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케이뱅크, 업비트 딜레마


2020년 업비트 실명계좌 제휴…가상자산 열풍에 자산 확대
가상자산예치금 의존에 유동성 리스크…조달비용 부담까지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제휴 덕분에 고속 성장한 케이뱅크가 업비트 딜레마에 빠졌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과거 대주주(KT) 리스크로 영업 중단 상태에 빠지기도 했으나, 2020년 업비트와의 제휴로 날개를 달았다.

케이뱅크 로고와 쓰러져 있는 체스 피스. [사진=픽사베이]
케이뱅크 로고와 쓰러져 있는 체스 피스. [사진=픽사베이]

케이뱅크는 2020년 6월 업비트와 손잡고 실명인증 가상계좌 서비스를 개시했다. 케이뱅크 계좌를 개설해야만 업비트의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애초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있던 기업은행의 계약 종료로 제휴처를 찾지 못하던 업비트 입장에서 케이뱅크는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케이뱅크의 도움으로 실명인증 계좌 발급처를 확보한 업비트는 가상자산 열풍에 힘입어 이용자가 급증했다. 덕분에 케이뱅크의 고객도 덩달아 늘어났다. 케이뱅크의 고객은 2020년 219만명에서 2021년 717만명으로 배증했다. 올해 1000만명의 고객을 넘어선 케이뱅크의 고객 기반이 2020년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비트를 통해 형성된 고객 기반은 케이뱅크의 자산 확대로 연결됐다. 케이뱅크의 예수금은 2020년 3조7453억원에서 2021년 11조3175억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예수금 급증의 비결은 업비트 예치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예금이다. 2020년 29.03%였던 법인예금 비중이 2021년 58.75%로 배증한 것이 방증이다.

이후 예수금은 2022년 14조6054억원, 2023년 19조676억원으로 지속해 늘고 있다. 법인 예금 비중은 25.90%(2023년)으로 2021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업비트에 대한 조달 의존도가 20%를 넘는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법인예금 비중이 각각 0.30%, 0.12%라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편중 리스크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업비트 덕분에 고객과 자금을 끌어들인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열풍이 식으면서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고금리로 가상자산 시장 침체와 뱅크런 우려에 인터넷전문은행의 단기자금 이탈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의 높은 단기 예수부채 비중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정도였다. 금융감독원도 가상자산사업자(VASP) 예금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았다.

뱅크런 우려와 금융당국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에도 케이뱅크의 VASP 예금 비중은 2020년 수준에서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유동성 리크스에 더해 올해부터는 조달 구조 자체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올해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예치금 이용료율을 투자자예탁금 수준으로 정하고 있다. 연 0.1% 수준에서 조달하던 예수금이 연 1.0% 수준으로 높아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조달 비용 증가로 순이자 이익이 줄고, 순이자마진(NIM)이 1%대로 급락할 수 있다. 2022년 대출자산 증가 덕분에 2.5%까지 올랐던 케이뱅크의 NIM이 과거처럼 1%대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대출자산 성장의 돌파구를 찾지 않는 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업비트와의 제휴 관계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던 케이뱅크 입장에서 업비트를 버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업비트를 계속 품고 가기에는 한계가 분명해졌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케이뱅크, 업비트 딜레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