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정부출연연구소의 기관 평가가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기존에는 기관장 임기에 맞춘 3년 주기 ‘기관운영평가’와 6년 주기 ‘연구사업평가’로 이원화돼 있었다.
2026년부터 이를 하나로 합친 ‘연 단위 통합 평가’ 체계로 바뀌었다. 연구 성과와 기관 경영을 매년 한꺼번에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평가를 위한 수백짜리 자료도 약 30쪽으로 간소화했다.
이를 두고 출연연 관계자들은 “출연연은 장기 과제가 많은데 매년 통합 평가하면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며 “간소화 작업을 하다 보면 평가위원들이 내용이 무엇인지 잘 몰라 또다시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이중 작업에 내몰린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과기계에서는 ‘당나귀 우화’를 들어 유연성을 강조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팔기 위해 시장으로 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한마디씩 참견하기 시작했다.
당나귀를 타지 않고 나란히 걷는 아버지와 아들을 본 사람들은 “바보들 아냐? 편하게 타고 가면 될 것을”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소리를 들은 아버지는 이제 아들을 당나귀에 태웠다.
그랬더니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네. 아버지를 걷게 하다니”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이 같은 지적에 아들이 내리고 이번엔 아버지가 당나귀를 탔다.
사람들은 “세상에, 불쌍한 아이는 헐떡이며 걷는 데 아버지만 편하게 가다니, 참 나쁜 아버지”라며 손가락질했다. 마침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당나귀에 올라탔더니’ 이번엔 사람들이 “당나귀가 불쌍하지도 않나? 무거운 몸으로 둘이 나 타다니”라고 안쓰러운 당나귀를 두둔했다.
어떤 모습을 하든 사람들의 비판적 시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연연 기관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떤 평가 지표와 잣대를 내놓더라도 다양한 비판적 시각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핵심은 유연성과 고유성에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속 23개 정부출연연구소는 모두 제각각의 임무가 있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폐지하고 임무 중심으로 개편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또한 출연연의 벽을 허물고 대형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다.
고유성과 독특한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출연연에 대해 일률적 평가 지표를 들이대면 기관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출연연의 연구는 장기 과제가 많다. 매년 평가하면 ‘평가를 위한 평가’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학, 생명, 양자, 바이오 등 특정 출연연이 진행하고 있는 행정과 연구에 대해서는 ‘고유성을 가진 출연연’의 특성을 반영하는 평가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장기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는지, 또는 장기 로드맵에 따라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과기정통부와 출연연과 같이 길을 걸어가면서 어떤 때는 ‘같이 걷고’, 어느 상황에서는 ‘출연연을 태우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과기정통부가 타는’ 유연성이 필요해 보인다.
과기정통부 측은 제도 개편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점검하겠다고 했다. 연구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평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출연연 연구 성과가 국민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평가체계를 보완·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률적 잣대가 아닌 상황에 따른 유연성을 도입하는 게 출연연 평가작업에 중요하다. 평가체계를 지속 보완, 개선하겠다는 과기정통부의 말이 빈말은 아니기를 기대한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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