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린 IT다-중]'친환경'도 서비스다

'그린서비스' 없는 기업은 도태…톡톡튀는 전략 눈길


'그린IT'가 확산되면서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들은 더 이상 이 땅에 발을 붙이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이미 다양하고 톡톡 튀는 방식의 환경경영을 실천하는 것은 물론, '그린서비스'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유해물질, 소비전력 및 소음 등을 줄이는데 주력하는 것은 기본이고 환경단체와 손을 잡거나, 순수 자연조건을 활용해 환경 관련 비용을 줄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도 치밀해지는 해외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까지 '그린IT'에 소홀한 기업이 있다면 우수사례들을 엿보고, 환경경영 계획수립에 참고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서비스' 주력하는 글로벌 기업들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는 자신들을 서비스 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전략은 비단 3차 서비스 산업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고객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그린IT' 실현에 나서고 있다.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고객사에 대한 서비스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소비전력을 고객사가 원하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 면밀한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고 있다. 제품 성능과 친환경 수준을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고객들의 요구에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반도체 기업들의 생존수단이 되는 모습이다.

ST마이크로는 3개 컴피턴스센터(competence center)를 포함해 서울에 4개의 연구개발(R&D)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200여명에 이르는 이곳의 인력은 친환경 요소를 비롯해 고객사의 요구 조건에 충실히 부합하는 제품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부품·장비·소재 업체들이 국내외 세트업체들과 손발을 맞춰, 서비스 기반의 친환경 제품 납품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기업 시스템 분야에서도 서비스에 중점을 둔 '그린IT' 전략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 'e비즈니스' '온디맨드' 등 마케팅 전략으로 IT 업계 트렌드를 주도했던 IBM은 지난 2007년 5월 '빅 그린(Big Green)' 전략을 발표하며 친환경 및 에너지절감 정책을 구체화했다. 이는 고객이 서버 한 대를 구매하더라도 최적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진단 및 재구축 상담 등을 제공, 제품 판매를 '친환경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IBM의 이같은 전략은 HP의 '그린 데이터센터',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고 그린, 고 세이브(Go Green, Go Save)' 같은 전략 수립에 단초를 제공했다. HP는 1월 중 '그린 데이터센터'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어댑티브 인프라스트럭처' 전략을 결합해 기존 시스템을 약간 움직이기만 해도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 시스템에서 뿜어내는 열을 분석하는 방법, 이에 대한 효율적인 냉각 방법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들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IT서비스 업계 대표주자 삼성SDS는 기업의 친환경 정책을 상담하는 '환경 IT 컨설팅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은 환경규제에 대비하려는 기업들이 기업 솔루션을 이용해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 삼성SDS는 환경규제 관련 핵심 솔루션 및 관련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그린IT'가 서비스 형태로 진화하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유해물질 꼼짝마'…'제로화' 나서는 전자 대기업들

유럽연합(EU)의 대표적 환경규제인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이 납, 수은, 카드뮴, 6가크롬 등 6대 물질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것처럼 점차 환경 유해물질은 모든 완제품과 부품에서 색출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자제품을 만드는 대기업들은 제품 설계부터 완제품 포장까지 유해물질을 억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개발 및 디자인 단계부터 완제품 생산 과정까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는 '에코디자인'을 도입했다. 지난 2001년부터 협력회사와 함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녹색구매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10월부터 전체 LCD 공정에서 환경에 해를 끼치는 폴리비닐클로라이드(PVC)를 제거했다. 휴대폰 제조에 있어 폐기된 제품의 80%까지 재활용할 수 있는 새 공정을 개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PC, 모니터, DVD레코더, 세탁기 등 삼성전자가 세계 6대 환경마크 인증을 얻은 모델 수는 2007년들어 전년 대비 239%나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공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를 위해 보일러 연료를 청정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했다. 세계적인 이산화탄소(CO₂) 감축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인 '캐치(Catch) CO₂' 활동을 벌이는 등 유해물질 제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LG전자도 RoHS 및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제품 개발과 디자인부터 친환경 소재와 공정을 적용하기 위해 '에코디자인위원회'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협력회사에도 환경규제 대응 안내서를 배포하는 한편, 수시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웹 기반의 친환경 시스템을 운영하며, 모든 유해물질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 노력에 힘입어 2007년 초부터 휴대폰, 에어컨, LCD TV, 세탁기 등에 대해 RoHS 인증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대다수 기업들이 제품 자체의 친환경 요소만을 고려하는 것과 달리, 포장 부문에서도 스펀지와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유해물질 사용을 줄이고 있다. '초콜릿폰'이 대표적인 사례로 검은색 종이만을 사용해 제품을 포장했다.

LG전자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환경전문 공익재단인 'LG상록재단'을 설립, 환경 공익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해 환경경영의 성과를 외부에 알렸다. 또 온난화 방지를 위해 청주사업장을 대상으로 '에너지 인벤토리(Inventory)' 구축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전기먹는 하마' 잡기 총력전

장마철 '물 먹는 하마'는 유용하게 쓰이지만 각종 IT 분야에서 '전기먹는 하마'는 '그린IT' 실현을 위한 주적이 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기업시스템·전자기기 등 분야에서 소비전력을 줄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경쟁양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기업 데이터센터 내에서 '전기먹는 하마'로 눈총을 받던 스토리지는 '전력 다이어트'와 함께 '그린 스토리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EMC는 스토리지 냉각 관련 기술을 시스템에 직접 적용해, 장비의 뜨거운 열을 효과적으로 식히기 위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는 스토리지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자주 쓰는 디스크와 그렇지 않은 디스크를 구분하는 '파워 세이빙'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같은 제품이라도 최대 20%까지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이외에 기업시스템 업계는 스토리지 구성 설계를 바꿔 냉각 전력을 줄이거나, 가상화 기술을 도입해 소비전력을 줄이는데 나서고 있다. 컴퓨터나 서버, 스토리지의 소비전력은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가 먹는 전력량에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HDD를 친환경 저전력의 솔리트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SSD는 HDD에 비해 소비전력이 최대 10분의 1 정도로 낮은 것은 물론 소음이 아예 없다는 점에서 친환경 기기로 각광받고 있다.

KT는 에너지 절약형 '그린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로 통신업계 '그린IT'의 선봉에 나섰다. 이는 네트워크 인프라 및 서비스의 효율을 높여 자원을 절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KT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운용방식을 교류전원(AC)에서 직류전원(DC)로 전환해 약 20%의 전력 사용량을 절감했다. 이를 KT의 전체 IDC에 적용할 경우 연간 6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미국 구글이나 일본 NTC 등은 이미 직류전원 방식의 IDC를 운용하고 있다. KT는 데이터자원을 필요한 만큼만 이용하고, 이용한 만큼만 요금을 내는 과금방식을 적용해 기존 대비 전력 및 상면효율성이 약 500%, 네트워크 효율성은 약 42%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했다. 오는 2008년 4월 완공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KT 목동 IDC는 전력설비 및 과금방식의 혁신으로 컴퓨팅 파워 및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PC 업계에서 삼보컴퓨터는 대기상태에서 소음이 25데시벨(DB)에 불과한 데스크톱 PC를 선보이며 저소음 저전력 PC에 대한 친환경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소음이 적다는 것은 PC의 발열량이 적어, PC를 식히기 위한 냉각 팬이 적게 돈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그만큼 PC가 열을 낼 때, 또 이를 식힐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력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톡톡튀는 '그린IT' 전략도 눈길

하이닉스반도체는 '적과의 동침'에 나서는 환경경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10월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전국 단위 조직을 갖춘 환경운동연합과 '환경경영 검증위원회' 운영을 위한 협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환경감시를 의뢰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그동안 외부에 비밀로 했던 공정, 원재료, 배출물질과 관련한 정보를 환경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에 최대한 제공하고 있다. 이로써 오는 2009년 초까지 자사 환경경영 활동을 중점 점검받고, 향후 에너지·자원활용 등으로 폭을 넓혀 '그린IT'의 실천 정도를 검증받을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IDC의 냉각효율을 높이기 위해 추운 시베리아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가장 친환경적인 이슈가 효율적인 전력 사용임을 감안할 때, 냉각을 위해 추운 지역을 선택한다는 MS의 정책은 특색있는 친환경 정책이라 할 수 있다. MS는 미국 샌안토니오에 데이터센터를 설립, 물을 재활용해 비용절감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그린IT'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IBM, MS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원격 시스템, 통합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간접적인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도 나서고 있다. 이들은 원격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등 방법이 궁극적으로 비행기, 자동차 등에 쓰이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제품 생산을 하지 않는 인터넷 기업들의 독특한 '그린IT' 실천 사례도 눈길을 끈다. NHN은 쾌적하고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네이버 그린인터넷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 기업들의 캠페인은 영화 불법 다운로드 근절 운동, 인터넷 윤리 및 활용 교육, 자녀 PC 관리같은 안전한 인터넷 활용 서비스 제공, 최신 정보통신법률 정보 서비스 등으로 실현되고 있다.

이밖에 최근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중장기 환경 계획을 수립·실천하고 있어 주목된다. 마쓰시타전기의 '그린계획 2010', 도요타의 '환경대책 계획', NEC의 '환경경영비전 2010', 리코의 '환경행동계획', 도쿄전력의 '비전 2010' 등이 그 사례. 과거부터 '그린IT' 분야에서 앞선 면모를 보여 온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장기 환경경영 사례를 면밀히 살피고 배우는 자세가 요구된다.

◆'뭉쳐야 산다'…친환경 컨소시엄 봇물

여러 기업들이 뭉치면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력이나 친환경 서비스 및 관련 기술 개발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린IT' 관련 연합전선이 본격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인텔과 MS, 구글, 델, HP, 히타치, 후지쯔 등은 환경문제에 임하는 업계 단체 '기후보호 컴퓨팅 선도자들(Climate Savers Computing Initiatives)'을 설립했다. 참가기업들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효과 감축을 위한 체계를 마련해 실행하고, 세계자연보호기금(WWF)으로부터 관련 검증을 받는 식으로 '그린IT'를 실천하고 있다.

HP와 IBM은 AMD,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비용 감소를 목표로 하는 단체 '그린 그리드(The Green Grid)'도 설립해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7년 2월 발족한 이 단체엔 델, APC, VM웨어 등이 추가로 가입해 95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 전자,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업계는 각 분야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들이 힘을 모아 국제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새로운 '그린기술' 개발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여기에 환경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부처의 지원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떠오르는 '그린오션'을 선점해나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아이뉴스24 편집국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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