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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반복 않겠다"...경찰, 의령 우순경 사건 43년 만에 공식 사과


김성희 경남경찰청장, 유족께 공식 첫 사과
유족 "명예회복·피해보상 실질적 이행 필요"
오태완 군수 "4·26 특별법 추진할 것"

[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대한민국 경찰을 대표해 유가족과 피해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김성희 경상남도경찰청장이 지난 26일 의령 우순경 사건의 현장인 경상남도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제2회 의령 4·26 위령제'와 '의령 4·26 추모공원' 준공식에 참석해 공식 사과했다.

이어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경찰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경상남도경찰청장이 지난 26일 경상남도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에서 열린 '제2회 의령 4.26 위령제 및 추모공원 준공식'에서 사과문 낭독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임승제 기자]

그러면서 김 청장은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하고 변화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찰의 공식 사과는 우순경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43년 만이다.

의령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경남 의령경찰서 궁류지서에 근무하던 우범곤(당시 27세) 순경이 당시 동거녀 전모(여·당시 25세)씨와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욱한 우순경이 홧김에 저지른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때 우순경이 무기고에서 총과 수류탄을 탈취해와 마을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해 56명이 숨지고 34명이 부상을 입는 등 모두 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김성희 경상남도경찰청장이 지난 26일 의령에서 열린 의령 4.26 위령제 및 추모공원 준공식에서 사과문 낭독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와 유영환 유족대표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임승제 기자]

이날 유족대표인 유영환 회장은 단상을 내려오는 김 청장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유 회장은 "경찰 대표로 처음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해줬다"며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 약속이 반드시 이행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오태완 경상남도 의령군수는 추모사에서 "위령탑 하나를 건립하는데 42년 세월이 걸렸지만 추모공원 전체를 완성하는 데는 1년의 세월이면 충분했다"며 "의령426추모공원은 과거가 아니라 의령의 미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유족들이 염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일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4.26 특별법에는 희생자분들과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피해 보상 등 현실성 있는 국가의 책임이 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태완 경상남도 의령군수가 지난 26일 의령에서 열린 '의령 4.26 위령제 및 추모공원 준공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승제 기자]

특히 이날 93세 배병순 할머니는 "40년 전 그날 남편을 잃었다. 내 몸에도 총알이 세 발 지나갔다. 당시 대통령이 왔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세월이 지났다. 나라도 못한 일을 의령군이 했다. 여한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배 할머니는 연신 허리를 숙이며 오태완 군수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고(故) 전종석 씨가 생전에 두 자녀와 다정하게 찍은 가족사진이 영상을 통해 공개되자 현장은 눈물 바다가 됐다.

또 사건 당시 부상자 20여 명을 치료한 제일병원 정회교 대표원장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도 마련됐다.

지난 26일 오태완 경상남도 의령군수(오른쪽), 김성희 경상남도경찰청장(가운데), 김규찬 의령군의장이 의령군 궁류면에서 열린 '의령4.26 위령제 및 추모공원 준공식'에서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임승제 기자]

'의령4·26추모공원'은 오태완 의령군수가 지난 2021년 12월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국비 지원을 건의하면서 이뤄졌다.

오 군수의 건의에 따라 당시 김부겸 전 총리는 국비 지원으로 사업의 시작에 힘을 보탰고 박완수 경상남도지사는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해 사업을 도왔다.

군은 이날을 기리고자 지난해 42년 만에 처음으로 군 주최로 위령제를 열었고 올해는 추모공원 조성을 완료해 위령제와 준공식을 함께 열었다.

지난 26일 '의령4.26 위령제 및 추모공원 준공식'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내빈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비둘기 풍선 날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임승제 기자]

추모공원은 사업비 30여억원을 투입해 8891㎡ 면적 규모로 조성됐다. 이 곳에는 기존 추모 공간이 있는 위령탑 주변에 휴식·놀이·편의시설을 갖춘 복합문화역사공원 형태를 갖췄다.

행사에는 800여 명의 유족과 주민이 참석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한편 이날 뜻깊은 추모공원 준공식에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사유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경상남도 의령군에서 열린 '의령4.26 위령제 및 추모공원 준공식'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임승제 기자]

/의령=임승제 기자(isj20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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