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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SSD '희망의 꽃' 피웠다


성능향상-가격하락 달성…안정성-시장확대 과제

차세대 저장장치로 꼽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는 올해 탄생 20여년만에 최대 격변기를 맞으며, 시장 확대를 위한 기초를 다졌다.

아직까지 디지털기기 저장장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는 해외기업들이 시장을 거머쥐고 있다. 반면 SSD는 국내 대·중소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SSD는 올해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높은 가격 문제를 적잖이 해결했다. 이는 재료가 되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급락과 저가 반도체를 이용한 제품성능 향상, 글로벌 기업들의 활발한 경쟁 때문.

앞으로 SSD가 새로운 저장장치로 수요기업 및 소비자들에게 안정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는지, 향후 대량 공급사례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성장의 관건으로 풀이된다.

SSD는 D램, 낸드플래시메모리와 콘트롤러를 결합한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플래터의 정보를 헤더가 읽어내는 HDD와 비교해 성능이 우수하고 소비전력, 충격, 소음, 발열 등이 우수하다는 게 강점이다.

◆MLC 낸드 기반 고성능 SSD 등장…제품가격 '뚝'

올 상반기부터 SSD 제조사들은 저가 멀티 레벨 셀(MLC) 낸드플래시를 활용하면서도 고성능 싱글 레벨 셀(SLC) 낸드플래시 기반 제품 이상의 성능을 내는 SSD를 본격 내놓기 시작했다.

셀당 2개 정보를 저장하는 MLC 구조의 낸드플래시는 SLC 제품보다 가격이 싸고 용량 확대에 유리하지만, 데이터 읽기·쓰기속도는 크게 느리다.

삼성전자, 인텔, 인디링스 등은 MLC 낸드플래시를 쓰면서도 초당 200메가바이트(MB/s) 이상의 연속 읽기속도와 100MB/s 안팎의 연속 쓰기속도를 내는 SSD를 판매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까지 기업들이 SLC 기반 SSD로 확보했던 성능보다 2배 가까이 빠른 속도.

28일 현재 MLC 낸드플래시는 SLC 제품 가격의 6분의 1 수준으로 싸다. SSD 가격이 SLC 낸드플래시를 적용했던 지난해보다 대거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최근 서울 용산에서 MLC 낸드플래시를 적용해 100MB/s 정도의 연속 읽기속도를 내는 SSD는 128GB가 50만원대, 64GB는 불과 2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는 HDD보다 3~5배 정도 비싼 가격이지만, 지난해 수준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내년부터는 MLC 낸드플래시와 비슷한 성능을 내면서 가격이 더 저렴한 트리플 레벨 셀(TLC, 3중셀) 낸드플래시도 생산된다. 이 제품을 적용하면 SSD 가격을 또 한 번 대거 낮출 수 있어, 기업들의 대응이 관심을 모은다.

SSD 제조사들은 노트북 외에 서버·스토리지 등 기업시스템 분야에 SSD를 적용하기 위해, 임의 읽기·쓰기속도도 상당히 개선한 상태. 주로 낸드플래시를 활용해 만드는 SSD는 데이터를 읽어 들일 때 정해진 어드레스를 찾아가기 때문에, HDD처럼 임의 읽기·쓰기속도가 느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인텔은 하반기 4킬로바이트(KB) 데이터 크기를 기준으로 초당 3만5천회의 임의읽기 입출력 횟수(IOPS) 및 3천300회의 임의쓰기 IOPS를 확보한 제품을 내놨다. 이는 HDD보다 100배 이상 빠른 성능이다.

국내 중소기업 ONS(오픈네트써비스)는 자체 SSD 전용 레이드(RAID) 콘트롤러를 활용해 네트워크상에서 초당 9기가비트(Gbps)의 임의 읽기속도로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SSD 서버·스토리지를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기업들 "우리가 SSD 주역"

HDD와 마찬가지로 초창기 SSD 개발을 주도한 것은 해외기업들이었다. 텍사스메모리시스템즈(TMS), 솔리드데이터, 슈퍼탤런트 등 해외기업들은 군사·항공·선박 등 특수 분야를 비롯해 기업시스템용 SSD를 개발하며 지난 1980년대 이후 SSD 초기 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기반 SSD 중 업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PC용 SSD 시장에서 80% 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자체 집계하고 있다.

ONS는 해외보다 1~2년 정도 앞선 레이드 콘트롤러 기술력으로 역시 낸드플래시 기반 SSD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서버·스토리지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ONS가 최근 개발한 'H45000 하이브리드 서버'는 1천600MB/s의 임의읽기 및 1천200MB/s의 연속쓰기 성능을 지원한다.

SSD 콘트롤러 전문기업 엠트론과 인디링스는 삼성전자,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과 유사한 성능을 내는 SSD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국내외 대기업들과 제휴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시스템 전문기업 이슬림코리아는 지난해 하반기 국산 SSD를 활용해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업계 최초로 수백대 물량 SSD 서버 납품이란 기록을 낳기도 했다.

태진인포텍은 해외기업들이 선점했던 D램 기반 SSD로 서버·스토리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는 비상전원공급장치(UPS) 등 안전장치를 적용해 낸드플래시 기반 SSD보다 월등히 빠른 D램 탑재 SSD 서버·스토리지를 해외기업들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글로벌 서버·스토리지 기업들이 SSD 도입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사이 국내 검색, 쇼핑, 동영상서비스, 통신, 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에 제품을 앞서 공급하고 있다.

내년 초 KT를 비롯해 거대 통신업체들이 잇달아 IPTV용 SSD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이번 수주에 성공할 경우, 안정성을 담보로 해외 각국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초저가 SSD 확산-기업 합종연횡 등 SSD시장 이모저모

2008년 SSD 시장에선 지난 20여년에 걸쳐 일어났던 일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일들이 펼쳐졌다. 그간 실험적으로 채택돼왔던 SSD가 노트북, 서버, 스토리지 등 일반 시장에 대량에 공급될 수 있는 시기에 이르면서, 기업들의 다양한 전략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주요 히트상품이라 할 넷북 등 초저가 PC가 확산되면서 이들 상품에 맞는 전용 SSD들이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초저가 PC용 SSD는 성능보다 낮은 소비전력·발열·소음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만원대 가격으로 폭넓게 채용되고 있다.

삼성전자, 인텔, 샌디스크, 슈퍼탤런트, 도시바, 하이닉스반도체, 엠트론, 인디링스를 비롯해 대만의 여러 기업들이 4~32GB 용량의 저가 SSD를 내놓고 있다.

SSD 시장 확대의 '칼자루'를 누가 쥘 것인가를 놓고 각 분야에서 제휴도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SSD의 성능을 좌우하는 콘트롤러반도체, 저장역할을 하는 낸드플래시 및 D램, SSD 완제품 생산기업, PC 및 서버·스토리지 제조사 등이 저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SSD 및 연관제품이 시장에서 우수한 상품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각 분야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한 만큼, 국내외 기업 간 제휴가 더 촉진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반도체 1~2위 기업 인텔과 삼성전자는 SSD 시장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SSD 시장 관련 각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는 두 회사는 업계 최고 수준의 SSD를 동시에 선보이며 우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PC용 SSD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인텔이 넷북, 범용노트북, 서버, 스토리지 등 영역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제품군을 확보해 내년 주도권 싸움은 더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SSD는 손톱만한 크기의 반도체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제품크기, 모양, 용량 등에 제한이 없다는 게 강점이다. 아직까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HDD와 같은 크기 및 인터페이스를 따르고 있지만, 향후 독특한 모양새의 제품들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동전보다 약간 큰 크기의 초소형 SSD를 비롯해, 익스프레스카드 형태 제품 등 다양한 SSD가 출현했다.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방식에서도 SLC-MLC 낸드플래시 혼용제품, 낸드플래시를 대거 캐시로 활용한 제품, 각 SSD를 연결하면서 성능·안정성을 끌어올리는 레이드 콘트롤러 적용 제품 등이 선을 보였다.

미국 퓨전아이오는 서버 메모리를 끌어와 SSD 성능 향상을 도모하는 제품으로 600~700MB/s의 속도를 내는 SSD를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밖에 반도체로 구성되는 SSD의 특성상 용량 확대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제품 용량 확대 추세도 관심을 모은다. 올해 256GB의 범용제품이 출현한 가운데 내년 삼성전자, 도시바 등이 512GB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HDD가 탄생 50년만인 지난해 초 1테라바이트(TB) 용량을 달성한 가운데, SSD 용량이 HDD를 추월할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까지 씨게이트테크놀로지, 삼성전자, 도시바 등 HDD 기업들이 SSD 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올해 히타치GST도 인텔과 손을 잡고 SSD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HDD 업계 2위의 웨스턴디지털 및 후지쯔가 HDD 사업만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언제 SSD 시장에 진입할지 관심을 모은다.

SSD 제조사들은 아직까지 제품 안정성을 담보한다는 차원에서 완제품에 높은 기술료를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질 전망인데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반기 반등할 수 있어 SSD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시장조사기관들의 SSD 관련 전망치도 들쭉날쭉하고 있는 상태. 단 SSD가 모든 영역에서 HDD와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제조사들이 가격을 추가로 낮춰 시장 선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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