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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 아닌 개악" 역풍


재정안정론자들 "잘못된 논제 놓고 택일…원천무효"
"연금 적자·현세대 부담 보험료 등 정보 제공 왜곡돼"
"연금 개혁 목적은 '지속가능 구조'로 바꾸는 게 핵심"
21대 회기 내 처리 힘들 듯…22대 원점 재논의 가능성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안이라는 공론화위원회 결론을 도출하자,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는 전문가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 재정안정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공론화 이름을 빌린 대국민 사기", "개혁안 호도", "원천 무효"라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21대 국회 내 처리를 막기 위한 저지 움직임이 확산할 전망이다.

◇"오답만 놓고 논쟁…지속가능성 고민 빠져"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시민대표단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현행보다 '더 내고 더 받자'는 이른바 '소득보장론'을 선택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혁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시민대표단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현행보다 '더 내고 더 받자'는 이른바 '소득보장론'을 선택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혁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이번 논의의 핵심 쟁점은 현행 9%인 보험료율(내는 돈)과 40%인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전날 발표한 시민대표단 설문조사에서 56%는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42.6%는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을 13%로 높이는 이른바 '소득보장안'(①안)이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재정안정안'(②안)보다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반발하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민대표단이 학습한 내용이 통제되고 왜곡되게 선정됐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②안이 ①안에 비해 기금소진 시점을 1년 더 늦출 수 있다고 한 점 등이다. 두 가지 안을 비교할 때, 연금을 10%p나 더 주는 안이 기금소진에 있어 단 1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면, ①안을 선호하는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②안은 이미 누적된 연금 적자 7752억 원에서 적자를 1970조 원 줄여주는 구조이고, ①안은 누적 적자에 702조 원을 더해 누적적자가 무려 2700조 원이 차이 나는 구조라는 점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23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의 제5차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면 오는 2041년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 적립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제시된 두 가지 안에 따라 보험료율을 높이면, 고갈 시점이 각각 ①안 2062년 ②안 2063년으로 늦춰진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이날 <아이뉴스24> 통화에서 "연금개혁의 목적은 기금소진 시점 6~7년 연장이 아니다. 70~100만 명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연금을 23~24만 명 태어나는 현세대가 어떻게 감당하느냐의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 이 제도를 지속가능하게 바꿔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보건복지부가 시민대표단 학습자료로 제시했던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현세대가 부담해야 할 생애 보험료가 5배 차이가 난다는 수치 역시 최종적으로 제외됐다"고 말했다.

김상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론화위원회 숙의토론회 주요 결과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04.22. [사진=뉴시스]
김상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론화위원회 숙의토론회 주요 결과 및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04.22. [사진=뉴시스]

◇"2년 내 사회적 합의 불가…원점 재논의해야"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연금을 더 받는 주장을 '소득보장론'이라 구분하는 것조차 잘못된 프레임 짜기란 지적이 나온다.

이창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소득보장론자라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대로 라면, 소득이 보장돼야 하는데 결단코 불가능한 구조"라며 "1안이나 2안 모두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놓고 보면 '오답'인데 이해관계에 따른 잘못된 논제를 놓고 억지 논리를 편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금개혁 공론화는 '미니 퍼블릭'으로서의 시민대표단이 참여해 토론을 벌이고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살피는 민주적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평가되지만, 22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더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연금특위는 조만간 공론화위의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여야 간 연금개혁 합의안 도출에 나설 예정이다. 한 달여 남은 21대 국회 임기 중 여야의 절충점을 찾아 본회의를 통과하기란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에 합의안 도출이 되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 원점 논의가 시작된다.

김재현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는 "연금개혁은 제너레이션 간 갈등 구조를 풀어야 하는데 젊은 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사람들이 (이번 논의에)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식의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일본, 스웨덴 등 연금개혁에 성공한 나라를 보면 10년 가까이 논의를 거쳐 공적연금을 개혁했다"며 "단 2년 만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창수 교수는 "논의는 완전히 새롭게 시작돼야 한다. 연금개혁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말 중요한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졸속으로 잘못된 틀 안에서 진행되고 결론 나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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