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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때 세금 떼더니 또"…'비현실적 맥아 관세' 논란


관세청, 오비맥주에 900억대 과징금…롯데칠성도 조사 중
첨예하게 엇갈리는 해석…업계 "법적인 문제 없다"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맥주업계가 '관세 리스크'에 휩싸였다. 맥주 원재료인 맥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편법으로 과세를 피했다고 관세청이 지적하면서다.

정부와 업계가 근거 규정 해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현실적이지 않은 관세 규정을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이 주류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이 주류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0일 맥주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해 오비맥주가 정해진 할당량이 넘는 맥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편법을 통해 과세를 회피했다며 900억원 규모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최근엔 같은 이유로 롯데칠성음료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수입 맥아는 주류 회사가 관세청에 수입량을 신청해 승인받은 만큼 수입할 경우 30%의 세금만 내면 되지만, 허용 물량을 초과하면 징벌적 수준인 269%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국내산 맥아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할당량을 초과하는 맥아를 확보해야 할 때 국내 수입업체 등에서 맥아를 구입해 왔는데, 관세청은 이를 편법을 이용한 세금 회피 행위로 판단했다.

관세청의 지적을 받은 업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국내에서 수입업체를 통해 맥아를 추가로 확보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맥아 수입업체가 이미 세금을 내고 맥아를 들여온 만큼, 주류 업체에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주장이다.

되레 그간 사용해 온 방식을 뒤늦게 문제 삼은 배경에도 의구심을 표한다. 일단 지난해 부과된 과징금을 납부한 오비맥주는 현재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롯데칠성은 아직 조사 결과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 밝혔지만, 국내 수입업체를 통한 추가 맥아 확보 방식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맥주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맥주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다만 관련 규정 해석을 두고 전문가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조만간 나올 조세심판원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당장 업계 2위 하이트진로의 경우 269%에 달하는 관세를 정상적으로 납부하며 맥아를 추가 수입해 관세청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결과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해당 행위가 편법으로 판단될 경우 오비맥주, 롯데칠성 등 대형 업체들은 물론 소량의 맥아를 수입업체에서만 구매하는 중·소형 업체들 역시 적지 않은 수준의 과징금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현실적이지 않은 관세 부가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맥주업체들은 맥아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맥아를 생산하지만, 가격도 2배가량 비싼데다 물량 자체도 절대적으로 부족해 구매하고 싶어도 구매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산 맥아를 사용하고 싶어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물량 확보를 위해 수입업체를 이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맥아 관세를 국산 맥주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거론해 왔다. 일본의 경우 국산 맥주를 보호하기 위해 맥아와 보리에 0%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아를 전량 구매해도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맥아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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