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24] 파이코인, 5천만 노드 활용한 '탈중앙 AI' 실험…가능성 있을까

모바일 채굴로 시작한 파이코인(Pi Network)이 이제 탈중앙 AI(Decentralized AI) 분야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500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사용자 기반과 전 세계에 분산된 노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 클라우드 중심 AI 구조를 '크라우드 컴퓨팅'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AI 연산을 일상 기기들로 분산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수 있다.

5000만 유저+글로벌 노드 기반…파이의 강점

파이 네트워크는 전 세계 약 5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스마트폰·노트북 등에서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파이 노드' 역할을 수행한다. 각 기기의 성능은 높지 않지만, 압도적인 규모와 지리적으로 분산된 노드 구조는 파이 특유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특히 파이는 일반 리테일 유저 기반이 먼저 형성된 뒤 인프라를 확장해왔다는 점에서 기존 탈중앙 AI 프로젝트와 출발점이 다르다. 이미 대규모 노드 레이어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향후 AI 작업을 분산 처리하는 환경으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탈중앙 AI 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파이

탈중앙 AI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인센티브와 검증 구조만 마련된다면 대형 모델도 글로벌 분산 하드웨어에서 충분히 실행될 수 있다. 파이의 구조는 이론적으로 △수천만 명의 실제 사용자 △전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활성 노드 △토큰 기반의 인센티브 경제 △대규모 리테일 네트워크 등의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기존 AI는 중앙화된 데이터센터에서 처리되지만, 이는 비용·전력 사용량·클라우드 의존도 측면에서 한계를 갖는다. 파이는 이 구조를 '일상 기기 기반 분산 인프라'로 대체하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OpenMind 와 진행한 첫 AI 실험… 35만 노드가 참여

실제 파이는 OpenMind 와 협력해 탈중앙 AI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파이 네트워크 벤처스는 OpenMind 에 투자를 진행했고, 이후 파이 노드가 직접 AI 모델(이미지 인식 작업)을 실행하는 개념검증(PoC)을 수행했다.

파이 생태계에 따르면 약 35만 개의 활성 노드가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작업은 안정적으로 처리됐다. 이는 AI 에이전트가 거대 클라우드 인프라 대신 탈중앙 컴퓨팅 레이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남아 있는 기술적 과제… 쉽지 않은 길

다만 파이가 본격적으로 AI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반 기기의 불안정성이다. 사용자들의 PC·모바일은 성능 차이가 크고, 과열·연결 끊김 등이 빈번하며, 많은 유저들은 밤에 기기를 꺼버린다.

이를 해결하려면 스케줄러가 △높은 이탈률 고려 △작업을 여러 노드에 중복·분산 배치 △갑작스러운 중단에도 서비스가 깨지지 않는 구조 등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 또한 보안·프라이버시·모델 검증 등도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AI 팀들은 이러한 리스크 때문에 비용이 높더라도 검증된 클라우드 환경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파이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파이는 탈중앙 AI 를 구현할 수 있는 '이론적 조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실제 중요한 것은 AI 개발자들이 신뢰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느냐이다. 리테일 중심 생태계를 잘 활용한다면, 파이는 탈중앙 AI 의 대중형 프런트엔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다만 기술적 안정성·보안·검증 등 기업 수준의 인프라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존재한다. 파이의 실험이 단순 시도가 아니라, 실제로 클라우드 중심 AI 구조를 흔드는 새로운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