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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에 승부 건 플랫폼⋯"지속가능성엔 숙제"


[퀵커머스 시대(3)] 비용 증가 등 '구조적 한계' 뚜렷
'초치기' 배달기사는 '풀 엑셀'⋯노란봉투법도 변수

소비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가격과 품질이다. 그런데 이제는 배달이 또다른 소비자의 결정적 선택의 가치로 부각됐다. 선택한 제품을 얼마나 빨리 원하는 장소로 배달할 수 있는지를 눈여겨 보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플랫폼마다 빠른 배달 서비스를 내놓는 배경이다. 1970년대 '빨리빨리 문화'의 레트로 격인 '퀵커머스'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어떻게 뿌리내렸는지, 그런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무엇인지, 미래엔 또 어떤 기능으로 진화할 것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퀵커머스 경쟁은 소비자들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하나의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 누리는 빠른 배송 문화가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며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팽배하다.

무엇보다 속도가 우선시되면서 빠른 배송이 가능한 플랫폼에 종속되고, 기업의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지목된다. 여기에 배달 기사들의 업무 위험도 역시 그만큼 높아졌다. 퀵커머스는 시대가 요구하는 서비스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퀵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를 오가는 라이더 모습. [사진=연합뉴스]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퀵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를 오가는 라이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이런 퀵커머스 시대가 열린 게 변화하는 소비 패턴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수년간 경기 불황에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혔고, 10원이라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였다. 이에 기업들은 차별화를 위한 카드로 빠른 배송을 꺼내 들었다. 같은 상품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시대 속에 소비자를 이끄는 하나의 전략이 된 것이다. 공급망 선택지가 무한정 늘어나며 소비자로선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지갑을 여는, '소비자 주도 시장(buyer's market)'이 더 짙어졌다는 얘기다.

너도나도 참전에 배달 플랫폼 종속화…"이대로 괜찮나"

특히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속도전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빠르게 끌었고, 기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다만 배송의 필수조건인 물류망을 구축한 기업은 한정적이다. 결국 자체 배송망이 없거나 속도를 낼 수 없는 곳들은 배달 플랫폼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이는 유통기업과 배달 플랫폼 모두 퀵커머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는 공생관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배달앱들은 자체 물류센터를 만들면서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수수료 문제도 얽혀있어 협업적 동반자 관계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측면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빠른 배송이 가능한 업종이 생필품 전반으로 넓어지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소상공인들이 위축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내 상가가 눈에 띄게 비어가는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다. 쿠팡이 소상공인들을 입점시키는 새로운 방향성의 퀵커머스를 띄웠지만, 여전히 시장은 대형 유통사와 배달 플랫폼이 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달 플랫폼 간 패권 다툼으로 유료 멤버십을 통한 고객 붙잡기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배달을 제공하는 식인데, 상대적으로 단가는 낮으나 물류비와 배송기사들의 인건비는 증가 추세인 만큼 서비스 지속성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아직 퀵커머스 시장을 주도한 플랫폼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선두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고,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달 수수료는 이미 음식 배송에서 불거지며 단순히 비용의 문제를 넘어 자영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가 됐다.

위험 안고 달리는 배송기사…'노란봉투법' 리스크 셈법도 복잡

배달기사들을 둘러싼 문제들도 제기된다. 먼저 1시간 내 빠른 배송의 경우 대부분 오토바이를 이용하는데, 시간을 맞추기 위한 사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도로교통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이륜차(사륜오토바이·원동기장치자전거 포함) 교통사고 건수는 1만6567건으로 승용차 13만1921건와 화물차 2만4409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전체 사고 3건 중 1건꼴이 저녁에 발생했는데, 한국소비자원의 배달앱 이용 실태조사에서 해당 시간대가 배송이 가장 많은 시간대다.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퀵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를 오가는 라이더 모습. [사진=연합뉴스]
퀵커머스 서비스가 확장하면서 배달기사들의 안전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한 배달 노동자가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노동조합은 퀵커머스 확장을 두고 "로켓배송은 새벽 배송과 당일 배송, 그리고 주 7일 배송을 넘어 급기야 1시간 이내 배송이라는 퀵커머스 배송 시장을 열어젖혔다"며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끝모르는 속도 경쟁 속에 노동자들은 더 긴 시간, 더 높은 강도의 노동을 견디며 소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른 노란봉투법과도 맞닿는다. 배달기사는 빠른 배송을 위한 근간인데,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들의 권리 보장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열렸다. 아직 퀵커머스 시장에 적용된 뚜렷한 사례는 없지만, 유통사, 배달 플랫폼, 배달 기사 등 촘촘한 단계로 얽힌 구조에서 기업과 노동계의 충돌 지점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확신이 없었던 퀵커머스 시장이 성공할 수 있다는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퀵커머스와 밀접한 배달기사들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고위험 직군인 데다, 노란봉투법 이슈도 부상해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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