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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승리한 한미 형제…'자금 조달' 능력 증명이 과제


오너가 형제,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서 이사회 과반 확보
상속세 재원·투자처 모호…해외 자본에 지분 매각 관측도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모녀와 형제 구도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한미약품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주총 표 대결에서 소액주주를 등에 업은 형제가 이사회를 장악하며 OCI그룹과의 통합 저지에도 성공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경영권은 얻었으나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한 탓이다. 형제는 경영권 분쟁의 원인이었던 상속세 해결 방안과, 소액주주의 지지를 이끌어 냈던 투자 유치 계획에 대한 구체적 자금 조달 방안을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된 임종윤(왼쪽), 임종훈 형제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된 임종윤(왼쪽), 임종훈 형제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창업주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추천한 5명의 이사가 모두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반대로 현 경영진인 모녀(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 이사 후보 안건 6개는 모두 부결됐다. 양측이 확보한 우호 지분은 모녀 측이 소폭 높았으나, 80% 이상의 소액주주가 형제 손을 들며 판세가 뒤집혔다. 이로써 형제는 5대4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두고 표 대결까지 벌이게 된 건 상속세 영향이 컸다. 지난 2020년 8월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 타계 후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과 장남 임종윤 사장, 장녀 임주현 사장, 차남 임종현 사장에겐 5400억원 상당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유족들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한계에 도달했고, 현 경영진인 모녀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형제의 생각은 달랐다. 모녀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OCI와 결합을 추진한다고 지적하며 통합에 반대했다. 자신들이 경영권을 확보해 '한미 DNA'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형제 측 주장이었다. 결국 형제가 이사회 과반 확보에 성공하면서 OCI와의 통합 작업은 중단됐다. OCI 측 역시 주총 종료 후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통합 절차를 중단한다. 향후 재추진 계획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임종윤·종훈 형제가 승리하긴 했지만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특히 이번 표 대결을 주도한 장남의 재무 상태가 견실하지 못하단 사실이 알려지며 시장의 우려는 커지는 모양새다. 한미그룹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창업주 가족들에게 부과된 5407억원의 상속세 중 가장 적은 금액인 352억원만 납부한 상태다. 또 현재 그와 그의 직계 가족들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대부분이 담보 대출에 사용돼 이에 따른 금융권 차입금만 1730억원에 달한다. 연간 이자 비용만 100억원에 육박한다. 경영권을 두고 다퉜던 여동생 임주현 부회장에게도 무담보로 266억원을 빌렸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공언했던 투자 유치도 이끌어 내야 한다. 형제는 5년 내에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한미그룹을 시가총액 20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형제는 자금 조달 방안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상속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잘 해결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투자처 역시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형제가 결국 막대한 개인 빚과 잔여 상속세 해결을 위해 해외 자본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형제 측이 지분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 역시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두고 다툰 한미그룹 현 경영진도 이점을 걸고 넘어졌다. 임주현 부회장은 "상속세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대안과 자금의 출처를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송영숙 회장 역시 상속세와 1조원 투자의 출처를 밝히라며 "둘의 자금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 장남과 차남은 OCI와 통합을 저지한 후 일정 기간 경영권을 보장해 준다는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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