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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남은 3년] ②특검 정국 임박, 거부권만이 능사 아니다


민주당, 22대 국회 개원 동시 '특검 정국' 예고
'채 상병·김건희 여사·한동훈 특검' 줄줄이
특검 생리는 '정치적'…국정 타격에 예상도 문제
특검 찬성 여론도 부담…윤 대통령 정면돌파 필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09.26.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09.26. [사진=대통령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임기 3년을 앞 둔 윤석열 정부의 당면 난제는 '채 상병 특검법'으로 시작될 '특검 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9일 열리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약속하라고 압박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22대 국회가 열리자 마자 야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을 연달아 추진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를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국 파란을 예고하며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퇴로가 없는 셈이다.

민주당이 재추진할 '김건희 특검법'에는 기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더해 '처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특혜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함께 추진됐던 김건희 여사를 대상으로 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지난 2월 말 국회 재표결 끝에 최종 폐기됐다.

조국혁신당도 이에 질세라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내걸고 공세에 가세했다. 조국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공약한 이 특검법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을 규명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민주당은 아직 공조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내에 동의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된다"고 힘을 실었다.

특검이 발동되면 수사 대상은 정상적 기능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대통령 거부권이 변수겠지만 범야권이 22대 국회에서 예정한 특검의 주 수사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리고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 핵심 부처다. 행정부처 수뇌부인 국무총리실도 기능상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회 파행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예산도 문제다. 1호 특검인 '조폐공사 파업 특검'은 60일 수사 기간에 예산 3억 9300만원이 배정됐지만 1999년 일로 25년 전 얘기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특검'은 120일 수사기간에 잠정 예산 25억원이 들었다. 공소유지 기간은 뺀 금액이다. 최근 특검인 문재인 정부 '드루킹 특검' 수사에는 60일 가동에 공소유지까지 31억4900만원이 책정됐다.

허익범 특검이 드루킹 관련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시작한 2018년 8월 2일 오후 특검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전 김경수 의원실(현 김정호 의원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물품을 들고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익범 특검이 드루킹 관련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시작한 2018년 8월 2일 오후 특검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전 김경수 의원실(현 김정호 의원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물품을 들고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렇다 보니 여권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를 염려하고 있다. 특검법 3~4개가 연달아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계속 수세적으로만 대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일부 사건이 특검 대상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특검 거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도 나온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채 상병 특검의 조건부 도입' 검토를 제안했다. 특검을 도입하되 '공수처 수사 기간에 기준 시한을 정하고, 그 시한이 지나면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특검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게 하는 것'이 수용 조건이다. 그는 "여론이 납득 못 하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여야가 조속히 재협상을 할 것을 요청하고, '이태원 특별법'처럼 여야가 합의하면 특검을 수용할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 전날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를 못 믿겠으니까 지금 특검을 바로 하자는 건데, (우리는) '그렇다면 공수처의 수사를 3개월 지켜보자. 그때 (제대로) 못하면 특검을 하자'고 미리 약속을 해주는 것"이라며 조건부 수용을 야당에 제안했다.

다만, 이를 두고 여당 내 이탈표 방지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야당에서는 바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3개월 동안 새로운 공수처장이 진짜 공정하게 수사한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모든 게 불확정하고 불명확한 상태로 특검법을 몰아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 2일 "김건희 여사 관련 청탁금지법 고발사건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사진=뉴시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 2일 "김건희 여사 관련 청탁금지법 고발사건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사진=뉴시스]

'김 여사 관련 특검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전향적 방안을 고려해 볼 만 하다는 검토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 검찰부터 시작된 수사가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다면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사단'이 수사를 뭉개고 있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시절 고위 검찰 간부는 "당시는 정부 지지도가 상당했고 '추-윤 갈등'으로 윤 대통령이 검찰에서 쫓기다시피 나간 뒤였다.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윤석열 사단'이 수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와 법무부, 검찰 수뇌부가 무능했다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김 여사 의혹'의 한 갈래인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특검 정국'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과 정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정치적 생리를 가진 특검 보다는 국가 수사시스템의 판단이 오히려 공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경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그 가족이 수사선상에 오르기 때문에 수사의 중립성이 도마에 오를 수 있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 앞에 나서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또 처분할 것"이라고 이미 쐐기를 박았다.

이를 두고 이른바 윤 대통령과 검찰의 '약속대련' 아니냐는 야권의 지적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 시절 특별수사를 지휘했던 한 고위 검찰 간부는 "총선 참패 이후 검찰 총장이 국민 앞에 엄정수사를 공식 선언한 상태"라며 "지금 검찰은 조직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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