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IP 주차권 팝니다"…거래 성행하는 이유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백화점 VIP 주차권 팝니다. 스티커 제공 후 차량번호 등록해 드려요. 예약금 10만원입니다."

백화점의 VIP 전용 고객용 주차권이 시중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적발 시 VIP 혜택 제공 중단과 내년 VIP 미선정 등 불이익을 준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적발 건수는 미미한 실정이다. 입차할 때 일일이 고객 확인을 하기 어려운 데다 중고 플랫폼 거래 자체를 제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백화점 VIP 주차권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음 달부터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주차권을 미리 판매하기 위해서다. 백화점 업계는 몇년 전부터 VIP 주차권 판매에 대해 철저한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발레파킹(대리주차)과 무료주차 등 주차 혜택은 백화점들이 우수 고객에게 제공하는 편의 중 하나다. 백화점별로 등급에 따라 발레파킹 및 영업시간 내 종일 무료 주차, 5시간·3시간 무료주차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상위 등급에게는 주차권을 2~3장씩 제공하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은 자체 기준으로 선정하는 '에비뉴엘 블랙'부터 연간 구매 금액 1억원 이상인 '에메랄드', 7000만원 이상인 '퍼플' 고객에게 전점 발레파킹과 무료주차를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매년 구매 금액 최상위 999명을 선정해 '트리니티' 등급을 부여하고 백화점 전 점에서의 발레 주차 및 종일 무료 주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간 구매금액 6000만원 이상인 '다이아몬드' 등급과 4000만원 이상인 '플래티넘' 등급에는 전 점 발레 주차 및 5시간 무료 주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아래 등급 고객은 3시간 무료 주차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구매 금액 1억 2000만원 이상인 '쟈스민 블랙'부터 8000만원 이상인 '쟈스민 블루', 5500만원 이상인 '쟈스민' 등급에 전 점 발레파킹과 무료주차를 제공하고, 3000만원 이상인 '세이지' 등급에는 전 점 무료주차를 제공한다.

백화점들은 VIP 공지사항에 주차권 판매 시 VIP 혜택 제공이 중단되며 향후 VIP 선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중고 시장에선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주차권 가격은 혜택에 따라 상이하다. 종일권의 경우 60만원대부터 90만원대에 판매된다. 도심에서 주차난을 겪는 백화점 근처 직장인들이 주로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권 거래에 대한 의견은 나뉜다. 부여받은 주차권은 개인 소유이기에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주차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실제 VIP 고객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고물가와 경기침체에도 백화점 VIP 고객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어 백화점 업계는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VIP 선정 기준을 더욱 높이는 추세다. 백화점 입장에서도 주차만 하고 쇼핑을 하지 않는 고객이 늘면 손해일 수밖에 없다.

몇 년째 지인에게 VIP 주차권을 받아 사용 중인 A씨는 "실제 VIP 고객이 특정 차량 번호를 입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백화점 직원이 등록된 차량 주인에게 와서 확인을 요청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각 백화점이 중고 거래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면서 해당 플랫폼에 게시물 삭제 요청을 하고는 있지만 게시물에 대한 권한이 플랫폼에 있다 보니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거르기는 어려운 현실"이라며 "입차 시 확인 절차도 개인정보 문제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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