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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BcN, 전략 수정 시급...통신중심의 사고 한계


 

최근들어 전세계 정보기술(IT)업체중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검색엔진업체 구글이다.

구글은 운영체제(OS)에 의존하지 않는 웹서비스를 강화하면서 MS의 안방을 위협하더니, 샌프란시스코에 와이파이를 이용한 무료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제안하면서 통신회사들(ISP)과의 경쟁도 예고하고 있다.

구글의 도전이 가능한 것은 인터넷 덕분이다.

네트워크의 중립성과 투명성이라는 인터넷의 속성이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은 하나'라는 MS의 시각과 기존 자산(통신설비 등)에 안주하려는 통신회사들의 안이함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구글같은 기업이 나올 지는 의문이다.

정보통신부가 국가전략으로 추진중인 BcN(광대역통합망, Broadband Convergence Network)은 철저히 통신회사 위주로 설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BcN 구축계획에서 통합전달망 구축시 QoS(품질보장망)을 도입하고 있다.

QoS란 통신회사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전송속도와 손실, 지연 등을 차별화해 제공할 수 있는 것. 즉 인터넷 전체에 대한 제어가 전제다.

따라서 정부가 아무리 BcN에 '개방형서비스플랫폼'을 도입해 네트워크의 중립성을 지켜내겠다고 공언해도 한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말하는 '개방형플랫폼'은 인터넷처럼 표준의 통합을 통해 개방의 목적을 달성하는게 아니라, 망의 지능화(Network Intelligence)를 통해 달성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이 성공하려면 전통적인 통신회사들뿐 아니라 인터넷세상의 다양한 플레이어들(방송사업자, 콘텐츠 업체, 소프트웨어업체 등)의 참여를 이끌어낼 '당근'을 줘야 하는데 그게 확실치 않다는 게 문제다.

정부의 BcN 세상, 인터넷이 주는 고부가가치 줄일 위험

정통부는 IT 839 정책으로 BcN을 추진하면서 "현재의 초고속정보통신망은 통신·방송·인터넷이 대통합되는 차세대 정보인프라로서는 한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새로운 융합서비스에 필요한 품질(QoS)과 보안, 주소자원(IPv6)이 현재망에서는 안되니, 통신사업자들에게 BcN을 구축하게 해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 때 KT나 SK텔레콤, 데이콤 같은 통신사업자들은 MPLS(Multiprotocol Label Switching)라는 기술을 도입해 인터넷망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제어를 맡게된다. MPLS란 데이터 패킷에 IP 주소 대신 별도의 라벨을 붙여 스위칭 및 라우팅을 하는 기술이다.

정부는 기존 교환기에 MPLS 기술을 도입해 통신사업자가 지능적으로 네트워크를 제어하고 서비스별로 과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토록 하고 있다.

TV로 대용량 동영상을 보고, 영상전화기로 네트워크 PC게임을 즐길 때 해당 서비스의 패킷량과 이에 근거한 과금을 통신사업자가 직접 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이 사업상 성공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역사적으로 통신사업자가 ISDN, ATM같은 네트워크 지능망 기술을 도입해 인터넷에서 콘텐츠 전달과정을 직접 관리하려던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다"며 "KT가 ISDN에서 ADSL로 초고속인터넷 망구축을 선회한 게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즉 TV로 대용량 동영상을 볼 때 동영상 업체가 고객에게 이용료를 받고 이들이 다시 통신업체에게 사용료를 배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와이브로 장비개발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는 차세대 정보통신기반에 대한 논의가 인터넷관련 표준화기구보다는 통신사업자들의 입김이 강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인터넷의 중립성이 훼손됐을 때 최종수요를 만들어내는 인터넷서비스업체와 방송콘텐츠사업자들은 정부의 BcN 계획에 동참할 동기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BcN 전략의 인터넷과 방송에 대한 이해부족은 궁극적으로 통신회사들에게도 짐이 될 전망이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정부는 통신영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방송의 현실을 반영해 BcN 정책 수립시 별도의 합의과정을 가져가야 한다"며 "방송콘텐츠의 전달방식을 논의하면서 기존 시스템(불특정다수에 대한 브로드캐스팅) 방식의 진화방향은 빼고 품질보장형 IP TV 에만 논의를 집중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BcN 계획이 지금처럼 통신 위주로 디자인되면, 당장은 통신망사업자들의 권한이 확대된다.

하지만 IT서비스라는 최종수요가 촉발할 시장이 크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결국 통신망 사업자들의 참여동기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총체적인 네트워크설계구도 확보 시급

최근 데이콤은 사내 임원 전략회의를 열고 데이콤의 비전을 '스피디한(Speedy) 인터넷회사'로 잡았다.

새로운 기업전략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ICT(정보통신기술)에 집중키로 한 것이다. ICT는 통신기술(CT)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말이다.

이를위해 데이콤은 영국의 기간통신업체이자 올IP(ALL IP)로 전면변화를 선언한 BT와 인터넷솔루션 분야에서 제휴했으며, 무선인터넷 기술인 와이파이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준비중이다.

SK텔레콤은 고객관계관리(CRM)전략 고도화를 통해 리테일(소매)시장에 강한 IT서비스 회사를, KT는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지속성장이 가능한 IT 기반 서비스 회사(원격의료, u시티 등)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회사들이 과거 통신영역에 머물지 않고 컨버전스 영역에 앞다퉈 진출하는 것은 인터넷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신과 인터넷, 소프트웨어, 콘텐츠 사업자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금, 정부의 BcN 전략역시 미래 IT 세상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 속에서 진행돼야 옳다는 지적이다.

특히 ▲ BcN 계획이 통신입장에서 마련되더라도 방송과 인터넷 등 고부가가치 영역과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 하루속히 단계별 망 구조 및 기술규격, 서비스 제공 기준 등 네트워크 설계에 대한 표준모델을 공개해 모든 IT 세상의 플레이어들이 국가전략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BcN에서 QoS(서비스품질보장)가 어떻게 제공되고, 사업자와 이용자 사이에 SLA(품질보장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며, 전달망과 가입자망·구내망이 어떻게 상호연계돼야 하는 지 등을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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