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에겐 경건…본인은 술자리”…김영환 충북지사 처신 도마

[아이뉴스24 장예린 기자]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 추모주간 중 간담회를 겸한 술자리를 놓고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김현기 청주시의회 의장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14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인 김영환 지사와 청주시의회 김현기 의장, 이완복·정태훈·남연심 의원은 지난 12일 저녁 청주시내 한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함께 자리한 시의원 중 한 명이 관련 사진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에 공유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문제는 이 자리가 충북도가 정한 ‘오송참사 2주기 추모주간’ 중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추모·위로하며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밝힌 충북도가 정작, 추모기간 중 자제를 당부한 음주 자리를 스스로 어기면서 ‘보여주기식 추모’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날 “애도 기간을 선포한 뒤 도민들에게는 경건한 마음가짐을 갖자고 호소했으면서 정작 자신은 술자리를 가졌다”면서 “이는 상당히 부적절하고,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오송참사시민대책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추모주간을 갖자는 본인의 선언을 단 며칠 만에 짓밟은 김 지사는 유가족과 시민 앞에서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입장문을 통해 “김영환 도지사는 오송 참사를 막지 못한 장본인”이라며 “술병으로 가득한 자리에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충북 현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는 변명은 구차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즉시 유가족과 도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환 지사 측은 “당시 간담회는 돔구장 조성, 오송 선하마루 활성화 등 도정 현안 사업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로, 의원들의 요청으로 맥주 1~2잔 정도만 마셨다”며 “추모 주간에 부적절한 상황으로 도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2023년 7월 15일) 2주기를 앞두고 지난 7일부터 오는 15일까지를 추모 주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전 직원이 추모 리본을 달고, 회의나 행사 시작 전엔 추모 묵념을 하기로 했다. 음주와 회식 등은 적극 자제하기로 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 2023년 7월 15일 오전 8시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17대가 물에 잠기면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청주=장예린 기자(yr040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