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사업부 부진 탈출을 위한 날개 달기 작업에 한창이다. 이커머스 두 축인 G마켓과 SSG닷컴의 세부 전략은 다르지만, 그룹 계열사 또는 외부 기업과의 협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은 같다. 쿠팡과 네이버 양강 체제가 이어지는 이커머스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G마켓은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와 손잡고 합작법인 설립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승인하면서 조인트벤처(JV) 조직 구성과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해당 합작법인은 G마켓 셀러의 해외 판로를 넓히고,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내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게 공동 목표다. 이르면 올해 안에 G마켓에 입점한 60만여 셀러들은 알리바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해외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첫 진출 국가는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인데, 장기적으로는 알리바바가 진출한 200여개 국가로 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이번 합작의 성공 유무가 G마켓의 향방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의 동맹은 경쟁력 회복이 절실한 G마켓과 저품질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알리바바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첫 번째 협업 성과도 나왔다. G마켓이 동남아시아 대표 이커머스 라자다와 제휴를 통해 본격적인 해외 판로 확장에 나서면서다. 알리바바의 글로벌 관계사 중 하나인 라자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약 1억60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제휴는 G마켓 상품을 라자다와 연동해 현지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공급 상품 수는 약 2000만개에 달한다.
첫발은 뗐지만,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G마켓은 이번 협업을 통해 역직구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이에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공정위는 합작법인 설립을 승인하면서 시장 내 상호 데이터 공유를 금지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두 기업이 손잡았을 때 관련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에서 나온 조치인데, 마케팅 측면에서 일부 제한이 걸린 만큼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신세계의 또 다른 이커머스 SSG닷컴은 내부 시너지 강화에 초점을 뒀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통합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로서리 부문 강화를 위해 이마트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지난달 SSG닷컴 퀵커머스 서비스 '바로퀵'에 입점하기도 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며 존재감도 과시했다. 오는 19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오프라인 페스타 '미지엄'을 열고, SSG닷컴의 비즈니스 전략을 내세웠다. 행사장 2층은 아예 '이마트몰 신선 라운지'로 꾸미고, 이마트와 동일한 고품질 신선식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핵심 계열사로 존재감을 키운 스타벅스도 행사장에 부스를 차리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이 G마켓과 SSG닷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각 내외부와 협업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G마켓]](https://image.inews24.com/v1/2c3c2703772140.jpg)
두 계열사의 이런 기조는 지난달 단행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인사에서 모두 대표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는데, 공통적으로 수익성 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체질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G마켓 신임 대표에는 알리바바 출신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이 선임됐다. 그는 알리바바 동남아 지역 플랫폼인 라자다를 경영한 바 있다. 알리 합작법인과 연계한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과 AI 테크 역량 강화를 통해 회사의 재도약을 이끌 전망이다.
SSG닷컴 대표로는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자리를 옮겼다. 최 신임 대표는 SCM(공급망관리) 3.0 추진담당 상무, 이마트 영업총괄본부장 전무, 트레이더스 본부장 등 이마트 핵심 보직을 거쳤다. 2019년에는 SSG닷컴 영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이커머스 경력도 보유해 이마트와 SSG닷컴 양측 조직을 두루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큰 축인 이마트와 백화점을 오래 운영하며 쌓은 유통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커머스는 다른 영역으로 볼 수 있다"며 "내외부 협업을 통해 이커머스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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