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실직 사태 확대를 막기위해 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확대하자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공기업이 이끌고, 재계가 따라가는 식이다. 중소기업계에서도 동참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IMF시절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던 '금모으기 운동'과 함께 일자리 나누기 운동은 위기극복의 '해법'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모으기와 잡쉐어링은 다르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감동 없는 억지춘향식
잡쉐어링은 신입 직원들의 연봉을 깎아 인턴 혹은 정규직 신입을 더 채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경기침체 확산기를 맞아 청년실업자를 줄이고, 고용시장 활성화를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실행 방법이다. 금모으기 운동이 지금까지도 '범국민적 화합'의 실례로 회자되는 이유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장롱 속의 금을 가지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갓난아기 돌반지부터 칠순 노인의 금니까지, 강요보다는 자발적인 참여가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98년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사람은 전국적으로 351만명. 모인 금만 225톤으로, 당시 달러로 환산하면 21억3천982만달러였다. 당시 외채 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금모으기 운동이 IMF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하진 못했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자리 나누기 운동은 사실 '운동'의 이름을 빌린 '강제'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재계는 지난 2월 대졸 초임을 최대 28% 삭감해 인턴사원 등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일자리 늘리기에 합의했다. 그러나 자발적 합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공기업·공공기관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일제히 운동에 참여한 것을 모범사례로 삼아 정부와 언론이 부추긴 감이 없지 않다.
금융노조는 이에 대해 "일자리 나누기 운동은 사회 여론이 아니라, 언론과 정부가 여론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번 운동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대졸 신입들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도 '강제성'을 더한다. 전경련측은 '왜 기존 직원들이 아닌 대졸 초임만 삭감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손쉽게 삭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자발성이 없으니 금모으기 운동 같은 '울림'이 없는 것이다.
◆인턴 뽑아 놀리기…전형적 낭비
자발성이 없다 보니 자율성도 자연히 떨어진다. 자연스런 경제 흐름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금모으기 운동의 경우 장롱 속에 잠들어 있는 유동성(금)을 현실경제로 끌어올리는 선순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자리 나누기의 경우 비효율과 인력낭비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 인턴을 채용한 한 금융기업 관계자는 "직무가 전문적이다 보니 단기 인턴들에게는 시킬 수 없다. 일을 찾아 주어야 하는데, 어차피 시킬 일이 없으니 결국 아르바이트생과 비슷한 사무보조 일을 시킬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인턴을 늘려서 고용창출을 늘린다는 것이야말로 넌센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연봉이 깎인 신입사원들과 그렇지 않은 기존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노동계 전문가들도 일자리 나누기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고용효과가 있는 것은 정규직이지만, 기업들이 이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인턴만 양산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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