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포장 후 기울고 갈라진 건물…“붕괴 위험 카운트다운”

[아이뉴스24 장예린 기자] 충북 청주시가 발주한 도로 확·포장 공사 이후 인근 건물에서 기울어짐과 균열 현상이 잇따르면서 붕괴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공사는 청주시가 약 28억원을 들여 추진한 구룡~화산 간 도로 확·포장 공사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구룡리 137번지부터 150-33번지까지 약 1년 간 진행됐다. 준공 시점은 지난 6월이다.

이 공사 이후 인근 건물 옹벽에 발생한 균열 등 피해에 대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정밀안전진단과 추가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토목 분야 전문가 A씨는 <아이뉴스24>와 만난 자리에서 “해당 건물 곳곳에 발생한 균열과 기울어짐을 보면, 건물의 기초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옹벽의 경우 지반 침하나 토사 유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원인은 대부분 근접 공사로 인한 진동이나 압력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상태가 방치될 경우, 옹벽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카운트 다운’에 들어섰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옹벽은 완공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다수의 균열이 발견돼, 설계나 시공 상 결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공사 과정 전반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함께, 구조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수 토목 전문가들은 옹벽 구조 특성상 수압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장마철이나 집중호우 시 균열 부위로 물이 스며들 경우, 물과 흙의 하중으로 인해 옹벽이 전도되거나 균열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장시간 수분이 침투되면 ‘세굴(洗掘)’ 현상이 발생해 지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고 한다.

세굴은 물이 흙 입자와 함께 빠져나가면서 지반 내 지지력을 떨어뜨리는 현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조물 붕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A씨는 “지금 상황에선 공사 이전의 지반 조사부터 공사 중 중장비 운영 방식, 그리고 사후 점검까지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상태는 사소한 하자 수준이 아니라,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공사를 진행한 시공사 측은 “해당 사업장의 건축주가 제기한 옹벽 문제에 대해선 지난 2023년에 찍은 사진을 보면 크랙이 똑같이 있다”면서 “도로 포장 공사로 인해 발생한 옹벽 균열 등 피해로는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닥을 잘 다지지않거나, 지반반력이 약할 때는 어느 정도 크랙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러한 크랙은 생기다가 2~3년 지나면 멈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사업장을 운영 중인 B씨는 “공사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시공사와 감리, 그리고 공사를 발주한 청주시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재 발생한 균열·기울어짐을 보수하려면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감당해야 한다”며 “기술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개인이 감당할 수는 없다”고 안전 확보를 위한 조속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