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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두 병 마셔도 안 취해"…자꾸 낮아지는 도수


참이슬 후레쉬, 도수 '16.5도→16도' 낮췄다…진로·새로와 같아져
도수 0.1도 내려가면 주정 값 0.6원 절감…우회적 가격 인상 지적도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소주가 또 순해졌다. 점유율 1위 제품 '참이슬 후레쉬'마저 도수를 0.5도 낮춰 16도가 됐다. 자매품 '진로이즈백', 경쟁사 제품 '새로'에 이어 참이슬까지 16도로 낮추면서 소주 메인 도수가 15도대까지 낮아질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문제는 도수를 낮추면서 생긴 이익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수는 낮아지고 있지만 이에 따른 가격 인하나 용량 증가가 없어 우회적 가격 인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주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인 참이슬 후레쉬가 도수를 0.5도 낮춰 16도가 됐다. 15도대까지 낮아질 시점이 머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사진은 참이슬 후레쉬 제품. [사진=하이트진로]
소주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인 참이슬 후레쉬가 도수를 0.5도 낮춰 16도가 됐다. 15도대까지 낮아질 시점이 머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사진은 참이슬 후레쉬 제품. [사진=하이트진로]

2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는 대표 제품 참이슬 후레쉬를 전면 리뉴얼한다. 대나무 숯을 활용하는 정제 과정은 4번에서 5번으로 늘리고,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5에서도 16도로 내리는 것이 핵심이다.

2006년 19.8도로 출시된 참이슬 후레쉬는 2012년에 19도로 도수를 낮췄다. 2014년엔 두 차례 리뉴얼을 통해 각각 18.5도, 17.8도로 내렸다. 이후에도 2019년 17도, 2020년 16.9도, 2021년 16.5도로 꾸준히 도수를 내리다 올해 16도까지 낮아졌다. 이미 하이트진로의 다른 소주브랜드 진로이즈백과 경쟁사 롯데칠성음료의 새로가 16도에서 경쟁하는 와중, 독보적 1위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까지 참전하며 소주 도수의 주류(主流)가 한 단계 더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참이슬 후레쉬를 시작으로 소주 도수가 도미노처럼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통상 업계 선두 주자가 도수를 낮추면 경쟁사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 내리는 것이 관행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전·충남·세종 지역 소주 제조업체 맥키스컴퍼니는 지난해 3월 14.9도의 '선양'을 내놓으며 마의 15도 벽을 깨기도 했다.

'순한 소주'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또다시 알코올 도수를 낮춘 소주가 출시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순한 소주'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또다시 알코올 도수를 낮춘 소주가 출시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지속적인 도수 하락에 대해 주류업체들은 "저도수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춘 변화"라고 설명하지만, 단순히 트렌드에 맞춘 변화로만 보긴 힘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도수 하락이 원가 절감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게에서 접하는 소주는 원료인 주정에 물을 섞어 연하게 한 희석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의 도수가 낮아진다는 것은 원료는 줄고 물의 양이 늘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 값이 0.6원 절감된다고 알려져 있다. 단순 계산하면 참이슬 후레쉬는 이번 도수 인하로 병당 3원 가량의 원가 절감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도수 하락이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 등을 줄여 실질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는 행위)'처럼 우회적 가격 인상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반적으로 음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도수 하락이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90만㎘ 이상을 기록해 온 국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건강을 중시하며 폭음을 자제하는 음주 문화의 확산과 주 52시간제 시행과 더불어 달라진 기업 회식 문화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역시 감소세에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량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수를 낮추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도수 바람이 불며 국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2021년 82만6000㎘까지 줄었다가 2022년 86만2000㎘ 수준으로 반등하는 등 더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에 사는 소비자 이씨(33세)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이 함께 오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소주는 원재료 함량이 줄어도 가격이 계속 오른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전씨(35세)는 "소주는 아무래도 맛보다 취하려고 먹는다. 도수가 낮아지면, 이전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돈도 더 들고, 많이 마시니 숙취도 더 심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소주 제조 업체들은 주정 함유량 감소로 인한 원가 절감의 이득을 얻으며 오랜 기간 이익을 누려왔다. 하지만 가격 인하는커녕 인상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라며 "도수를 낮춰 얻는 원가 절감 이익은 고스란히 기업의 몫으로 챙기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은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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