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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미] P2P, 전쟁과 화평의 갈림길에서…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끼리 개인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요청이고…'

양정환 소리바다 사장이 'P2P 독립선언문'이라고 할 만한 '완전 개방형 P2P 프로그램'을 손에 쥐고 '전쟁과 화평'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이를 네티즌에게 무작위로 배포할 경우 저작권자들에 맞서 'P2P의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지만, 그로 인한 갈등이 다시 전쟁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그렇다고 이미 빼들기로 한 카드를 버린다면, P2P에 대한 자신의 기술적 신념과 P2P의 자유 또한 심대하게 위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소리바다3 서비스를 중지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판결을 받고 지난 7일 국내 P2P 서비스의 원조인 '소리바다3'의 대문을 걸어잠근 양 사장.

그가 소리바다 주식회사는 완전히 빠지고 네티즌들끼리만 이용하는, P2P프로그램 배포라는 극약처방을 들고 백척간두에 홀로 서 있는 것이다.

각 언론들이 "소리바다가 끝내 백기를 들었다"며 상황종료를 타전하던 그 때, 양 사장은 특유의 난국타개책을 담금질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난 8월말 가처분 결정을 받고도, 이내 온라인 MP3P 개념의 '오르골' 서비스로 성공적인 트래픽 방어전을 치렀던 일이 떠오른다.

지난 수년간 권리자단체와 수많은 화평협상을 지속했으나 권리자들이 말하는 소리바다의 유료화, 합법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양 사장은 말한다.

"권리자들이 음원을 주고 P2P 사업의 서비스 형태를 인정해줘야 유료화를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유료화 약속을 여러 번 번복했다구요? 유료화가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 열쇠는, 제가 아니라 권리자들이 쥐고 있었던 겁니다."

소리바다를 끌어안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소리바다에 '상처받았던' 과거를 떠올리는 권리자들은 끝내 소리바다에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 젊은제작자연대 등 일부 젊은 권리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꽤 수익률이 높은 상생 방안으로 제시했던 유료 MP3파일 다운로드 서비스 'MP#'에 대해서도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터부의 벽은 높고 견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지난 6월 미대법원의 그록스터 판결을 기점으로 소리바다에 대해 잇따라 강력한 책임을 물어왔다.

가처분, 간접강제, 도메인 가압류, 주식 가압류, 채권 가압류... 소리바다와 양 사장을 옥죄는 저작권법 적용이 이어졌다.

지난 8월말 P2P서비스 소리바다3가 가처분 결정을 받은 이후 3개월 만인 이달 7일, 소리바다의 근간을 이뤘던 P2P 서비스는 네티즌과 결별했다.

개발자로서의 양 사장이 '소리통' 서비스 시절부터 마음을 다해 가꿔온 대한민국 P2P의 전형이 결국 폐쇄된 것이다. 설 자리를 잃은 양 사장. 선택지를 박탈당한 젊은 개발자, 대한민국 P2P의 효시 기업 소리바다 경영인 양정환이 코너에서 초강수를 가슴에 품게 된 것이다.

그의 계획이 실제로 강행된다면,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다.

당장 '갈 곳을 잃었던' 네티즌들은 반색할 것. 그러나 "요즘 벅스, 소리바다 덕 봅니다"라며 양대 사이트의 유료화, 가처분 이후 알토란 같이 늘어가는 트래픽에 숨죽여 웃었던 온라인 음악서비스업체 운영자들은 계획이 알려진 것만으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바로 어제 P2P업체들과 권리자들이 한 데 모여 "원칙적인 P2P유료화에 합의했다"면서 꽤 괜찮은 중재자 노릇을 했다고 공표했던 문화관광부도 뒤통수를 어루만지고 있을 것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나 소리바다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권리자와 당국 측에 합리적인 P2P유료화 방안이 있다면, 그걸 만들어 가는 데 뜻을 모으겠다고 동의했습니다. 어느 한 쪽의 의사만 반영된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아무리 합법화 시도를 해도 소리바다에는 음원을 안주겠다는 권리자들에게 어떻게 상생할 수 있냐고 묻고 싶습니다. 우리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고 납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프로그램 배포 카드를 쥐고 그들이 잠시 망설이고 있는 것도 역시 이 '마지막 희망'에 기대를 거는 탓이다.

만약 양 사장이 P2P 프로그램 배포를 강행한다면, "수익이 아니라 P2P에 대한 개발자의 신념을 지키고 싶다"는 그의 진정성은 재확인 되겠지만, 양사장과 소리바다가 얻을 수 있는 실리는 거의 없어 보인다.

양 사장이 월요일발로 발사하려던 관리배제 P2P프로그램은 네티즌들 모두가 경영자다. 소리바다가 완전히 빠진 P2P 이용에 따라 양 사장은 광고를 게재할 수도, 트래픽 기반 유료 서비스를 만들 수도 없다. 남는 것은 '소리바다'라는 이름 뿐이다.

권리자는 난처할 것이다.

소리바다라는 꽤 이용가치 있는 사업모델을 끌어안지 못하고, 결국 제도권 밖으로 내친 셈이 되어버린 권리자들은 배포 이후의 대처 방안을 쉽게 찾아내기 어려울 것. 그렇다고 해서 소리바다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도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문화부는 지금 진땀을 흘릴 것이다.

소리바다라는 '대마'를 잡고, P2P유료화 원칙에도 합의하도록 독려했다는 '성과'에 고무되었을 문화부는, 미국식 표현으로 '나이브한' 소리바다의 정면돌파 계획에 아마도 머리를 싸매며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원은?

소리바다 주식회사 아닌 프로그램을 법정에 세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최근 그록스터가 결국 사이트 영구폐쇄와 배상을 약속하고 프로그램 배포를 전면중단시킨 판례를 발빠르게 원용하고 나설 듯하다.

가슴에 '독'을 찬 양 사장.

권리자들의 몰아세우기에 코너에 몰린채 고뇌를 거듭했을 그의 심경은 길게 생각지 않아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네티즌과 권리자 사이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P2P화평'을 IT선진국 대한민국이 취할 수 있는 영광을 위해, 소리바다 주식회사와 소리바다 식구들을 위해, 양 사장 스스로의 짐을 덜기 위해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보라 주문하고 싶은 마음이다.

문화부 P2P연석회의가 예정한 2주 조정기간 동안 한 번 더 차분히 스스로를, 소리바다를, 대한민국 음악 산업을 돌아봐달라는 당부다.

권리자들 역시 현명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빼어난 아이디어와 깊은 기술적 이해를 지닌 젊은 경영인의 사업구상 앞에 현명하고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는 대신 일방적 합의를 강요하는 '압사작전'은 이제 거둘때가 됐다.

정말로 소리바다가 '결단'을 내리게 된다면,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망설이고 있는 소리바다에 손을 내밀어 줄 때라는 얘기다.

지리한 음악저작권분쟁을 우리 모두 감내한 것은, 돈 그 이상의 영원성이 음악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기쁠때나 슬플때나 아마 영원히 멈추지 않을 음악에 대한 사랑을 거둘 수 없기때문에 사람들은 콧노래와 구전가요를 음반으로, 디지털 음원으로 만들어 이렇게 즐기게 된 것 아니겠는가.

권리자와 사업자가 크게 보고 더 크게 손 잡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난국이 시작될것이라는 징후가 명백한 초겨울.

이제는 정말, 노래를 만드는 이들과 이를 배달해주는 P2P사업자간의 대 타협으로 한 겨울에도 훈훈한 사이버 세상과 만나고 싶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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