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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디지털화, 저작권 보호 없이는 모래성"…강희일 다산출판사 사장


"빨리빨리식 디지털화가 콘텐츠를 죽이고 있습니다. MP3가 너무 앞서가서 가요시장이 망했듯이 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죠. 그래서 출판사들이 직접 나서게 됐습니다"

1달쯤 전에 박영사·법문사 등 30여개 출판사들과 함께 (주)디지털전문도서라는 회사를 만든 강희일 다산출판사 사장(디지털전문도서 대표, 60)을 만났다.

(주)디지털전문도서는 '출판디지털화' 사업을 특화한 자본금 5억원짜리 기업. ▲ 인터넷본문검색서비스와 ▲ 전자책(e-Book) ▲ 주문형출판(POD, Print On Demand)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책'에 대한 저작(인접)권자들이 직접 주주로 참여했다. 박영사, 법문사, 학문사, 다산출판사, 지구문화사, 광문각, 동녁, 홍익출판사 등 인문·사회·예술을 망라한 학술관련 출판사들이 콘텐츠를 모아 디지털 유통사업을 함께한다.

개성이 강하고 자존심이 센 출판사 사장들이 뭉치게 된 것은 '책의 디지털화'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40년 넘게 출판계에 몸담으면서 출판업계 맏형으로 복사·전송 문화 제도개선에 앞장서 온 강희일 사장이 버팀목이 됐다.

◆"책이 무너지면 문화가 흔들린다"…복사전송권센터 설립 주역

강희일 다산출판사 사장은 16살때 학술전문 출판사인 법문사에 급사로 들어간 뒤, 거기서 학술출판에 눈떠 일생을 보내게 됐다.

(사)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 (사)한국복사전송권센터 부이사장, (주)디지털전문도서 대표 등 외부 활동에 바쁘지만, 강 사장이 40년 넘게 지켜온 신념은 한가지다.

책은 문화의 토대이고, 책산업이 무너지면 IT(정보기술)만으로 21세기 문화강국이 되기는 어렵다는 점.

강희일 사장은 특히 학술출판의 위기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예전에는 대학교재로 채택되면 (최소) 1천부는 나갔는데, 최근에는 저명한 학술서적이라도 500부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책을 사보지 않아서인데, 대학가 불법복사집과 학원식 교육 환경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상의 각종 레포트 사이트나 불법복사, 객관식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환경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나 학술출판 시장이 어려워지면 좋은 책은 나올 수 없고, 책을 안써야 하는 사람이 쓰는 등 사회문화적인 토양이 무너진다"

강희일 사장은 문화부에 문제를 제기해 책에 대한 저작(인접)권 신탁관리 단체인 '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를 만들었고, 이를통해 대학가 불법복사 단속을 주도하고 있다.

◆"단속보다는 교육과 활용에 관심"…POD로 윈윈환경 만들 것

그러나 강 사장은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초등학교때부터 저작권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교육하는 일과 대학에서 객관식보다는 논술형으로 시험보게 하는 일, 주교재외에 부가교재는 원하는 부분만 따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일(POD, 주문형출판) 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디지털전문도서가 관심갖는 일도 'POD'. 사용자들이 출판물을 페이지 단위로 구매해 인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강희일 다산출판사 사장은 "먼저 뛰어들 분야는 학술관련 콘텐츠를 모아 네이버 및 예스24와 계약을 맺어 진행하는 도서본문검색서비스이고, 그 다음에 전자책과 POD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검색서비스는 실물서적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고, 전자책은 저자와 전송권 계약을 맺은 출판물만 진행하되 판매가격과 방식을 철저하게 관리해 제휴 출판사의 전자책이 함부로 덤핑 판매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POD에 대해서는 "일단 온라인에서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 구매한 다음 보도록 하고, 이를 인쇄해 제공하는 일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희일 사장은 전자책이나 POD를 통해 출판사들은 새로운 유통채널을 갖게되고, 저자들은 좋은 책을 내놓을 수 있게 되며, 학생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꼭 필요한 콘텐츠만 제공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TA로 출판환경 급변할 것"…법제도 개선에 관심

올해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만들어진 지 50주년이 되는 해.

'비친고죄'를 골자로 하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는 첫해이고, 한미FTA로 인해 국내 저작권 제도가 일대 변화를 모색하는 해이다.

강희일 다산출판사 사장은 지난 해 저작권법에 '비친고죄' 부분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

강 사장은 "한미FTA에서 저작권이 강화된 협상은 출판계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저작권 유효기간이 저작권자 사후 30년에서 50년으로 늘어나면 50년 전 책을 무료로 번역해 팔았던 일부 출판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FTA는 어두웠던 책 저작권 문제가 양지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올 해는 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를 개정 저작권법에 맞게 운영하는 일과 유럽처럼 복사기에 사적복제부담금을 매기도록 관련 법제를 정비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2005년 500억원에서 2006년 1천400억원으로 확대돼 전체 출판 시장의 6%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따라 렌덤하우스 등 해외 출판사들의 관심도 크며, (주)디지털전문도서에도 30여개 국내 출판사와 전자책서비스기업인 북토피아가 주주로 참여했다.

강희일 사장은 "제휴출판사가 60개, 100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IT기업인 북토피아가 주주로 참여했지만, (주)디지털전문도서는 스스로의 매출보다는 출판사와 저자 이익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지원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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