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수천개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인간의 뇌는 나뭇잎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분석하지 않아도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복잡한 시각 정보를 단순화해 핵심을 파악하는 뇌의 중요한 기능이다. 그 구체적 작동 원리는 그동안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직무대행 김영덕)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인지 및 교세포과학 그룹 김이준 연구위원과 이도윤 연구위원 연구팀은 뇌가 복잡한 움직임 정보를 평균적 방향 정보로 요약한 후 왼쪽, 오른쪽과 같이 비슷한 특징으로 묶는‘범주화된 정보’로 변환하는 작동원리를 규명했다.
![복잡한 시각 정보를 단순화해 핵심을 파악하는 뇌의 구체적 작동 원리가 규명됐다. [사진=GEMINI]](https://image.inews24.com/v1/493070de2cd40e.jpg)
연구팀은 사람의 뇌가 복잡한 감각 정보를 빠르게 요약해 판단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보처리 과정이 단일 신경세포 수준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동물 실험으로 살펴봤다.
생쥐에게 수백 개의 점이 무작위로 움직이는 무작위 점 운동(random dot kinematogram, RDK)을 제시한 뒤 점들의 평균 움직임 방향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판단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생쥐 뇌 신경세포의 활성 변화를 형광 신호를 이용해 추적하는 칼슘 이미징 기법으로 수백에서 수천 개의 반응을 동시에 확인했다. 여기에 더해 시각 정보를 가장 먼저 처리하는 일차시각피질과 판단과 행동에 관여하는 후두정피질의 신경세포 집단 활성을 비교했다. 뇌 영역에 따른 움직임 정보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봤다.
분석 결과 일차시각피질에서 복잡한 움직임 정보를 평균화한 방향 정보와 분산 정보가 형성됐다. 이어 후두정피질에서는 평균 방향 정보가 왼쪽, 오른쪽과 같이 범주화된 정보로 변환됐다. 두 영역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유연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의 정보처리 과정은 개별 신경세포보다 여러 신경세포의 집단 활동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개별 신경세포는 자극 조건이 달라질 때마다 반응이 크게 변했다. 여러 신경세포 집단에서는 비슷한 패턴이 유지되며 판단에 활용될 수 있는 일관된 정보가 나타났다. 이는 뇌가 하나의 신경세포가 아니라 다수의 신경세포 활동을 종합해 판단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1저자인 이영범 박사는 “이번 연구는 뇌가 끊임없이 변하는 감각 입력을 있는 그대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평균과 같은 안정적 요약 정보를 추출해 시각 환경의 구조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을 효율적으로 조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공동교신저자 이도윤 연구위원은 “일차시각피질에서 후두정피질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자세한 감각 정보가 평균, 분산 같은 요약 통계로 정리되고 나아가 범주화된 정보로 변환된다는 사실은 뇌가 세상을 효율적으로 이해하는 기본 원리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말했다.
공동교신저자 김이준 연구위원은 “있는 그대로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이는 대신 그 통계적 구조를 파악하는 뇌의 정보처리 방식은 인간의 주관적 지각 경험과 의사결정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 속에서 핵심 정보를 추출해야 하는 컴퓨터 비전 시스템 개발과 인공의식 연구에도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 결과(논문명:Hierarchical summary statistics encoding across primary visual and posterior parietal cortices)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3월 23일자 온라인으로 실렸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