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유통업계 구독형 유료 멤버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성패를 가르는 건 '대체 불가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으나 독보적인 유료 서비스라는 이유로 이탈 움직임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다.
네이버 역시 쇼핑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원 스트리밍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대체하기 어려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신세계그룹의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은 2년여 만에 철수를 결정하며 멤버십 대수술에 나섰다. 온·오프라인 계열사 6곳을 모았으나 비교적 혜택이 적고, 대체 가능한 플랫폼이 즐비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평가다.

10일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1594만74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일 1798만8845명 대비 200만명 이상 감소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사태로 '탈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나 DAU 감소가 '와우 멤버십' 무더기 해지를 부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로켓배송을 통해 구축한 생태계가 뚜렷한 '록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약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쿠팡은 그간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며 유료 멤버십 회원을 끌어모았고, OTT(쿠팡플레이)·음식 배달(쿠팡이츠)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을 완성했다. 소비자들은 2차 피해 우려 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으나 배송 측면에서 쿠팡을 대체할 만한 플랫폼은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쿠팡으로부터 개인정보 유출 공지 문자를 받고 찜찜해 급하게 필요한 물건을 다른 플랫폼에서 구매했는데, 배송 속도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며 "쿠팡의 배송 경험이 기준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른 플랫폼을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멤버십 충성도로 보면 쿠팡을 견제할 만한 유력한 플랫폼은 네이버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사에서 쇼핑 멤버십 서비스 이용률(구독률)은 쿠팡 와우 멤버십(36%)이 선두였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26%)이 뒤를 이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직전 조사(2024년 하반기)와 비교해 구독률이 3%p 상승하며 와우 멤버십과의 격차를 줄였다.
같은 조사에서 만족도만 보면 네이버가 쿠팡보다 높다. 만족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71%, 쿠팡 와우 멤버십 57%로 집계됐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쿠팡처럼 유료 충성고객을 기반으로 다양한 혜택을 엮고 있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네이버 쇼핑·예약·여행을 최대 5% 적립해주고, 콘텐츠(스포티파이, 넷플릭스, PC 게임 패스, 웹툰)를 매월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컬리와 손잡고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를 출시하며 신선식품 영역에도 손을 뻗었다. 컬리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을 통해 수도권과 충청 일부 지역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을 올해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단 종전 혜택은 1년간 유지된다.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은 쿠팡과 네이버가 주도하고 있는 유료 멤버십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마트부터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G마켓, 스타벅스, 신세계면세점까지 주요 계열사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한데 모아 제공한다는 취지였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만한 혜택은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가입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최근 들어 혜택은 더욱 줄었다. 해당 계열사들은 업태별로 경쟁이 치열한데, 대체할 만한 유료 멤버십이 많아 팬덤을 구축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다만 신세계그룹이 멤버십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계열사별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멤버십이 등장할 전망이다. 포문은 SSG닷컴이 열었다. 조만간 G마켓의 신규 멤버십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은 장보기 중심의 신규 멤버십 서비스 '쓱세븐클럽'을 오는 1월 초 정식 출시한다. 핵심 요소는 이마트를 비롯한 계열사와 연계한 장보기 결제 금액 7% 고정 적립이다. 고객이 쓱배송 상품을 구매하면 결제 금액의 7%가 SSG머니로 자동 적립된다. 적립된 SSG머니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OTT 티빙(TVING) 제휴 혜택을 더했다. 멤버십 가격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전체 회원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국내 유통시장에서 가장 충성도가 높은 멤버십인 만큼 탈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네이버와 새 판을 짜고 있는 SSG닷컴이 쿠팡의 대항마가 될 만한 혜택을 제공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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