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재수 기자] “AI(인공지능) 시대가 이미 시작됐는데도 우리 교육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혀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판 자체를 바꾸는 교육 대전환입니다.”
지난 21일 용인특례시 수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민석 경기미래교육자치포럼 대표의 말은 단호했고 동시에 절박했다.

교육학 박사이자 교사·교수 출신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스스로를 ‘교육 대전환의 주체’가 아닌 ‘도구’라고 표현했다. 교육을 바꾸는 일은 시대의 과제이고 자신은 그 과정에 쓰이기 위해 나섰다는 의미다.
안 대표는 인터뷰 내내 기술과 산업, 사회 구조는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교육만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사회도, 경제도, 국가의 미래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초반 안 대표는 전날인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용인·이천·성남·수원·화성·오산·평택·안성 등 경기 남부 8개 도시 국회의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이 자리에서 이들은 반도체·AI 인재 양성을 위해 경기 남부를 ‘AI 상생협력 교육특별시’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계속 구상해 온 사안이었는데 지역 의원들이 함께 제안하고 뜻을 모아준 것”이라며 “지금은 단지 한 장의 사진이지만 앞으로 경기 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의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경기 남부를 교육 대전환의 거점으로 삼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다수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그는 “AI 교육은 교실 안에서 교과서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 지역사회가 함께 협업해야 한다”며 “경기 남부는 그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초·중·고에서 대학으로 이어지는 ‘연결된 AI 교육 생태계’를 경기에서 먼저 구축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바로 ‘AI 상생협력 교육특별시’다.
그는 “경기 남부 8개 도시는 지금까지 각자도생해 왔다. 하지만 AI 교육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묶어내면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교육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간 협력 선언과 함께 교육청, 학교, 대학, 기업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청 조직 자체도 AI 시대에 맞게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며 “리모델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미래교육자치포럼을 창립한 배경에 대해 안 대표는 ’교육=민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교육비 문제를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이자 국가 존립의 문제로 바라봤다.
안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가정에서 부모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느냐”며 “대부분 아이 학원비 때문이다. 이 구조가 결국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고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에는 잘못된 교육 구조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5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 모두 AI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설계된 체계라는 점을 지적하며 교육 현장과 시대 변화 사이의 괴리를 짚었다.
경기미래교육자치포럼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출범했고 교육 전문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 인사들이 참여해 정책 대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안 대표는 ‘교육감의 권한 내려놓기’를 핵심으로 한 교육자치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교육감 혼자서 수천 명의 교장을 선발하고 평가하는 구조로는 좋은 학교를 결코 만들 수 없다”며 “유능한 교육장을 선발해 인사권과 예산권을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교장이 좋은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책임과 권한을 함께 주면 현장은 반드시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교육행정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기존 틀을 깨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만약에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주어진다면 교육감실에 상주하지 않겠다”며 “교육청 밖에 모듈형 사무공간을 설치해 현장에서 직접 교육행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교육청을 주민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재구조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를 ‘열린 행정’이 아니라 ‘당연한 행정’이라고 표현했다.
안 대표가 가장 비중있게 언급한 부분이 바로 대입제도다.
그는 “오지선다형 수능 체제 아래에서는 어떤 교육 개혁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단언하며 “암기 위주의 입시는 사교육만 키운다. 고교학점제도, AI 교육도 이 구조에서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SAT 폐지 사례를 언급한 그는 “부유층에 유리한 제도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통령과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교육 문제를 저출산과 사교육 문제를 관통하는 국가적 위기로 규정했다. 그는 “지금 구조에서는 학원을 가지 않으면 불안한 사회”라며 “학교를 믿어도 되는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교육 대전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와 교육의 관계’에 대한 인식도 언급했다. 그는 두 영역을 분리하려는 시각 자체가 현실에 대한 오해라고 진단했다.
안 대표는 “정치는 세상을 움직이는 제도를 만드는 영역이고 교육은 그 제도 안에서 살아갈 사람을 만드는 영역”이라며 “사회에 불평등이 있으면 교육에도 불평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치와 교육은 동전의 양면이지, 분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학자가 교육감을 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정치인이 교육감을 잘할 수 있을까를 따로 떼어 판단할 수 없다”며 ‘에듀 폴리티션(Edu-Politician)’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이 용어를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학자만으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어렵고 정치 경험이 없는 교육감은 관료 조직에 갇혀 아무 변화도 만들지 못한다”며 “교육과 정치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 교육감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6월 치러지는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간 ‘벽 깨기’를 핵심 화두로 제시하며 교육과 행정의 경계를 허무는 협력 모델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말 그대로 교육과 행정, 즉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벽을 허물자는 것”이라며 “오산 지역구 국회의원 시절 추진했던 학교 복합시설 건립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영장 등 체육시설을 갖춘 건물을 학교 부지에 함께 조성하자는 구상이었다”며 “초기에는 낯선 발상으로 받아들여 졌지만 현재 오산에서는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상생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모델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장하자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경기골든플랜’”이라며 “주민과 학생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만들어 교육과 지역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육 현안 대부분은 학교와 지역사회 간 칸막이를 허무는 과정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며 “‘벽 깨기’가 이뤄진다면 해결하지 못할 교육 과제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안 대표는 스스로를 “AI 시대 첫 교육감이자 경기에서 대한민국 교육을 바꾸는 도구”라고 강조하면서 “교육 대전환은 개인의 능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학부모·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변화다. 그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친 뒤 안 대표는 용인 수지지역 학부모들과의 타운홀미팅을 위해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용인=정재수 기자(jjs388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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