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추석 연휴를 마친 TK(대구·경북) 정치권이 지역 민심의 흐름을 면밀히 읽기 시작했다.
8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밥상머리 민심의 온도가 곧 정치의 방향을 가늠할 신호가 된 가운데, 주호영·추경호·배광식·홍석준 등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과 국민의힘 정희용 사무총장이 잇달아 지역 여론을 진단하며 메시지를 내놨다. 공통된 키워드는 “불안과 실망, 그리고 경제적 고통”이었다.

6선으로 지역 최다선 의원인 주호영 국회부의장(대구 수성갑)은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정치가 바로 서야 민생이 살아나고 지역이 발전한다. 대구와 수성구 발전을 위한 약속을 반드시 매듭짓고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주 부의장은 최근 TK 통합신공항 건설 문제와 관련해 대구시가 제기한 ‘국가재정 보전 및 제도 개선’ 방안과 맥을 같이하며, 향후 군 공항 이전 해법 논의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기부대양여 방식은 더 이상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며 “총사업비 20조 원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민간사업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 둔화와 민간 자본 조달의 한계를 이유로 정부의 직접 재정 투입을 요구한 발언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주 부의장이 TK 현안의 핵심인 군 공항 이전을 ‘국가사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중앙정부에 책임을 묻는 정책형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선의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달성군)는 “서민 경제는 한계에 다다랐고, 밥상 물가가 널뛰는 상황에서 차례상조차 제대로 차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하다”고 전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연휴 이후 정치권의 특검 소환 가능성이 거론되는 지적과 관련, “특검이 신속히 조사해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 당당히 응하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는 “정치적 공방이 아닌 사실관계로 명확히 밝힐 사안이며, 국민 앞에 숨김없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경제부총리 시절 물가 안정, 공공기관 구조조정, 민생 대책을 진두지휘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형 대구시장’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직자 비위면직자 재취업 문제와 민간자격증 난립 실태를 연이어 지적하며 “정책 중심 정치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정책형 경제통 이미지와 위기 돌파 메시지를 동시에 보여주며 대구 정치권 내 존재감을 굳혔다”고 평가했다.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은 “추석 민심의 핵심은 경제와 일상”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 일자리와 복지 중심의 실질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3선의 북구청장 동안 복지·문화 인프라 확충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며 ‘생활형 행정가’로 자리 잡았다.
배 전 청장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며 민생 중심 기조를 재확인했다. 정치권에서는 “중앙정치보다 현장 중심 정책에 강점을 가진 실무형 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석준 국민의힘 전 의원(대구 달서구갑)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환경부의 운문천댐 건설 취소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구는 여전히 식수의 70%를 낙동강에 의존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안 없이 사업을 취소한 것은 지역민의 생명권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의원은 “전 정권 사업 지우기에만 몰두한다면 지역 발전은 멈출 수밖에 없다”며 정권 책임론과 지역 홀대론을 동시에 제기했다.
정치권에서는 “환경·안전 이슈를 통해 홍 전 의원이 지역 정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사무총장인 정희용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군)은 “국민의 목소리는 깊은 불안과 실망, 그리고 답답함으로 가득했다”고 민심을 전했다.
그는 “물가와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심각한데 정부의 대책은 재탕이라는 비판이 많았고, 차례상조차 제대로 준비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민이 불편을 겪던 시기에 대통령 부부가 예능 녹화를 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컸다”며 “국민의 시선을 읽는 섬세한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체포, 김현지 제1부속실장 논란 등 정치 이슈가 국민 불신을 키우고 있다”며 “정치권과 정부 모두가 민생 회복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추석 밥상머리에서 드러난 TK 민심은 전통적 정치 충성보다 ‘당장 생활이 버겁다’는 현실적 불만으로 집약됐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TK 민심은 이제 구도 투표가 아니라 실질적 경제정책과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추석 민심은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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