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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뇌 속 노폐물 청소하는 뇌척수액 배출 경로 찾았다


IBS 연구팀, 뇌척수액 배출 주요경로 발견 네이처(Nature)에 발표
약물로 뇌척수액 배출 조절 가능성 확인…뇌질환 연구에 새 이정표

형광 표지자 발현 생쥐의 비인두 림프관망을 조직투명화 과정 후 3차원으로 재구성한 영상 [사진=IBS ]
형광 표지자 발현 생쥐의 비인두 림프관망을 조직투명화 과정 후 3차원으로 재구성한 영상 [사진=IBS ]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우리 뇌에서는 대사활동의 부산물로 생성된 노폐물이 뇌척수액을 통해 중추신경계 밖으로 배출된다.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에 축적되면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신경퇴행성 뇌질환의 주요한 원인이 되는데, 노화에 따라 뇌척수액을 통한 노폐물 배출 기능은 현저히 떨어진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단장 고규영 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은 뇌척수액의 주요 배출 통로가 코 뒤쪽에 있는 비인두 점막에 넓게 분포하는 림프관망이라는 것을 새롭게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림프관망과 연결된 목 림프관을 발견하고, 이를 수축·이완시켜 뇌척수액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뇌 속 노폐물을 원활히 청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이다.

연구팀은 뇌 후방부위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을 통해 목 부위 안쪽 림프절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2019년 네이처(Nature)紙에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노화에 따라 이 경로가 변형되면서 뇌척수액 배출 능력이 떨어지며, 치매 발병기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뇌의 전방부와 중간 주요 부분의 뇌척수액 배출 경로는 밝혀 내지 못했었다. 다른 연구팀에서도 뇌척수액의 주요 배출 경로에 대한 간접적 증거들은 제시했으나 확실한 경로 파악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비인두 림프관망의 3차원적 구조. 생쥐 비인두 점막에는 가느다란 림프관이 정교하게 연결되어 비인두 림프관망을 형성한다. a. 비인두 림프관망 내부는 선형 림프 판막이 분포하며 외부에 원형 평활근은 없음. b. 전반적으로 뒤집어진 말안장 모양. [사진=IBS ]
비인두 림프관망의 3차원적 구조. 생쥐 비인두 점막에는 가느다란 림프관이 정교하게 연결되어 비인두 림프관망을 형성한다. a. 비인두 림프관망 내부는 선형 림프 판막이 분포하며 외부에 원형 평활근은 없음. b. 전반적으로 뒤집어진 말안장 모양. [사진=IBS ]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뇌의 앞쪽과 중간 부위 뇌척수액이 비인두 점막 림프관망에 모인 뒤 목 림프관-목 림프절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 배출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비인두는 구강과 비강을 후두와 연결하는 인두의 상단 부분으로 뇌 기저에서 입천장까지 이어지는 통로이다. 호흡할 때 공기가 흐르는 통로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심한 염증이 생기는 부위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림프관에 선택적으로 형광 표지자를 발현하는 생쥐 모델과 생체 내 이미징 기술 등 첨단 시각화 기술을 활용해 뇌척수액 배출 경로를 시각화했다. 그 결과, 비인두에서 발견된 림프관들이 서로 정교하게 연결된 림프관망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뇌의 안쪽과 바깥쪽 림프관을 연결해 뇌척수액을 배출하는 ‘허브(Hub)’역할을 하는 것을 밝혀냈다.

비인두 점막 내에 있는 림프관망은 이전까지 알려진 바 없는 최초의 발견이다. 비인두 림프관망은 말 안장을 뒤집어 놓은 모양이었으며, 동일한 결과가 원숭이 비인두 점막 림프관망에서도 관찰됐다. 또한 비인두 림프관망을 통해 배출되는 뇌척수액의 양이 두개골 후측방 뇌막림프관을 통해 배출되는 것 보다 1.8배 높아 비인두 림프관망이 뇌척수액 배출의 주요 경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노화된 생쥐의 비인두 림프관망은 심하게 변형돼 뇌척수액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노화된 생쥐에서 목 림프관에는 큰 변형이 없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연결 목 림프관이 둥근 평활근세포로 둘러싸여 있음에 착안, 평활근세포를 조절하는 약물로 목 림프관의 수축과 이완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뇌척수액의 배출을 원활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목 림프관의 활동을 증가시켜 마치 젖을 짜듯이 뇌 외부에서 뇌척수액의 배출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이다.

연구진은 "오랫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뇌척수액을 배출하는 주요 경로를 찾기 위해 시도했음에도 그동안 난제로 남아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뇌하부 두개골의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 때문"이라며 "그동안 관련 연구자들이 뇌척수액 배출 조절방법을 뇌 안에서 찾으려 했다면 이 연구는 최초로 두개골 외 접근법이 가능함을 증명했으며, 뇌척수액 배출의 조절 기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경혈관 생리학자인 윤진희 선임연구원(공동 제1저자)은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의 주요 배출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성공해 기쁘다”라며, “새롭게 밝힌 배출 경로를 통해 뇌 속 노폐물을 효율적으로 청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이자 의사과학자인 진호경 연구원(공동 제1저자)은 “비인두 림프관이 노화 및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된 뇌척수액 배출 기능에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실제 환자들에서 비인두 림프관이 어떻게 변형이 되는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고규영 단장(교신저자)은 “이번 연구로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비인두 림프관망의 기능과 역할을 규명한 것은 물론, 뇌척수액의 배출을 뇌 외부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치매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윤진희 혈관 연구단 선임연구원,진호경 혈관 연구단 학생연구원,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 단장, 교신저자, [사진=IBS ]
윤진희 혈관 연구단 선임연구원,진호경 혈관 연구단 학생연구원,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 단장, 교신저자, [사진=IBS ]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에 11일 공개됐다.

*논문제목 :Nasopharyngeal lymphatic plexus is a hub for cerebrospinal fluid drainage

뇌척수액 배출의 허브 역할을 하는 비인두 림프관망

*저자 : 윤진희, 진호경, 김혜진, 홍선표, 양명진, 안지훈, 김영찬, 서진철, 이영전, Donald M. McDonald, Michael J. Davis, 고규영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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