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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국감 마무리⋯정책은 묻히고, 논란만 남았다 [국감 2025]


의원 간 욕설·딸 축의금 논란·위원장 사퇴 압박···정책보다 뜨거웠던 국감장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국가 AI 전략, 침해사고 대응, 방송·통신 거버넌스·제도 등 굵직한 현안이 쏟아졌지만 국감장의 화제는 정책이 아니었다. "찌질한 X", "너는 한 주먹거리" 등 비방과 결혼식 축의금 논란에 따른 사퇴 압박 등 의원들의 신상 문제가 과방위 회의장을 사실상 집어삼켰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우 후회된다"⋯딸 축의금 논란에 최민희 위원장 공식 사과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전날 마지막 과방위 국정감사 말미에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이런 논란의 씨가 없도록 좀 더 관리하지 못한 점이 매우 후회되고 아쉽다.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여타 논란이 생길 것을 예측하고 부조, 화환 등을 막는, 적극적인 사전 조치를 해야 하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자책한다"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 위원장의 사과는 자신의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을 둘러싼 비판에 대한 것이다. 앞서 국정감사 기간 중 일부 피감기관, 관련 기업 등으로부터 축의금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이 문제가 된 이유는 국감 공정성·청렴성 원칙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피감기관 업무를 감시·비판하는 위치에 있다. 감사를 하는 자와 감사를 받는 자 사이 경계를 허물었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컸다. 정책 질의보다 신상 논란이 국감을 덮은 것도, 이런 기본 원칙이 흔들린 데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다.

최 위원장이 공식 사과했지만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며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최 위원장을 전날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신고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최 의원이 딸의 권력형 결혼식 논란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지만, 국민을 우롱하는 형식적 사과에 지나지 않았다"며 "어물쩍한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과방위원장직을 사퇴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의원 건은 더는 단순한 도덕 논란이 아니라 이미 명백한 범죄 의혹으로 비화하고 있다"며 "최 의원은 자녀 혼사를 명목으로 총 8명으로부터 모두 8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공직자 권한과 지위를 사적 금품수수의 통로로 전락시킨, 전무후무한 권력형 결혼 비리"라고 비판했다.

"옥상으로" vs "넌 한 주먹거리"⋯욕설로 비화된 과방위 국감

올해 과방위 국감은 초반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지난 14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방위 국감 도중 같은 상임위 소속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를 공개하면서다. 박 의원은 김 의원에게 '박정훈입니다 전화 부탁드립니다'(9월2일), '에휴 이 찌질한 놈아'(9월5일)라는 내용이 적힌 문자를 보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앞서 제가 12·12 쿠데타를 규탄하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현재 이재명 정부를 독재라고 말하는 특정 의원에 대해 그와 연관된,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전두환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라고 특정했더니 그 당사자가 저에게 개인적으로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의원 간 욕설이 담긴 문자가 등장하며 국감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김 의원이 공개한 박 의원의 문자 내용에는 박 의원 개인번호도 포함돼 있었다. 김 의원 폭로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같은 날 오후 3시27분 정회된 회의는 4시4분 속개됐지만 여야간 고성이 오가며 불과 7분 만인 4시11분 다시 중단됐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 다툼에 최민희 위원장이 취재진 퇴장을 선언한 뒤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이틀 뒤 국감에서 다시 맞붙었다. 감정이 격해지면서 두 사람은 "네가 너 옥상으로 따라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박 의원), "너는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김 의원) 등 과거 주고받은 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두 의원은 이날 서로 손을 맞잡으며 화해했지만, 시계 초침은 이미 오후 4시를 향해 있었다.

과방위 국감 일정 중 여야 의원들로부터 보안 사고, OTT 규제, 망 이용대가 문제, R&D 예산 삭감, AI, 정책 거버넌스 등 수십 개의 현안이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 국감은 정책보다 공방이 핵심이었던 감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관계자는 "서로 이번 국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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