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기존 프리미엄 모델 중심에서 보급형 모델로 확장되면서 배터리 업계의 경쟁축이 '고성능'에서 '가성비'로 이동하고 있다.
기존 고가의 삼원계(NCM/NCA) 배터리가 주도했던 시장 구도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미드니켈', '리튬·인산·철(LFP)',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차세대 보급형 플랫폼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 CTP'. [사진=LG에너지솔루션]](https://image.inews24.com/v1/b418d3de3206ec.jpg)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 시장 확장에 맞서 '미드니켈'을 전략적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원계 배터리 기술력의 강점을 앞세워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미드니켈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의 함량을 기존 하이니켈(80% 이상)보다 낮은 50~7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전압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유지하거나 올린 것이 특징이다.
미드니켈 배터리는 고가의 코발트 사용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망간 등의 비중을 늘려 생산 단가를 낮추면서도 LFP 배터리 대비 우수한 주행거리와 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단결정 입자 등의 기술 혁신을 통해 안정성과 수명을 개선한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개발해 이르면 올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드니켈은 프리미엄 모델과 보급형 모델 사이의 중가형 시장을 공략하며 '기술 우위'를 지키려는 한국 배터리 업계의 핵심 카드로 평가받는다.
중국의 CATL, BYD 등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는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등 값비싼 희귀 금속 대신 철과 인산염을 사용하여 제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최근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모델에 LFP 탑재를 확대하면서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에너지저장장치(ESS)용을 시작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개발과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 CTP'. [사진=LG에너지솔루션]](https://image.inews24.com/v1/e1b2c9ca725b0c.jpg)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현재 2차전지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체재로 주목받는 '게임 체인저' 중 하나로 꼽힌다. 나트륨은 리튬에 비해 매장량이 풍부하고 가격이 매우 저렴해 배터리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저온에서의 성능 저하도 리튬이온 대비 덜 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직은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초저가 소형 전기차나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장에서 빠르게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2021년 중국의 CATL이 차세대 배터리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지난 4월에는 175Wh/kg의 에너지 밀도를 갖는 2세대 나트륨 배터리 제품을 공개하며 LFP 시장의 절반을 나트륨 배터리로 대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BYD도 약 14억 달러를 투자해 5기가와트(GW) 규모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에코프로비엠이 충북 오창에 국내 최대 규모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극재 전용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등 나트륨이온 배터리 관련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고성능·프리미엄 세그먼트에는 여전히 하이니켈 배터리가, 중가형에는 미드니켈 배터리가, 보급형과 초저가 모델에는 LFP와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각각의 영역을 구축하며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배터리 업계는 다양한 배터리 플랫폼을 확보해 완성차(OEM) 업체의 수요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멀티 트랙' 전략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차도원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기업의 삼원계 배터리 제조·생산 중심 고도화 전략은 경제성에 방점을 둔 배터리 LFP 시장의 성장세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시장 주도권 일부를 중국에 내어주는 결과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터리 중장기 기술개발 전략 수립에 있어 기술의 성능 지표 우위뿐 아니라 시장 경쟁력과 관련된 경제성, 공급망 변동 대응 능력 등을 포괄하는 보다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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