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이번에 저희가 공급 물량을 준비하면서 정말 여러 가지를, 정말 '영끌' 해서 준비를 해봤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매우 부진해 실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특히 청년·신혼부부층에도 정말 집중해서 하고 있다, 라고 설명 드리겠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9·7 대책의 후속으로 '도심 주택공급 확대·신속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계획에는 서울 등 수도권 선호 지역의 국·공유지를 활용해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 공급 부지를 샅샅이 찾아내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모았다)'한 물량인데, 이를 통해 서울 도심 핵심지에 주택을 공급해 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의 고질적인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주택의 입주 시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고 주택 공급 절차와 각종 사업 지연 요소로 실제 실행 가능성은 지켜봐야 하기에 당분간 집값 상승 압력을 줄이는 데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윤덕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9·7대책의 후속 '도심 주택공급 확대·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01.29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7884e0102cc0c5.jpg)
이번 방안은 이재명 정부 들어 지난해 6·27대책, 9·7대책, 10·15대책까지 세 번의 부동산 대책에 이은 네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방안에 포함된 역세권 등 수도권 우수 입지 총 487만㎡, 6만가구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3만2000가구(53.3%), 경기 2만8000가구(46.5%), 인천 100가구(0.2%)다.
6만가구는 판교신도시(2만9000가구)의 2배 규모로, 면적으로는 여의도(2.7㎢)의 1.7배 규모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서울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캠프킴 부지 등을 포함한 용산구 일대,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이 포함돼 있다. 과천에서는 과천 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 이전을 통해 9800가구, 성남시에는 성남금토·성남여수지구에 신규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통해 6300가구를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정부는 이런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이 최근 집값 상승으로 불안한 주택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자평했다.
김영국 국토교통부 주택공급추진본부장은 "주택시장 안정화에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 밝힌 대부분의 물량이 (지난해 발표한 135만가구 공급에) 속하지 않는다. 일부는 거기에 속하는데 한 4만가구 정도는 순증이라고 보면 되기 때문에 앞으로 착공 가능한 물량이 140만가구라고 생각을 해달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노후 도심 개발과 3기 신도시도 빨리 해야 하고 민간에서도 주택이 잘 건설이 돼야 한다"며 "민간의 주택 건설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2월부터 발표해 나갈 것이고, 추가적인 부지도 저희가 계속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재정경제부와 함께 의원 입법 방식으로 '노후 공공청사 등의 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기존 주택건설 관련한 규제 또는 재정 지원이나 협의 과정 등을 간소화하는 한편 강력하게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법안 통과시 주택 공급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의 국·공유지 활용을 통해 양질의 주택 공급에 나선다는 점에 긍정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급부족 우려에 기댄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고, 구조적 주택 공급 부족문제를 해소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정책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정책의 방향성은 긍정적"이라며 "서울 핵심 입지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수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점에서 상급지 선호 등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울 도심 공급 확대라는 메시지는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며 "올해 2·3기 신도시 중심의 2만9000가구 주택 착공 물량과 더하면 이번 서울 공급 시그널이 수도권 공급 전반에 단비 역할"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당장 주택시장의 집값 상승세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착공 후 분양을 거쳐 실질적인 주택 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한 방안 중 노후 청사 부지 5개 부지의 경우 당장 내년 착공이 목표로 가장 빠르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경우 문화재위원회 심의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2030년 착공을 추진할 예정이다. 태릉골프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주택 공급을 위해 추진됐다가 주민 반발 등으로 실현되지 못한 곳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노력은 했지만, 이번 공급 대책 발표로 현재 수요가 과잉 상태에 이른 서울의 집값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실현가능성도 물음표일 뿐 아니라 대책을 실현하더라도 오는 2028~2029년 무렵부터 착공하면 오는 2030년 이후 순차적 입주한다. 집값 상승에 따른 '포모(FOMO, 소외 불안감) 수요가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거기에 당첨 가능성과 분양가 수준도 따져봐야 하는 점이 더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로 볼 때 지난해 발표한 9·7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지속 상승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월 4주(지난 26일 기준) 0.31% 상승했다. 지난해 2월 1주 상승 전환한 이후 51주 연속 올라 사실상 1년 내내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네 번째 최장 기간이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측면이 도드라지는 부분이다.
따라서 정부 대책이 실질적인 시장 안정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속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함 랩장은 "문제는 시간이다. 해당 부지들은 대부분 토지 정비, 인허가, 이해관계 조정, 재원 마련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있다"며 "발표 시점 이후에도 착공에서 실제 입주(준공) 시점 사이에는 통상 3~4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시장의 ‘시간차’에 대한 공급 실효성 우려 문제를 상쇄시켜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공급 기대가 가격을 억누를 수 있지만, 가시적인 착공과 분양이 빠르게 뒤따를 수 있는 속도전이 정책 효과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실질적인 공급 부족을 위한 대안보다는 당장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기 위한 차원이라는 평가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수도권 핵심 입지의 국공유지를 활용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해도 시장의 즉각적인 안정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실질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보다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심리적 안정을 주기 위한 시도의 성격이 짙다"고 우려했다.
송 대표는 "이미 누적된 매수 대기 수요를 해소하기에는 공급의 속도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기존 재고 주택의 희소성을 부각시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유통되는 매물이 제한적인 상태에서는 아무리 방대한 장기 공급 계획이라도 당장의 시장 가격 안정 효과를 거두기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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