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V 융합, 아직 갈 길 멀다

 


지난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시에 열린 CES와 맥월드의 화두는 컨버전스(convergence)였다. 특히 PC와 TV의 융합은 새로운 시대 흐름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PC업체들은 사람들이 PC를 이용해 방송을 고선명(HD) 콘텐츠를 전송, 저장, 재방송 하도록 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AMD, 애플,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업체들은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TV 수상기에 동영상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고, HD 방송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애플이 선보인 디지털 셋톱박스인 애플TV는 상당한 관심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테크웹은 14일(이하 현지 시간) TV와 PC의 컨버전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도했다. 표준이 확립되지 못한 데다 일반인들의 인식 부족, 킬러 애플리케이션 부재 등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테라바이트 HDD 등장하면서 기대 부풀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지난 7일 CES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나올 제품들은 PC와 HD TV, 그리고 X박스 360 게임 시스템 간의 경계를 허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MS는 윈도 비스타 전문가용 버전에 TV 프로그램을 수신, 저장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 소프트웨어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또 올해말 쯤에는 IP TV 프로그램을 수신, 저장할 수 있는 X박스 새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빌 게이츠 회장은 "당신들에게 24시간 '연결된 경험(connected experience)을 제공해 주는 것이 우리의 야심이다"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지 이틀만에 600마일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애플TV'란 신제품으로 화답했다.

다음달부터 300달러에 판매될 애플TV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대형 스크린을 장착한 TV로 무선전송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40기가바이트 하드드라이브까지 장착하고 있어 DVD 수준의 영화 50시간 분량을 저장할 수도 있다.

PC 하드드라이브가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컴퓨터칩에 그래픽 처리 기능이 강화되면서 이제는 PC가 비디오 콘텐츠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하게 됐다.

히타치는 CES에서 테라바이트 급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선보여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히타치의 라이벌인 씨게이트 역시 조만간 테라바이트 HDD 대열에 동참할 전망이다.

휴렛패커드(HP)는 이번 CES에서 PC와 연결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미디어스마트TV를 선보였다. 소니 역시 이더넷 케이블을 활용해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는 브라비아 인터넷 비디오 링크를 소개했다. 특히 소니의 이 제품은 사상 처음으로 PC 없이 바로 TV로 영화를 내려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HD DVD 플레이어가 수 년 내로 PC에 기본 장착되기 시작하면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통해 IP TV 방송을 좀 더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AMD-MS 등도 바쁘게 움직여

이처럼 PC와 TV의 융합이라는 시대 흐름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를 어디서 소비하도록 할 것이냐는 문제에 이르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텔은 자신들의 칩을 사용하지 않는 셋톱박스 대신 PC가 중심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인텔은 매킨토시와 애플TV에도 칩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CES에서 데스크톱 PC에 4개의 프로세서를 장착한 코어2 쿼드 칩을 선보였다. 물론 이 제품은 비디오 게임, 사진, 동영상 편집에 사용될 하이엔드PC를 겨냥한 것이다.

라이벌인 AMD는 이번 CES에서 윈도 비스타 PC용 디지털 케이블 튜너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HD 방송을 저장한 뒤 이를 X박스 360 콘솔로 전송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이 제품은 조만간 델의 '홈 미디어 스위트'에 포함될 예정이다.

AMD는 또 2009년으로 예정된 코드명 '퓨전' 칩을 준비하고 있다. 퓨전은 AMD가 지난 해 10월 인수한 ATI의 그래픽 프로세싱 기능을 포함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PC와 TV의 융합 움직임에 가속 폐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오는 29일 출시될 예정인 윈도 비스타이다. 비스타에는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와 PC에서 TV를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API의 결합인 다이렉X10 ▲TV 프로그램을 PC에서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미디어 센터 등이 컨버전스 흐름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기능이다.

MS는 이미 폭스 스포츠와 손을 잡고 미디어센터에 인터랙티브 HD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했다. MS는 또 AT&T, BT그룹, T온라인 등과도 제휴 협약을 맺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 확보 관건

이처럼 PC와 TV 간의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편이다. 아직 표준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테크웹에 따르면 미국 내 가정 중 44%가 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중 HD 콘텐츠 전송을 감당하는 데 필요한 광선로(Optic Fiber)에 접속하고 있는 것은 1%에 불과하다.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은 이런 이유를 들어 통신회사들에게 광선로 비중을 늘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차세대 DVD 표준 전쟁 역시 최근의 융합 흐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많다. HD DVD와 블루레이 진영이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면서 자칫 1980년대의 VHS 표준 경쟁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TV와 셋톱박스를 연결하는 표준 문제는 이제 막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802.11과 울트라 와이드밴드 스펙 간의 힘겨루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PC-TV 연결용 킬러 애플리케이션 부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다 보니 융합 자체에 대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기술 컨설팅회사인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팀 바자린 사장은 테크웹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결국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테크웹은 PC, 칩, 네트워크 장비회사들, 특히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정보기술(IT)업계 '아이콘'들이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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