙박스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 차별성을 갖출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초기에는 액세서리 수준의 제품이 팔리지만, 향후 시장이 무르익으면 '부품' 수준의 제품에 사람들이 눈길을 돌린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30개 이상 난립하고 있는 블랙박스 제조사에 대한 걱정이 정말 없을까. 현재 시중에는 유비원, PLK, 제이콤, 레코디아, 조우텍 외 30개사가 블랙박스를 시판 중이다. 이들의 경우 가격대가 20만원대 후반~30만원대 초반이다. HK e-car의 모비 시리즈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비슷한 가격대에 팔리고 있다.

박 전무는 이에 대해 "시중 30개사 중에서는 이전에 택시용 주행기록계를 만들던 업체 20개와, 정말로 블랙박스 제조 능력이 있는 10개사 정도가 있다"며 “그러나 향후 주행기록계만이 아닌 복합적 기능이 중시되는 내비게이션이 대중화되면 10개 내외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화의 발판으로는 택시 도입이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무는 "애프터마켓(AM)에서는 수요층이 얼리어답터에서 관심계층으로, 그리고 일반계층으로 옮겨진 다음 마지막 대세를 따라가느라 뒤늦게 구입하는 계층 등으로 넓어지며 시장이 커지게된다"며 "그런데 그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관심계층사이로 넘어가는 단계에 택시가 있다"고 말했다.

택시에서 제품이 잘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 박 상무는 택시 수요만 전국에 42만대가 있다며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택시 등 상용차 탑재 의무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실제로 시행됐을 때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는 것.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블랙박스 시장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인식 변화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처음 ABS나 에어백이 세상에 나왔을 때도, 모든 차가 이 장치를 도입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를 대비해야 한다는 안전 의식이 강한 소비자들은 추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에어백을 차에 설치했다.

“블랙박스 역시 이처럼 안전에 있어 필수품이라는 데 시민들의 인식이 맞춰져야 한다”고 박 전무는 말했다. ABS나 에어백과 동급 수준이라는 마음이 생겨야, 확산도 된다는 것.

HK e-CAR는 블랙박스를 관련기관 및 공공기관에 소개하는 데도 열중하고 있다. HK e-CAR는 국과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데이터 신뢰성을 검증하고, 도로교통공단에 제품소개도 했다. 지난달에는 사고분석 요원의 합숙훈련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블랙박스의 일부 기능(영상촬영) 등은 현재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지도 못하고 있을 정도로, 아직 그 성능을 완벽히 인정받고 있지 않다.

박 상무는 "관련 부처 담당자들마저도 블랙박스의 효용에 대해서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계속된 교육으로 인해 점차 평가가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구입하기에는 부담감이 있는 가격대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블랙박스를 육성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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