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미디어 운영 5개월…직장 14년보다 만족"

'이동진닷컴'의 전 조선일보 이동진 기자 인터뷰


조선일보 문화부 영화 담당으로 지난 10여년간 필명을 날리던 이동진 기자가 지난 1월 퇴사한 뒤 1인 미디어 이동진닷컴(www.이동진.com)을 만든 지 5개월이 지났다. 이동진 기자는 현재 포털 네이버의 연예 뉴스 카테고리에서 '이동진의 영화풍경(이하 영화풍경)'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이동진 기자의 기사는 저널리즘을 문학의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그가 조선일보 재직 시절 연재했던 '시네마레터'는 풍부한 인문학 지식과 유려한 문장,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거느리기도 했다.

그는 아직 영화 다운로드 방법을 전혀 모르고, 음악도 CD 플레이어로 꼭 듣는 '아날로그적'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설명했다. 그래서 1인 미디어를 온라인에서 운영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외'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1인 미디어을 운영한 지난 다섯 달이 14년 간의 직장 생활 어느 때보다 훨씬 만족스럽다"며 밝게 웃었다. '영화전문 기자'에게 '영화'를 빼고 '미디어'에 관해서 물어본 인터뷰.

- 1인 미디어를 꾸려온 지난 5개월을 자평해 본다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회사를 나올 때 어떤 혜안을 가지고 미디어 환경을 읽어 '이제 나의 살 길은 1인 미디어'라고 결심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기자를 14년 하니 몹시 지쳤고 내가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깨닫고 좋은 직장임에도 그만두게 된 것이죠. 그러고 나서 이 일이 찾아온 것입니다. 오늘도 아침 여섯시에 잤을 정도로 몸은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직장생활 14년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좋습니다.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도 좋지만 쓰기 싫은 글은 안 쓰고, 쓰고 싶은 글만 쓰니까 그런 듯해요. "

- 지금 나오는 기사는 다 쓰고 싶은 글인지.

"100% 쓰고 싶은 글입니다. 사실 신문사를 그만 둔 큰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만족할 수 없는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까지 신문사 기자였다면 저는 지난주에 영화배우 모 씨 집 앞에서 '하리코미(잠복취재)'를 해야 했을 지도 몰라요.(웃음) 그 일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학력위조를 캐기 위해 그분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예를 들자면 그분의 출연작과 연기세계에 대해 쓰는 게 상대적으로 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란 얘기죠."

이동진닷컴은 영화 비평 콘텐츠를 생산하는 1인 미디어이다. 현재는 네이버와 독점 계약해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는 것. 그는 네이버에 기사를 쓰는 데 있어 100% 표현의 자유를 느낀다고 했다. 기사 작성에 관련된 모든 것은 본인이 전담하고 네이버는 편집 부분만 담당한다는 것이다.

- 이동진닷컴의 주 수익원은.

"사업체로서 이동진닷컴은 현재는 네이버와의 계약이 가장 큰 수익원입니다. 물론 외부 원고 작성, 영화제 심사위원, DVD 음성해설, 영화제 행사진행, 강의 등 제 개인이 벌이는 모든 활동이 수익원이 되겠지요."

- 영화풍경을 운영하는데 네이버와 업무 영역은 어떻게 구분하는지.

"기사작성·사진·교열 모두 제 손에서 완료하고 네이버에 넘깁니다. 기획·취재·기사작성·데스크까지가 제 몫이고 레이아웃·배치 등 편집이 네이버의 몫인 거죠. 네이버 측은 내용·분량 등 제 콘텐츠에 관해선 전혀 개입한 적이 없습니다. 그건 계약할 때부터 약속된 것입니다."

- 네이버가 이동진과 손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네이버는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고, 트래픽이나 클릭수 때문에 제 기사를 싣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어떤 류의 기사를 쓸지 네이버도 짐작하고 있는 게 있었을 것이고 그 점에서 소구점이 닿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 계약할 때 네이버 블로그 사용이 전제가 돼 있었는가. 포털 블로그가 아닌 다른 개방형 블로그를 운영해 볼 계획은.

"네이버 블로그 사용은 계약에 명시된 부분입니다. 제 블로그는 영화풍경의 보조 매체이자 독자와 교류하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풍경에서 하지 못한 인터뷰 뒷이야기나 저 개인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공존하는 곳이지요. 블로그는 이번에 네이버에서 처음 했는데 아직 다른 블로그는 하고 싶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 개방형 블로그에서 구글의 애드센스 등 광고 배너를 달아 수익을 올리는 꽤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것도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할 뿐입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시대 흐름을 잘 쫓아가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런 쪽은 아직 관심이 없습니다. 방문자 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기대하는 방식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약 네이버와도 월 방문자 얼마 이상, 이런 하한선이 있었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블로그에 "음악 올리는 법을 모르는데 누가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아무 것도 모르니까 아주 쉽게 설명해주세요"라고 도움을 청하는 등 뉴미디어에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씨네21'에 매주 메신저로 영화 이야기를 하는 '메신저 토크'를 연재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메신저를 한 번도 안 써봤으면서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

- 메신저 토크는 아이뉴스24에도 제안해보려던 형식이었는데 선수를 뺏겼다.(웃음)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면 글이 구어체로 되는 등 형식이 만들어 내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리 대단한 아이디어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기획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고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재직 시 조선닷컴에서 그가 운영하던 카페 '언제나 영화처럼'에는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기 모임을 열면 적게는 40명에서 많게는 70명까지 회원들이 참여했을 정도. 그러나 지금은 카페보다 블로그가 더 잘 맞는다고 그는 잘라 말했다. 온라인의 카페 관리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의 모임까지 다 챙기기란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독자들과는 블로그에서 지금 정도의 스킨십으로 만나는 것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하지만 포스트 스크랩, 트랙백 등으로 대표되는 블로그의 상호 교환 속성은 잘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

"맞아요. 지금 블로그 이웃이 카페 '언제나 영화처럼' 회원보다 훨씬 많은 2천500명 정도라서 다른 블로그에는 전혀 가지 못해요. 짬이 안 나기도 하지만 어디는 가고 어디는 안 가면 독자들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블로그의 쌍방향성을 잘 이행하진 못하고 있는 것이죠."

- 얼마 전 조선일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의 '유용원의 군사세계(bemil.chosun.com)'가 방문자 6천만명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유 기자는 "1인 미디어로 기자가 일방적인 정보를 블로그를 통해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사이트가 활성화되고 저널리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며 군사세계도 처음엔 정보를 많이 주는 쪽에서 이젠 회원들로부터 받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말했는데, 계속 혼자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할 것인지.

"영화풍경과 블로그를 나눠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블로그는 최대한 개인적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블로그가 영화풍경을 보완하는 역할도 하지만 자연인 이동진이 살아가는 공적 일기장으로도 구실하는 겁니다. 그런 재미를 갖추지 못하면 할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영화풍경은 직업의 공간이에요. 평론, 저널리즘에 관해서는 다른 곳에서 원고를 받는다든지 유용원 선배처럼 독자 참여를 유도하든지 여러 가지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방식이 좋습니다."

- 이동진닷컴은 앞으로도 1인 미디어로 가는가.

"현재까지는 그럴 생각입니다. 처음엔 직원을 채용할까 생각도 했는데 여기 와서 시킬 일이 없어요.(웃음) 제가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하루 서너 시간밖에 안 되고 유선전화도 없어서 전화 받을 사람도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에 회사를 만든다고 하니 열 명 정도 되시는 분들이 취직시켜 달라고, 어느 분은 일당 5천원만 줘도 좋다고 이메일을 보내와 당황했습니다.(웃음)"

- 대단한 인기다.(웃음) 현재는 채용 계획이 전혀 없다고 꼭 써 드리겠다.(웃음) 네이버와 1년 계약이 끝난 뒤 향후 계획은.

"5개월밖에 안 됐는데 아직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계속 혼자서 할 것인지 다른 형태를 시도할 것인지는 고민 중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글 쓰는 사람을 뽑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은 이 규모가 좋습니다."

◆ 이동진에게 던진 부메랑 인터뷰

이동진 기자가 '영화풍경'에 연재하고 있는 '부메랑 인터뷰'(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영화감독에게 질문하는 방식의 인터뷰) 형식을 허락 없이 훔쳐, '이동진의 시네마레터' 속의 구절을 따와 질문으로 돌려주어 보았다."언어와의 대결에서 인간은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견고한 언어의 거대한 틀 속에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든 사고는 이미 언어 구조 속에 내재해 있는 셈이니까요." - 시네마레터 <체리 향기> 중

- 보통 오프라인 매체의 언어와 온라인 매체의 언어에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온라인에서 글을 쓰게 되면서 글쓰기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 있는지.

"온라인이기 때문에 글을 더 가볍게 쓰게 된 점은 없습니다. 어차피 쉽고 짧은 글은 인터넷에 많은데 그것은 저의 지향점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온라인에 글을 쓰고 나서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땐 쓰는 매체 때문에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쓰기 싫은 글을 안 쓰고 하고 싶은 기획을 하기 때문일 거예요. 다만 지금 쓰는 '부메랑 인터뷰'는 원고지 100매 분량인데 오프라인에서도 100매씩 쓰는 글은 많지 않습니다. 분량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는 차이가 있긴 하지요."

"결국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우리가 도망쳐 떠나온 모든 것에 바치는 영화입니다. 한 때는 삶을 바쳐 지켜 내리라 결심했지만, 결국은 허겁지겁 달아날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 시네마레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중

- 젊었을 적 '도망쳐 떠나온 것'이 있다면.

"그 단락은 꿈으로부터 도망치고 나중엔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핑계를 대는 것을 말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도망친 것이 여러 가지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소설가입니다. 젊어서는 소설을 쓰고 싶었거든요. 영화 글을 쓰면서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더군요. 문학을 하고 싶단 꿈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전처럼 절실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쓰는 '상업적'인 글 안에서도 최소한 충족되는 창작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사진 류기영기자 ryu@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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