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가전 업계가 2026년에는 수익성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부품 가격이 상승하고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확대보다 수익성 방어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TV의 공세를 챗GPT로 그린 그림.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a73fae73918e83.jpg)
TV는 플랫폼·AI, 가전은 신흥시장
새해 TV 시장에서는 플랫폼과 AI 경쟁이 한층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콘텐츠·광고·데이터를 결합한 수익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TV 출하량이 정체된 상황에서, 하드웨어를 넘어 플랫폼과 AI를 통한 반복 수익 창출이 프리미엄 TV 사업의 수익성을 보완하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CES 2026에서 TV·가전·모바일을 하나로 연결한 ‘AI 리빙 플랫폼’ 비전을 제시하고, 마이크로 RGB 기반 초프리미엄 TV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일 제품이 아닌,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심리스(seamless) AI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구상이다.

LG전자 역시 CES 2026에서 ‘마이크로RGB 에보(evo)’를 공개하며 프리미엄 LCD TV 전략을 강화한다. OLED에서 축적한 정밀 광원 제어 기술과 전용 AI 프로세서를 결합해 초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가전 분야에서는 인도와 신흥시장이 여전히 최대 성장 축으로 꼽힌다.
인구 구조와 소득 증가를 바탕으로 TV와 대형 가전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는 몇 안 되는 시장으로, LG전자가 생산·판매 거점이자 중장기 성장 시장으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AI와 스마트홈 전략 역시 경쟁의 또 다른 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기능이 실질적인 구매 요인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현재 제공되는 AI 기능이 과거 스마트홈·사물인터넷(IoT) 기반 기능과 체감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가전 산업에 대해 “글로벌 수요 회복이 제한적인 가운데 원가 부담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플랫폼, 서비스, 신흥시장 중심의 전략 전환이 없을 경우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TV: 중국 약진 속 프리미엄·플랫폼 경쟁 격화
2025년 TV 시장은 출하량 정체 속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한 해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글로벌 TV 시장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전자 17%대, TCL 14%대, 하이센스 12%대, LG전자 10%대 순으로 집계됐다.
TCL과 하이센스의 합산 점유율은 26%를 웃돌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흐름이다.
매출 기준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우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 약 29%로 1위를 지켰고, LG전자는 16% 안팎을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도 프리미엄 TV 영역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 배경으로는 저렴한 가격의 대형 프리미엄 TV가 꼽힌다. 미니 LED(Mini LED) 패널을 적용한 75형 이상 대형 TV를 OLED 대비 낮은 가격에 공급하며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했다.
LCD 기반 대규모 생산 능력을 활용해 대형 화면·프리미엄 사양·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와 초대형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는 한편, 플랫폼 수익화로 경쟁 축을 넓혔다.
삼성전자는 ‘삼성 TV 플러스’를 통해 AI 기반 콘텐츠 재가공과 FAST 서비스를 강화했고, LG전자는 ‘LG채널’을 중동과 대만 등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플랫폼 사업을 키웠다.

중국 업체들도 자체 FAST 서비스를 선보이며 플랫폼 경쟁에 가세했지만, 글로벌 광고 네트워크와 콘텐츠 규모 면에서는 아직 한국 업체들과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은 TV 시장이 하드웨어 경쟁에서 플랫폼 경쟁으로 넘어가는 전환기로 평가된다.
생활가전: 소형은 내주고, 대형으로 버텼다
생활가전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제품력 향상이 뚜렷했다. 로봇청소기와 소형 주방가전 등 소형 가전 분야에서는 중국 브랜드들이 가격과 성능을 앞세워 주도권을 확보했다.
대형 가전에서는 세탁기와 냉장고를 중심으로 한국 업체들이 방어에 나섰다. 유럽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에너지 절감 성능을 강조한 세탁기와 냉장고가 큰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고효율 기준을 충족한 비스포크 AI 세탁기와 냉장고 라인업을 앞세워 에너지 절감 수요에 대응했고, LG전자 역시 최고 에너지 등급을 적용한 세탁기·냉장고 제품군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LG전자는 중국 ODM 업체와의 공동 개발에 나설 정도로 위기감을 드러냈고, 조직 개편과 함께 최고경영자(CEO)를 류재철 사장으로 교체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럼에도 LG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세탁기·냉장고 부문 1위를 유지하며 성과를 냈다. 인도를 차세대 초대형 가전 시장으로 키우는 전략이 가시화된 한 해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생활가전 사업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비스포크 이후 시장을 흔들 만한 신제품이 부재했고, 실적과 시장 영향력 모두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선청소기 분야에서는 흡입력 400W 제품이 주목받았고, 전지현·한가인·김연아를 앞세운 국내 마케팅이 2~3분기 판매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가전 위기 돌파구로 떠오른 ‘공조’
한국 가전업체들은 가전 사업의 수익성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공조(HVAC)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전 세계 주요 거점에 공조 연구·개발 조직을 구축하며 지역별 수요에 밀착 대응하고 있다.
가전과 공조를 결합한 토털 솔루션을 통해 기업간거래(B2B)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독일 공조회사 플랙트(Fläkt)를 인수하며 공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기존 가전·스마트홈 사업과 연계한 통합 솔루션을 확대하고,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전과 공조를 아우르는 사업 구조 전환이 한국 가전업체들의 중장기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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