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주단협약을 통해 부실 위기에 놓인 건설기업들에게 만기연장 등 유동성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사실상의 건설사 '살생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회생가능성 있는 업체는 채권은행의 판단에 따라 대주단협약에 가입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가입할 수 없어 대주단협약 가입 여부가 '살릴' 업체와 '죽일' 업체를 나누게 된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측은 "가입하지 않는다고 퇴출되거나 살생부에 올라가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살생부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대주단 협약 가입 못한 기업들, 왜?
대주단협약은 지난 2월 건설회사 부실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지난 반년간 혜택 받은 업체가 1개사에 지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대주단협약이 인기가 없었던 이유는 바로 '소문'. 이 협약에 가입한 것이 알려지면 유동성 위기상황으로 의심받게 된다며, 위기에 처한 기업들도 쉽사리 가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아예 다수의 기업을 한 번에 가입시켜 부실 소문이 나올 여지를 없애려고 시도했다. 시공순위 1~100위권 업체를 한 번에 대주단협약에 가입시킨다는 방안도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이 방안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100위권 기업이 단체 가입하는 가운데 자사만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면 사실상 부실기업으로 분류, 퇴출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건설사들 사이에 퍼진 것.
특히 가입시한으로 알려진 오는 18일까지 가입하지 않으면 바로 퇴출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건설업계는 쑥대밭이 됐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 측은 "18일 이후에 와도 가입을 거부하지 않으며, 2010년 1월까지 가입이 가능하다"며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건설사들, 다 살릴 수 없다…구조조정 코앞
은행연합회는 "채권은행들이 거래기업에 대주단협약의 존재를 알리고, 유동성 위기를 겪는 우량 건설사들을 모아 대주단협약에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은행들이 강제하거나 종용하는 방식이 아니며, 철저하게 익명으로 진행되므로 소문날 우려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주단협약이 결국 건설사들에게 안전하게 유동성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실련 등이 대주단협약에 대해 민간금융을 동원해 건설사들의 부실을 해소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어차피 은행들은 대주단에 가입 안해도 지원해야 할 곳은 해야 한다"며 "한 기업에 대해 여러 은행이 한꺼번에 만기연장할 수 있어 기업과 은행 모두 상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협회가 맞다고 해도, 결국 100개 건설사 중 회생불가능으로 판정난 일부 기업들에게는 대주단협약이 '살생부'로 작용해 구조조정을 불러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주단협약에 대한 전광우 금융위장의 발언도 건설업종 구조조정을 시사하고 있다. 전 금융위장은 지난 13일 "은행이 건설사에 대해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것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며 "대주단협약이 시장의 불확실성과 전체적 시스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도 "자금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실상 모든 기업을 다 살릴 수는 없는 환경이 됐다"며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이날 시장에서도 건설업종지수는 3.53% 올랐다.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지수에 반영된 셈이다.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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