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쿠팡의 성장 공식에 균열이 생겼다. 4분기 영업이익이 97% 급감하며 '고성장 저마진' 구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26일(현지시간) 쿠팡Inc 2025년 연간 및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연 매출은 345억3400만 달러(약 49조1200억원)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환율 변동을 제외한 고정환율 기준으로는 18% 성장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4억7300만 달러(약 6790억원)로 8% 늘었다.

그러나 시장이 기대했던 '50조원 클럽' 진입에는 실패했다. 영업이익률도 1.46%에서 1.38%로 하락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 지표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4분기에도 이런 현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매출이 88억3500만 달러(약 12조8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800만 달러(약 115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3억1200만 달러(약 4353억원)에서 97%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0.09%로 사실상 제로에 수렴했다. 직전 3분기 매출 92억6700만 달러(약 12조8455억원) 대비 5% 감소했다. 상장 이후 원화 기준 매출이 전분기 대비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수익성이 악화됐음을 인정했다. 쿠팡 측은 "전직 직원의 불법 접근으로 3300만개 계정 정보가 조회되면서 12월부터 매출 성장률과 WOW 멤버십,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면서 연말께부터 매출과 수익성에 모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직접 사과 나선 김범석…책임 이행 방식엔 엇갈린 시선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어닝 쇼크' 수준의 부진을 보이자 김범석 의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직접 나와 처음으로 직접 사과 메시지를 냈다. 그는 "개인정보 사고로 고객 여러분께 끼친 심려와 불편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쿠팡에서 고객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보다 심각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임 이행 방식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이 나온다. 한국 정부와의 갈등을 조속히 풀고 제도권과의 소통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의 컨설팅을 맡았던 태미 오버비 전 부회장은 이날 아시아정책연구소(NBR)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한국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며 "국회에 출석해 사과하고 건설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쟁 심화에 해외도 냉담…외신도 "신뢰 회복이 관건"
김 의장은 "고객 감동에 집중하겠다"며 로켓배송 상품군 확대와 자동화 혁신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비용 부담과 경쟁 심화 속에서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네이버와 신세계는 물론 알리·테무 등 중국계 플랫폼까지 '탈팡족'을 공략한 할인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마켓과 SSG닷컴은 4분기 이후 이용자 수와 매출이 증가하며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확장 전략 역시 부담 요인이다. 쿠팡은 대만을 포함한 신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49억 달러(약 7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38% 성장했다. 그러나 이자·세금·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하면 9억9500만 달러(약 1조4400억원) 적자를 냈다. 외형은 확대됐지만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라는 평가다.
거랍 아난드 CFO 또한 비관적인 시각을 내놨다. 그는 "1분기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이 고정환율 기준 5~1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간 조정 EBITDA 마진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반응도 냉담했다. 실적 발표 직후 쿠팡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4%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쿠팡의 장기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목표주가는 잇따라 조정되고 있다. JP모건은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40달러에서 33달러로 낮췄고, 모건스탠리 역시 목표주가를 31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해외 언론에서도 경고음이 발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소비자 신뢰 약화가 장기화될 경우 경쟁사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보안 이슈가 단기적 비용 부담을 넘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AP통신도 "플랫폼 기업의 책임과 대응이 기업 가치에 직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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