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미]무선인터넷소송에 대한 법원판결의 의미


2006년 2월경 멜론의 자동유료가입절차를 문제삼아 녹색소비자연대와 공익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휴대폰 문제로 자살했던 고 강민욱군의 가족들이 찾아와 사건을 선임하면서 무선인터넷 문제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고 강민욱군 사건을 처리하려고 통신회사와 만나니,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만 했습니다. 어린아이에게 한 달에 300만원이나 되는 통신요금이 나왔는데 단지 도의적인 책임만 지겠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동통신회사들에 강한 사회의 불만을 표출하고 책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소송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녹색소비자연대와 공익소송을 모집했고, 60여명의 소송인단을 모집한 뒤 작년 9월경 SK텔레콤을 상대로 첫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SK텔레콤이 인가사업자이기 때문에 이 사건 결과에 따라 나머지 이동통신사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같은 결론에 이를 것이라는 생각에서 우선 SK텔레콤에 했습니다.

소송시작 무렵만해도 "그게 가능한 소송이냐"는 말을 들었고, 자료가 부족해 힘들었지만,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고 소송자료들이 축적되면서 그다지 불리한 소송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날, 중앙지방법원은 조용히 소송결과를 발표했고 결과는 미성년자 명의의 폰은 전부 반환, 성인 명의의 폰은 50% 배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판결내용과 그 의미

소비자와 정보이용계약의 당사자

이 사건 소송에서 가장 큰 핵심은 요금고지서상에 '정보이용료'라고 표현되는 무선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정보상거래의 계약의 당사자가 이동통신사인가 아니면 각각의 콘텐츠 프로바이더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판결은 "① 소비자가 이동통신사로부터 정보이용료를 지급할 것을 고지받고, 정보이용료를 포함한 모든 요금을 지급해야 통화료지급의 모든 채무를 이행한 것으로 판단하며 ②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와 계약 체결시 정보제공사업자가 별도로 존재하고 그가 정보이용계약상의 권리 의무의 주체이며 이동통신사가 단순히 정보이용료의 과금 및 수금만 대행한다는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은 점 ③ 고지서, 영수증 등에 정보제공사업자를 기재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무선인터넷의 정보이용계약에 있어 당사자는 이동통신사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눈길을 끄는 판결 내용은 "이동통신사와 정보제공사업자 사이의 내부적 법적 관계가 상법상 위탁매매계약 내지 이와 유사한 비전형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라는 부분입니다.

이는 이동통신회사들이 무선인터넷업계에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간접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통사가 무선인터넷 정보제공사업자에게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선인터넷 정보제공사업자 문제는 이동통신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판결의 가장 중요한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모바일 무선포털에서 이동통신사들의 시장지배력의 문제는 이 사건에서는 간략히 언급됐지만, 정보제공사업자의 불법행위가 문제될 경우 이 사건 판결의 취지는 재차 원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동통신사의 미성년자의 동의절차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대해서는 민법 제5조에 의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정보이용계약시 이동전화이용계약의 동의가 있기 때문에 정보이용계약에 대한 개별 동의가 필요없는지, 만약 개별동의가 필요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동의 받아야 하는지가 중요했습니다.

법원은 "정보이용계약은 각 이동전화이용계약과는 별개의 계약이고,..(중략)...사리분별이 미약한 미성년자로서는...그 대가가 고액이 될 개연성이 높은 점에 비춰 미성년인 소비자는 이동통신사와 사이에 개개의 정보이용계약을 체결할 당시 개별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청소년상한제로 4만원으로 요금제에 가입하고도 정보이용료만 60여만원에 이르는 사례들도 있었는데, 법원은 "정보이용계약 체결시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중략)...사회일반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민법의 이념에도 부합된다 할 것"이라고 판시해 우리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설명해 줬습니다.

이 부분은 이동통신회사가 돈벌이에만 관심을 둬 미성년자에게 법적 제한을 소홀히한 전자상거래를 한 행위에 대해 법적인 선을 그어준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이와관련 "유무선 인터넷 사업이 확대돼 국민경제가 발전하고 일반 이용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순기능이 있지만, 사리분별이 미약한 미성년자들이 성인용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거나 처분이 허락되는 범위를 넘는 재화와 용역을 구매해 요금이 예측할 수 없이 과다하게 부과되는 등의 역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같은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심각할 정도에 이른 게 선고의 배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동통신서비스 제공에 있어 설명의무의 정도...사전선택제

이동통신서비스는 복잡한 현대기술과학의 결정체로 과정이나 절차를 모두 설명받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어느 경우에 설명해야 하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인가가 세번째 중요 논점이었습니다.

이에대해 법원은 이동통신사는 미성년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계약 당시에 요금문제 만큼은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무선인터넷이용계약', '정보이용계약'상의 요금에 관한 사항은 사회통념상 그 사항의 지, 부지가 계약 체결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임에도 약관상의 서킷, 패킷, 도수, dma 2000 1x, ev-do, w-cdma등의 개념은 전기통신사업분야에서의 전문적인 개념으로 일반 이용자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아 어느 정도 요금이 부과되는지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며 이동통신 약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약관규제에 관한법률상의 해석의무는 "이용자들이 이동통신사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때 사전에 자유로운 의사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용어와 개념이 아닌 일반적인 거래관념상 평균적인 사람이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기간통신사업자인 피고는 신의칙상 이용자들에게 무선인터넷 이용여부, 이용방법 및 그 이용정도에 관해 '사전에' 스스로 선택,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까지 했습니다.

이는 녹색소비자연대가 주장하는 무선인터넷 사전선택제의 취지가 옳다는 확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사자간 계약이 성실하게 이행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본전제로서의 '설명의무'의 중요성을 이동통신계약에 있어 확인한 것입니다.

법원은 설명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손해의 범위에 대해서도 "상업자가 무선인터넷의 요금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해 이용자들로 하여금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해서 재산상의 손해를 초래한 경우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손해입은 상대방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손익상계 대상이 아니다

이동통신사에 불법행위나, 부당이득에 의한 요금반환의무가 있다고 해도 이용자들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재화와 용역을 제공받았으니 손익상계로 공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가 마지막 논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동통신사 손해배상의 원인되는 행위는 이동통신사의 약관규제법 내지 신의칙상 요구되는 설명의무위반, 전기통신사업법상의 이익저해행위이고,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행위자체가 불법은 아니다"라면서 "이용자들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재화와 용역을 받아 얻은 이익은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얻은 게 아니어서 손익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손익상계는 손해부담의 공평의 이념에 비춰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에게 이익이 발생했으면 이를 공제해야 한다는 법리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들이 얻은 이익이 원고들이 지급한 요금이라는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은 손해배담의 공평이라는 손익상계의 이념에 비춰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동통신사의 손익상계 주장은 신의칙(신의성실의 의무)에 반한다는 말입니다.

◆이동통신회사가 가야할 길

우리나라 통신서비스는 정부주도에 의해 산업육성을 목적으로 이용자보호는 뒷전인 채 성장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한 나라에 이동통신회사가 단지 3개뿐이라는 이유로 경쟁이 제한됐고 소비자로부터의 견제도 받지 않았습니다.

과거 이용자들을 상대로 2.5세대 무선인터넷을 실험한 게 와이브로, HSDPA의 밑거름이 돼 영상통화까지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5세대 무선인터넷은 상용화해 제공하기에는 데이터의 품질이 조악하고 가격이 쉽게 고액화될 수 있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 판결대로 이용자들에게는 고액화될 우려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성년은 말할 것도 없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까지 부모 감독이 쉽지 않은 무선인터넷거래에 부모 사전 동의없이 노출시켜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요금을 청구해 온 것입니다.

정보통신부는 이 사건과 관련된 실험을 2004년에 실시해 이동통신사에 의해 자행된 설명의무 위반을 자세하게 알고 있었음에도 통신위원회가 심결하기 전까지 거의 2년동안 피고가 행했던 설명의무 위반행위를 방치했습니다.

이동통신사 역시 2006년 초순경 한 중학생이 자살하면서 비싼 데이터요금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예상치 못한 높은 요금으로 피해입은 소비자들에게 조치하지 않고 지금부터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행동으로 비춰집니다.

오히려 이동통신사는 준비서면에서 이 사건을 "사용한 요금을 내지 않기 위한 소송"이라면서 모랄해저드라고까지 비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을 통해 그동안 이동통신사가 해온 영업방식이 상인의 법적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것을 명백히 판시했습니다.

이동통신사의 모랄해저드주장의 취지인 손익상계 항변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배척했습니다.

이동통신사가 법원 판결에 대해 1심이라고 무시하고 항소심을 준비하고, 더 나아가 상고심까지 가는 것도 법적으로는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와 이용자는 현실에선 1:1의 동등한 입장의 당사자가 아닌 점을 고려하면, 이동통신사가 1심 판결을 무시하고 판결의 취지를 몰각하는 행위를 한다면 더욱 큰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동통신사는 지금이라도 과거에 발생했던 경제적 손해를 배상하는 게 과거 이용자들에게 주었던 정신적, 경제적 손해에 대해 사과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나아가 법원이 언급했던 약관상 전문가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을 모두 보통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문구로 바꿔야 할 것입니다.

무선데이터시장의 구조와 관련, 법원 판결에서 무선인터넷상 정보이용계약에서 이동통신사 책임을 인정한 취지가 무엇인지도 되새겨야 할 대목입니다.

김보라미 변호사 약력: 1976년생, 2000년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 LG텔레콤 기분존에 대한 통신위원회 결정 공정위 제소, 멜론서비스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데이터요금고액화에 대하여 KTF, LG텔레콤, KT, 에넥스텔레콤,SK텔레콤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담당. SK텔레콤과 공정위원회간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시정명령 취소 등의 소송 보조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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