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충북 증평군에는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연면적 1만㎡, 지상 4층 규모의 지식산업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총 사업비만도 276억원이 투자되고, 이중 116억원이 군비다.
증평군은 이곳에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 이른바 미래 산업의 스타트업 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한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 희망을 말하기에 앞서 전국의 유사 지식산업센터가 공실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또한 직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수도권조차 공실률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방이 이를 돌파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증평군이 사전 충실한 준비 없이 국비 지원 사업이라는 행정 사고의 틀에 매몰돼 추후 유지관리 부담과 공실로 군민의 세금이 추가 투입될 소지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또한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입주 의향 기업에 대한 실질적 수요 조사,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그리고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콘텐츠는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질적 시장 조사와 구체적인 수요 예측이 없이 또 하나의 건물 짓기만을 위한 사업으로 추진된다면 또 하나의 골칫거리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또한 문제다. 증평군이 추진하고 있는 입지는 읍 중심지가 아닌, 증평읍 사곡리에 위치한 농업기술센터의 허브랜드 부지다.
이는 도시바람길 숲 조성 등 기 투자된 매몰 비용 문제와 함께 주민들의 유용한 쉼터로 이제 막 자리매김하고 있던 공원을 잠식하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지식산업센터의 타깃이 청년이라면 카페, 식당은 물론 문화시설과의 접근성 측면에서 결코 유리한 입지는 아닐 것이며, 지역 상권과의 괴리로 연결되는 숙제를 남기게 될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오류 방지, 신뢰성 향상, 실패의 예방을 위한 행정의 가외성(加外性) 측면에서 증평읍 중심권역 또는 산업단지 내 건립, 기숙사 복합화 등에 대한 검토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지식산업센터의 성공은 하드웨어적 공간을 넘어서 사람과 기업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이끌어 내고, 휴먼웨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 기업을 유치하고, 유치 기업을 지역에 머무르게 하고, 정착한 기업이 지역 인재를 고용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대학‧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지식산업센터가 증평의 미래 100년을 위한 산업 기반을 키우기 위한 사업이라면, 보다 단단하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
지식산업센터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공간이다. 그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증평군이 이 질문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을 통해 공공 임대형 지식산업센터가 증평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연종석 전 증평군의회 의장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