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월가 금융계에게 이더리움은 그저 NFT나 알트코인을 찍어내는 가벼운 블록체인, 혹은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투기적인 암호화폐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현재 월가의 주요 금융 기관들은 이더리움을 단순한 투자 대상을 넘어, 낙후된 기존 금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월가는 구체적으로 이더리움을 통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그들은 현재 이더리움의 프로그래밍 표준을 중심으로 국채, 채권, 부동산 등 실물 자산들을 토큰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중개 절차 없이 24시간 언제든 즉시 결제(T+0)가 가능한 디지털 형태로 자산을 유통하려는 것이다.
수많은 블록체인 중 왜 하필 이더리움일까? 해답은 '자동화'와 '효율성'에 있다. 금융 기관들은 기존에 며칠씩 걸리던 결제 시스템 대신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도입해, 느리고 번거로운 수동 업무들을 자동화하고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시장 강세(Bullish)를 암시하는 문구화 함께 트위터(X)에 게시한 이미지. [사진=비탈릭 부테린 트위터]](https://image.inews24.com/v1/6841159c4660c9.jpg)
이더리움은 전통 금융 시스템을 더 빠르고, 저렴하며, 오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거대한 인프라 역할을 수행 중이다. 특히 펀드 관리 영역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배당금 및 수익 분배 과정을 코드로 자동화함으로써 인력 소모와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기존 데이터베이스로는 구현하기 힘들었던 수준의 정밀함과 투명성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JP모건이다. JP모건은 2025년 12월,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최초의 머니마켓펀드(MMF)를 전격 출시했다. 이 펀드는 이더리움을 유통 및 관리 레이어로 활용해 국채 기반 수익 상품을 운용하는데, 덕분에 개인 간(P2P) 전송은 물론 매일 발생하는 이자를 즉시 원금에 재투자하는 '일일 배당 재투자' 등 기존 금융 전산망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기능들을 현실화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금융 인프라의 표준화 과정"이라고 진단한다. 마치 전 세계가 TCP/IP라는 프로토콜로 인터넷을 통일했듯, 금융 인프라 역시 이더리움이라는 '공통 표준(Standard)'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JP모건이나 블랙록 같은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들이 이더리움 위에서 자산 토큰화를 주도하고 있기에, 후발 주자인 다른 은행들도 호환성을 위해 이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기관의 채택이 이더리움 자산 가치에도 구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금융 기관들이 시스템 운영을 위해 네트워크를 많이 사용할수록 수수료인 가스비가 발생하고, 이때 사용된 이더리움의 상당량은 자동으로 소각되어 사라진다.
즉, 기관들의 사용량이 늘수록 시중 공급량은 줄어들고 시스템을 돌리기 위한 수요는 늘어나게 되어, 자산으로서의 가치 또한 구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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