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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와이파이 되는 전자피부 나온다


한양대 연구팀, 신축성 웨어러블 무선통신 시스템 개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한양대학교 정예환·유형석 교수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고무처럼 형태를 변형해도 무선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전자피부 개발에 성공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한양대 연구팀이 고무처럼 늘려도 고성능 전기적 특성을 유지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했다. 사진은 연구팀이 개발한 '변형-불변 신축성 무선 안테나' [사진=정예환 한양대학교 교수]
한양대 연구팀이 고무처럼 늘려도 고성능 전기적 특성을 유지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했다. 사진은 연구팀이 개발한 '변형-불변 신축성 무선 안테나' [사진=정예환 한양대학교 교수]

다양한 신체부착형(웨어러블) 전자기기가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은 딱딱한 전자기기를 착용할 수 있도록 패키징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신체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기능이 뛰어난 '전자피부' 개발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특히 무선통신 기능까지 갖추려면 전력손실, 발열 등과 합께 고주파 회로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이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면서 작동 주파수가 달라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정예환 교수 연구팀은 지금까지 나온 신축성 웨어러블 기기 연구들과 달리 기판 소재 자체의 고주파 특성이 물리적 신축 변형에 맞춰 자동으로 바뀌는 신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웨어러블 기기의 무선통신 주파수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誌에 발표됐다. 22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과기정통부는 "형태를 변형해도 무선통신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학문적, 산업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늘어나면 유전율이 변하는 복합탄성체 기반 신소재. 늘어나는 신축성 전자기기의 특성 변화를 보상하기 위해 늘어나면 유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복합탄성체를 개발했다.[사진=정예환 한양대학교 교수]
늘어나면 유전율이 변하는 복합탄성체 기반 신소재. 늘어나는 신축성 전자기기의 특성 변화를 보상하기 위해 늘어나면 유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복합탄성체를 개발했다.[사진=정예환 한양대학교 교수]

현재 웨어러블 기기는 팔에 차거나 몸에 입거나 하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전자기기는 아직까지도 딱딱한 부품을 사용한다. 피부 또는 몸 안의 장기에 붙일 수 있는 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판과 반도체칩 등이 모두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소재로 만들어져야 한다.

무선주파수(RF) 회로는 고주파에서 동작하는 특성상 아주 조금만 늘어나거나 구부러지기만 해도 회로의 작동 주파수 대역이 변해 통신이 끊기거나 전력 송·수신 효율이 급격하게 낮아진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피부 표면과 같이 물리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신축성을 가지면서 어떠한 조건에서도 무선통신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신축성 소자로 무선통신 기능을 구현하면, 예를 들어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2.4GHz에 맞춰 제작한 기기는 길이가 30% 정도 늘어나면 작동 주파수가 1.7GHz까지도 떨어졌다. 신체 움직임에 따라 통신이 끊어진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기계적으로 배선을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기판의 신축에 대응하는 회로설계 기법을 활용해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정예환 교수는 "물리적인 변형에도 무선통신 성능이 유지되려면 변형된 크기에 맞게 회로 기판의 전기적 특성도 바뀌어야 하는데 기존에 보고된 연구는 회로 기판의 특성이 간과되어 왔다"며 "이런 부분들은 회로설계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고, 소재 측면에서 아예 원천 기술을 개발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재 분야 연구진과 공동 연구팀을 구성했다"고 연구 과정을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기판 소재는 기판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유전율(dielectric constant)이 변한다. 이 기판 위에서는 안테나의 길이가 늘어나면 기판의 유전율은 반대로 감소해 주파수 이동을 보상한다. 기판 위 안테나의 크기와 상관없이 작동 주파수는 변함이 없도록 만든 것이다.

신소재는 신축성을 가진 고무 재질의 기판에 세라믹 나노입자를 혼합하고 나노입자가 무리지어 자기조립되는 공정으로 만들었다. 낮은 유전율을 가진 고무 같은 탄성체와 매우 높은 유전율을 가진 나노입자를 혼합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소재는 세라믹의 특성상 고무에 비해 열 방출에도 유리하다.

유전율 가변형 복합탄성체는 강유전 나노입자를 고분자 내에 자가조립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 기법을 통해 개발됐다. 이러한 입자는 변형 시 높은 유전율 가변 특성을 지니게 된다. (현미경 사진) [사진=정예환 한양대학교 교수]
유전율 가변형 복합탄성체는 강유전 나노입자를 고분자 내에 자가조립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 기법을 통해 개발됐다. 이러한 입자는 변형 시 높은 유전율 가변 특성을 지니게 된다. (현미경 사진) [사진=정예환 한양대학교 교수]

정 교수는 "전체 복합체의 유전율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3차원으로 입자들을 구성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 나노입자를 약 100~200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무리 형태로 클러스터를 만들어서, 늘리기 전에는 구체 형태를 유지하다가 늘리면 타원체로 변형이 되어 전체적으로 기판의 유전율을 감소시킬 수 있는 공정과 그런 방법론을 새롭게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응용해 그동안 구현하지 못했던 90미터 이상의 장거리에서도 무선으로 통신이 가능한 전자피부도 개발했다. 또한, 개발한 전자피부를 이용해 뇌파, 신체 움직임, 피부온도, 근육신호 등 우리 몸에서 나오는 인체 신호들을 원거리에서도 무선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정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신축성 웨어러블 무선통신 기술은 무선 기능이 필요한 다양한 신축성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다”며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이동통신 기능을 탑재한 신축성 무선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 논문명 : Strain-Invariant Stretchable Radio-Frequency Electronics(변형-불변 신축성 무선주파수(RF) 전자기기)

*저자 :정예환 교수, 유형석 교수(이상 교신저자/한양대학교), 김선홍 박사, 압둘바지르(이상 제1저자/한양대학교)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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