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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100만]④여전한 대중화의 벽⋯'화재 포비아'와 '충전 갈등'


전기차 화재율 내연차보다 낮지만 '대형 사고' 낙인에 발목
지하주차장 충전 시설 갈등 심화⋯인프라 확충의 '정치경제학' 시험대

대한민국 도로 위 자동차 지형도가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2011년 관용차 위주로 첫발을 뗀 국내 전기차 시장이 15년 만에 누적 등록 100만 대 시대를 연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증가를 넘어, 전기차가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를 넘어 대중이 선택하는 주류 소비재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본지는 총 6회에 걸친 특별 기획을 통해 전기차 100만 대 시대의 산업적 함의와 생태계 변화, 그리고 기술 패권 경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편집자]
전기차 화재 재연 실험 [사진=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전기차 화재 재연 실험 [사진=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이 보급 100만 대를 넘어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에 진입하는 길목에 '전기차 화재 포비아(공포증)'와 '충전 갈등'은 여전히 강한 '심리적 저항선'으로 남아 있다. 데이터상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화재율이 높진 않지만 사고 발생 시 치명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또 전기차 충전 시설 설치를 놓고 지하주차장이라는 폐쇄된 공간의 특수성과 입주민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사회·경제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빈도는 낮지만 피해는 재난급

전기차 피해는 산술적 발생 빈도는 낮지만, 한 번 발생 시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소방청과 국토교통부의 2024~2025년 누적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가 약 1.88건인 반면, 전기차는 약 1.32건 수준으로 나타났다. 산술적 발생 빈도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약 30%가량 낮다.

그러나 피해 규모는 크다. 전기차 화재는 한 번 발생하면 배터리 온도가 1000도 이상 치솟는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진압에 장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폐쇄된 지하 공간에서의 발화는 주변 차량으로의 전이가 치명적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전기차 화재 사고당 재산 피해액은 내연기관차 대비 약 15배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는 전기차 화재가 단순 사고를 넘어 '경제적 재난'으로 인식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 재연 실험 [사진=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전기차 화재 예방법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하는 안 돼" 충전기 설치 아파트 분쟁⋯인프라 확충의 '사회적 비용'

이러한 치명성은 주거 환경 내에서의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직결된다. 소방청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의 약 49%가 주차나 충전 중에 발생했다. 내연기관차가 주로 도로 위 주행 중 불이 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전기차는 사람이 밀집한 주거지의 지하 공간에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일정 비율의 충전 시설 의무 설치를 이행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비(非)전기차 차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지하 주차장 진입 금지나 충전기 지상 이전 요구 등 집단행동이 나타나며 입주민 간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지자체에 접수된 전기차 관련 민원 중 절반 이상이 '충전 구역 설치와 위치 갈등'인 점은 100만 대 시대의 뼈아픈 이면이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단순히 이웃 간의 다툼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과 행정력 낭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갈등이 심화된 단지에서는 이미 설치된 충전기의 전원을 차단하거나 신규 설치 공사가 중단되면서 정부 보조금이 투입된 인프라가 사장되는 사례도 나온다.

이는 전기차 차주들에게 '충전 난민'이라는 새로운 불편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 구매자들에게는 '실거주 리스크'라는 심리적 장벽을 세워 중고차 잔존가치 하락과 전동화 전환 속도 저하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 시키고 있다.

전기차 화재 재연 실험 [사진=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현대차그룹 BMS 핵심 모니터링 기능. [사진=현대자동차]

'신뢰 프로세스' 구축 사활⋯배터리 안전 검증·화재 예방 시스템 등 기술적 방어선 구축

정부와 완성차 업계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신뢰 프로세스'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강력한 카드는 지난해 초부터 전면 시행된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다. 그동안 제작사가 스스로 안전함을 인증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직접 배터리의 안전성을 사전에 검증하고 제조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기술적으로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등 주요 제조사는 AI를 결합해 미세한 전압·온도 변화를 실시간 감지, 화재 징후를 최대 60시간 전부터 포착해 차주와 소방당국에 사전 통보하는 시스템을 보편화했다.

또 정부는 과충전을 방지하는 '화재 예방형 충전기' 보급 확대도 가속하고 있다. 올해부터 모든 신규 완속 충전기에 '화재 예방형(스마트 제어)' 기능을 의무화하고, 기존 노후 충전기의 교체 예산도 대폭 증액(약 5500억원 규모)하는 등 기술적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중재 노력도 구체화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아파트 단지 내 갈등의 핵심인 충전요금 산정 방식과 운영 주체 간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정책이 단순한 구매보조금 지원을 넘어 충전기 고장 관리, 충전구역 불법주차 단속 등 사용자 불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과도한 불안 해소를 위해 지자체가 안전 인프라 확충과 정확한 정보 제공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정책 수립 과정에 사용자 단체가 공식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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