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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와이더댄 매각, 세계 통신시장변화의 '풍향계'


 

미국의 리얼네트웍스가 와이더댄을 인수한 사건은 국내외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SK텔레콤과 최태원 SK 회장이 와이더댄 지분을 리얼네트웍스에 매각키로 결정함에 따라 와이더댄과 SK측간 지분관계는 완전히 정리된다.

당장 국내 모바일 솔루션 및 콘텐츠 업체들이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다. 이들은 국내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의 관계사로서, 업계의 리더격인 와이더댄이 미국 기업에 팔림으로써 벌어지게 될 변화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사업분야에서 와이더댄과 끈끈한 공조관계를 유지해 온 SK텔레콤이 앞으로 '남남'이 되는 와이더댄과 어떤 사업협력 틀을 꾸려갈 지 이들은 주목하고 있다.

리얼네트웍스 입장에선 기술력, 사업경험 면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와이더댄을 품음으로써 미국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지름길'을 타게 됐다. 동시에, 와이더댄을 고리로 한국시장에도 발을 걸치는 '양날의 칼'을 잡게 됐다.

한편, 리얼네트웍스가 미국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열어나갈 활동공간에 SK텔레콤이 어떤 글로벌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될지도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다.

이처럼 복잡한 측면을 갖고 있는 이번 지분 매각은 '콘텐츠'가 미래의 '블루 오션'으로 떠오른 세계 통신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되고 있다.

◆ SKT, 왜 와이더댄 지분을 매각했나

멀티미디어 재생프로그램인 '리얼플레이어'로 유명한 리얼네트웍스는 PC와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포함한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체.

SK텔레콤 멜론에 들어가는 MoD(Music on Demand) 솔루션을 제공하는 와이더댄은 통화연결음 등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이 우수한 업체. 지난 2005년 12월나스닥에 상장됐다.

리얼네트웍스는 지난 13일 나스닥 공시를 통해 통합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솔루션 업체인 와이더댄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계약금액은 주당 17.05 달러로, 인수 총액은 약 3억5천300만 달러. 와이더댄의 현재 나스닥 주가는 13달러대다.

리얼네트웍스는 와이더댄 지분 전량을 2007년 1분기 안에 인수할 예정이다. 이중에는 SK텔레콤 지분 10.1%(200만주)와 최태원 SK 회장 지분 4.18%(82만8천주)가 포함돼 있다. SK텔레콤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327억원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리얼네트웍스는 모바일 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 대상으로 와이더댄을 잡고, 지난 6월께 와이더댄 주요 주주들에게 매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와이더댄 지분 매각을 결정한 데에는 리얼네트웍스가 이미 노키아 등 다른 와이더댄 주주들과 긴밀한 접촉을 통해 지분 인수 작업을 상당히 진척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리얼네트웍스가 와이더댄 지분을 대부분 갖게 될 경우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10.1%는 의미가 없어진다"며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매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분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솔루션과 콘텐츠 제공업체인 와이더댄이 앞으로도 우리와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했고,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과 와이더댄은 지난 2000년부터 모바일 서비스를 위한 기술협력은 물론, 국내외에서 공동 비즈니스를 해온 파트너. 그동안 끈끈한 협력관계를 감안할 때 이번 지분관계 변화와 무관하게 앞으로도 양사의 사업 파트너 관계는 유지될 전망이다.

이번 지분 매각에 따라 앞으로 SK텔레콤은 리얼네트웍스를 해외사업의 '우군'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신원수 콘텐츠 사업본부장은 "모바일 서비스에 진출하려는 리얼네트웍스와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SK텔레콤 사이 상호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두 회사간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 리얼네트웍스는 왜 와이더댄이 필요했나

리얼네트웍스는 나스닥 공시를 통해 "싱귤러, 콤캐스트, 스프린트, 텔맥스 등 파트너 기업들에 포괄적 디지털 미디어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와이더댄을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리얼네트웍스는 주로 웹 상의 음악, 비디오 서비스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와이더댄은 통화연결음, SK텔레콤의 멜론 운영 등 모바일 음원 콘텐츠 쪽에서 기술 우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리얼네트웍스의 와이더댄 인수는 모바일 음원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유무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시장을 향한 전략적 선택이다.

리얼네트웍스측은 "전세계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고속 네트워크에 수 십억달러를 투자해 더 나은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와이어댄은 통신사업자들의 네트워크에 자사의 솔루션을 내장하는 서비스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이들과의 장기적인 사업 관계를 구축했다"며 와이더댄을 인수한 이유를 시사했다.

통화연결음과 MoD 서비스는 세계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분야다. 시장 조사 업체 ABI리서치는 전세계 MoD 시장 매출은 지난 2005년 2억5천200만달러에서 매년 109%씩 성장해 2009년에는 4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점유율을 보면 두 회사 모두 북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북미지역 외에 리얼네트웍스는 유럽, 와이더댄은 아시아에서 인지도가 높다. 북미를 공통분모로 해서 유럽과 아시아로 자사의 유무선 연동 서비스를 넓혀가려는 리얼네트웍스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와이더댄은 25개국 이상에서 50개 이동통신 사업자에 모바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싱귤러, 스프린트, T-모바일, 버라이즌, 인도의 바르티 에어텔, 필리핀의 글로브 텔레콤 등이 포함돼 있다.

롭 글레이서 리얼네트웍스 회장은 "와이더댄은 모바일 음악 서비스의 세계적 리더"라며 "리얼네트웍스와 와이더댄은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기술적 혁신과 탁월성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회사의 결합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제품과 서비스 분야에서 돌풍을 몰고 올 것이며 세계 시장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준 와이더댄 CEO 대표이사는 "와이더댄은 전 세계 대표적인 무선 통신 사업자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디지털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 왔다"며 "리얼네트웍스와 결합을 통해 더욱 풍부해진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무선 통신 업체에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와이더댄, "경영권과 국내외 사업 변화 없을 것"

리얼네트웍스는 와이더댄의 ADSs(American Depositary Shares) 및 보통주를 전액 현금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인수 관련 비용을 제외하고 이번 인수 건을 2007년도에 계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개매수는 다양한 타결 조건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지만 2007년 1 분기 중 완료될 예정이다.

현재 리얼네트웍스의 인수 계획에 동의한 와이더댄 주주들의 지분합계는 44%다. 나머지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및 거래의 세부사항은 공개매수 개시와 함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표될 예정이다.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리얼네트웍스의 대리인으로 재무 상담을 맡을 것이고 제프리스 앤드 컴퍼니(Jefferies & Company) 소속의 제프리스 브로드뷰(Jefferies Broadview)가 와이더댄 대리인으로 나선다.

리얼네트웍스는 와이더댄을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며 '와이더댄' 브랜드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인수에 따른 와이더댄 직원 구조조정도 없을 전망이다.

와이더댄 홍보팀 관계자는 "지분 전량이 매각되지만 경영권을 포함해 직원 변동은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인수로 인해 와이더댄이 현재 하고 있는 국내외 사업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리얼네트웍스가 와이더댄을 통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지는 내년 인수가 완료된 시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모바일 솔루션 및 콘텐츠 업체들은 와이더댄이 SK텔레콤과 해왔던 국내 사업에 변동이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와이더댄은 SK텔레콤과 모바일 솔루션 및 콘텐츠 업체 사이에서 마스터 콘텐츠 공급업체(MCP)와 유사한 역할을 해 왔다.

음원 서비스를 예로 들면, SK텔레콤이 음원을 확보해 '뮤직라이선스뱅크(MLB)'에 올려 놓으면 각 콘텐츠 공급업체(CP)들이 음원을 내려받아 벨소리나 통화연결음을 제작하고 이를 이통사에 공급한다. 이 연결 고리에서 와이더댄이 서비스 전반의 운영을 담당해 온 것이다.

이번 인수 건으로 와이더댄을 통해 SK텔레콤에 모바일 서비스를 공급해 온 업체들이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음원CP 대표는 "와이더댄이 MCP가 아니기 때문에 만약 SK텔레콤과 와이더댄의 협력에 문제가 생겨도 CP들은 SK텔레콤의 뮤직라이선스뱅크에서 음원을 공급받아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모바일 솔루션업체 관계자도 "지난 6년 동안 와이더댄이 SK텔레콤 모바일 서비스 인프라를 잘 구축해왔기 때문에 두 회사 간 협력은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리얼네트웍스가 와이더댄을 통해 국내 모바일 서비스 시장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주기자 tot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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