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대한민국의 회계투명성이 추락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최근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69개국 중 60위로, 사실상 최하위권으로 전락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진 회계개혁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던 한국이 이토록 빠르게 추락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추진된 ‘기업 부담 완화’ 정책이 민주 정부의 회계개혁(신외감법) 핵심 제도를 무력화시킨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국회의원(경기도 평택시 병)은 지난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빅4 회계법인 대부분이 감사 업무보다 고수익의 컨설팅·자문 서비스에 재정적으로 종속된 기형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회계법인이 본질 업무인 감사보다 컨설팅 수익에 매달릴수록, 감사인은 고객 유지를 위해 독립적인 판단을 포기하고 ‘자기검토위협(Self-review threats)’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정부 정책의 결과라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기업 규제 완화”를 내세우며 외감법의 핵심 조항들을 잇따라 완화한 결과, 회계감사 품질이 떨어지고 감사인의 독립성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정 의원은 “공인회계사법이 감사와 비감사 서비스 병행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형 회계법인은 별도의 네트워크 법인을 통해 고수익의 비감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이 같은 구조를 방치하면서 사실상 불법을 눈감아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회계투명성의 붕괴는 감사 시장의 왜곡뿐 아니라 인력 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업 수요를 반영한다며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을 확대했지만, 정작 감사 품질은 하락하고 회계법인의 수용 능력은 떨어져 신규 회계사의 절반 이상이 수습처를 찾지 못하는 ‘미지정 회계사’로 전락한 실정이다.
김 의원은 “이대로 가면 감사 품질 악화는 물론, 회계사 시장의 구조적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무너졌던 회계 신뢰를 문재인 정부가 신외감법 개혁으로 어렵게 되살려놓았는데, 윤석열 정부가 다시 도루묵으로 만들었다”며 “회계투명성은 자본시장 신뢰의 근간이자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회계제도 복원 없이는 한국경제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금융당국을 상대로 회계법인의 독립성 확보 방안, 네트워크 법인 규제 강화, 감사인 윤리규정 재정비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이어 “한국 회계의 붕괴는 단순한 통계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와 금융의 근본이 흔들리는 일”이라며 “국회가 나서 회계개혁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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